공룡이 되살아났다. 중생대 쥬라기 백악기 시대에 번성하다 멸망했던 공룡들이 부활했다. 그것도 수억달러의 돈과 함께. 몇년전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 designtimesp=20710>에서 이들 공룡은 찬란하게 살아났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 이들을 부활시켰던 주역은 바로 VR(VirtualReality, 가상현실)기술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도움을 받아70밀리 초대형 스크린에 이들을 재생시켰다. 미국 VR기술이 올린개가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VR기술이 의료 교육 재판 등에 활용되고 있다.미국 댈하우지(Dalhousie) 대학과 디지털 이미지(Digital Image)FX사는 VR를 응용한 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의대와 치대 그리고임상분야에 이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VR로 의료시스템 개발…치대·임상에 활용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의료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가 오진. 잘못된진단으로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의사의 실수로 수술도중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VR는 이같은 문제점을한꺼번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미국 일부 대학들은 VR 수술실을 만들어 현실에서는 힘든 각종 수술을 진행한다. 심장이나신장 등 각종 장기이식을 VR기술을 통해 함으로써 실패율을 대폭줄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교수나 선배들의 수술모습을지켜보는데 소비하는 의대생들의 경우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VR는 정신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가상현실기술로 설정한 특정상황 아래서 정신병자의 반응을 관찰, 치료하고 있다. 특히 파킨슨씨병에 걸린 환자의 물리 치료에 VR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자동차산업계도 VR의 활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가 VR라는데 이의가 없다.자동차 본체의 설계에 이를 도입, 활용중이다. 강력한 고분자 화학물질을 모델링하여 자동차 본체를 만드는데 VR기술이 사용되고있다. 고분자 액체를 주물에 넣고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관찰, 자동차 몸체 제작에 활용한다. 현재 이같은 모델링 연구에 많은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NIST(전미 표준기술연구소)가 앞장 서고 있다. NIST는 포드GM 크라이슬러와 공동으로 VR기술을 설계·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연구중이다. 이미 고온 고압력에 견딜 수 있는 엔진과 부품을 개발한 바 있다.두꺼운 법전과 변호사 및 검사의 설전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법정의모습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증거채택과 범죄상황을 재현하는데VR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미국 워싱턴주 한 법정. 배심원들은 3차원의 가상현실속에서 사건발생현장에 도착한다. 피고가 자동차 운전 도중 원고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펼쳐진다. 피고측 변호인은 도로상황이 나빴고 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들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원고측은평소에 사이가 나빠 벌어진 의도적인 결과였다고 비난한다. 그러나원고 피고와 함께 재현된 현장을 본 배심원들은 피고의 무죄를 인정한다.앞의 경우처럼 VR는 미래의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검사가 VR기술의 도입으로 가장 이득을 보게 될것이라는데 동의한다. 생생하고 감각적인 현장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검사측의 논리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VR가 법정에서 채택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법정의 모습은 오늘의 그것과는 크게 달라 질 것은 분명하다.박물관의 운영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몇억년전에 죽은 화석이되살아나서 어린이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미국 자연박물관(TheNatural Museum)은 유럽연합 첨단정보통신위원회의 후원으로 전시중인 모든 자료들을 가상현실속에서 볼 수 있게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투시한 레이저광선을 기록, 이를 가상현실 속의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 작업의 골자다.이중 화석은 VRML(Virtual Reality Modeling Language)을 통해서데이터 처리되고 있다. 입력된 자료는 관람객들이 3차원적으로 볼수 있다. 외양 뿐만 아니라 내부모습도 볼 수 있다. 예를 든다면다양한 방법으로 은행잎 화석을 보여주고 있다.VR기술은 반도체 설계 생산에도 도움을 준다. 현재의 반도체공장은투자만큼 사용기간이 길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위해서 가상공장을 건설, 막대한 투자비를 줄인다는 복안이다. 대신 현실공장은 지속적으로 가동하게끔 지원한다. 스탠퍼드 대학은가상공장에서 반도체칩을 모델링하는 MAF(ManufacturingAutomation Framework)라는 프로그램을 개발완료했다. 가상공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현실공장에서 개선된다.대형오락관은 VR기술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분야다. 현재 디즈니랜드 할리우드 등에는 이같은 테마파크나 대형오락관이 성업중이다. 지난 94년 연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개장된 「스카이라이더(sky rider)」는 미국민과 외국관광객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는 미 공군에서 헬리콥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제작한 것. 15개의 스피커에서 프로펠러 굉음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헬리콥터가 맨해턴의 빌딩숲속을헤치고 날아다닌다. 맨해턴의 스카이라인을 상하 좌우로 움직이면서 비행하고 있다. 최대 30도까지 요동을 친다. 비행시간은 7분이며 요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7천원 정도다.◆ 박물관의 전시자료 가상현실속에서 관람세가 닌텐도 등 세계 게임기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업체를 보유한일본도 세계 최첨단 VR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오락산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일본 요코하마시 야마시타 공원 기슭의 조이폴리스는 대표적인 하이테크 테마파크다. 개장한지 2년밖에 안되는 이곳에는 VR체험관7개와 대형오락관 2백여개가 설치돼 있다. 「AR게임기」「VR-1게임기」등은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 머리부착형 디스플레이(HMD)를착용하면 영화 「스타워즈」처럼 광활한 우주공간을 날아 다닐 수있다. 갑자기 출현한 적기의 미사일 공격에 명중당하면 도심에 추락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때 좌석이 옆으로 흔들리면서 실제로추락하는 느낌을 준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아우성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공주구출」은 청룡열차와 슈팅게임이 결합된 신종 오락물이다.시속 2백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물을향해 레이저광선포를 쏘는 게임이다. 이밖에도 「광란의 바주카포」「유령사냥꾼」「버추얼 포뮬라」등이 인기있는 VR게임이다.일본의 세계적 오락용 S/W 개발업체인 세가는 이곳에서 매년 3백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본 유럽미국 등에 이같은 대형오락실 1천2백여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미국과 일본의 VR기술은 공상을 현실로 전환시키고 있다. 우주여행을 가능케하고 수십억년전의 화석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단지오락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첨단 의료산업과 자동차제조기술의 밑바탕이 된다. 이들 국가의 VR기술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