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와 같은 메인생혁명?이야기는 그저 동화속에서만 나오는것은 아니다. 보우실업 김명자사장은 우리곁에 있는 신데렐라다.9살 때 시인이 되기 위해 신춘문예에 응시했던 조숙한 소녀는 이제연매출 40억원의 액세서리수출업체 사장으로 변신,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그의 활동반경은 다름아닌 지구촌. 일년의 거의 절반을 해외출장으로 보내며 무역전선을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오대양육대주시장을 상대하는 무기는 목걸이 귀걸이 팔찌 머리핀 등 여성용 모조액세서리이다. 큐빅과 크리스탈을 수입, 고급 모조액세서리를 만들어동남아 시장에는 메마텔리?라는 고유브랜드로 수출하고, 유럽 및미주지역에는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직원이래야 김사장을 포함, 고작 9명에 불과하지만 연매출규모는 40억원에 달한다.살림 잘하는 1남1녀의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에게 대변신의 기회가 온 것은 지난 85년. ?남편과 거래하는 외국 바이어 통역을 맡아줄 사람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주해 버렸어요.틈틈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던 저더러 남편이 통역을 하라며 끌고 나가는거예요.? 엉겁결에 나가 서툰 영어로 통역을 해준 상대는 모조액세서리를 전문수입하는 네델란드국적의 마트씨였다.몇달동안 여성의 감각을 살려 물건을 잘 골라주고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자 마트씨가 아예 같이 일을 하자고 나섰다. 남편일을도와준다는 차원에서 나섰던 그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한창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국교생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외국제품과 손색없는 고급 제품 만들자’무역업을 하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결국 그해 하반기 일을 벌였다. 우연한 일이 가정을 박차게 한 것이다. 집근처인 잠실롯데월드부근에 10여평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직원 1명에 구멍가게 수준의 오퍼상이 출발이었다.?곧바로 해외출장을 나가보니까 외국제품들은 진열장 전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품은 싸구려취급을 당하고 있는거예요.? 은근히 오기가 발동한 그는 외국제품과 손색이 없는 고급 액세서리를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귀국했다.고유브랜드로 해외시장을 개척키로 하고 브랜드이름을 메마텔리?로 정했다. 메마텔리?는 다름아닌 그의 변신을 가져오게한 마트씨이름에서 따온 것. 이국 바이어와의 첫만남이 브랜드명으로 이어진셈이다.서울 암사동에 조그마한 공장을 마련하고 맹렬세일즈우먼으로 변신했다. 디자인은 자신이 직접하고 제품 하나하나는 돋보기를 보며꼼꼼히 챙겼다. 품질이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시제품을 만들어 87년1월 영국으로 날아갔다. 시작은 그리 순탄치를 못했다.대한무역진흥공사를 통해 현지 바이어와 상담약속을 한 뒤 수천마일을 날아갔건만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인도출신 현지바이어는 시제품을 내놓고 설명을 하려하자 바쁘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지구를 반바퀴돌아 찾아간 그에게 돌아온 것은 메5분간의 면담?이 고작이었던 것. ?런던의 겨울이 스산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때처럼 추위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김사장은 당시를 회고했다.당장 때려치우고 아이들이나 잘 키울까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이에 굴하지 않고 시장개척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대한무역진흥공사의 도움으로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바이어와 상담 약속을 한 뒤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창업 11년째를 맞은 올해까지 돌아다닌 나라는 줄잡아 50여개국에 달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여자로서 해외시장개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실감했다. 또 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억척스러워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었던 일은 이같은 해외시장개척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에 속한다.중동에 바이어선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무역공사 메시장개척단?의일원으로 사우디에 입국한 것은 90년초. 당시 일행은 모두 15명이었는데 김사장만이 입국이 거절됐다. 남편을 동행하지 않은 여자에대해서는 입국이 안되는 사우디의 규정때문이었다.중동국가의 이같은 규정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무역진흥공사 현지 지사에 부랴부랴 연락, 도움을 요청했다. 초조하게 직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동안 입국심사원이여권을 뒤적이다 갑자기 김사장을 불렀다. ?당신같은 인터내셔널우먼은 처음본다?며 입국을 허용했다. 그동안 세일즈를 위해 각나라를 돌며 여권에 빽빽히 찍힌 입국확인도장이 위력을 발휘했던것. 이런 우여곡절 끝에 김사장은 사우디에 입국, 상담을 성공리에마칠 수 있었다.김사장은 이나라의 여성단독입국 1호기록을 세웠고 현지 신문은1면 머릿기사로 이를 크게 보도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상공부는 김사장의 입국을 계기로 세일즈우먼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고 김사장은 전했다. 이에 힘을 얻은김사장은 남미 유럽 동남아 등을 순차적으로 돌며 세일즈에 박차를가했다.제품은 싸구려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철투철미하게 고급화를 지향했고 품질관리와 신용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런 경영방침이 효력을발휘해 매출은 급신장세를 보였다. 잘나가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연이은 금전사고, 외국 바이어 도움받아 재기91년 연달아 발생했던 사고를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그해 7월사우디아라비아 바이어로 부터 3만9천달러어치의 대금을 받지 못한것이 첫 번째 사고. 현지 바이어는 국제전신환으로 대금을 송금했으나 사우디 BCCI은행이 마약밀수관련으로 파산하는 바람에 대금이 중간에서 증발해 버렸다.두 번째 사고는 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모스크바백화점이 15만달러어치의 대금을 지불거절한 것. 이같은 사고에 이어 암사동 공장마저 불이나 거의 침몰일보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없었다. 네덜란드바이어가 제품상담차 입국,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김사장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담보가 없어서 은행돈은 쓸 엄두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돈을무기한으로 쓰라며 6만달러를 송금해주었다. 당시 이돈은 거금이었는데 김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메마텔리?를 브랜드로 한 보우실업은 순항을 거듭했다.전업주부에서 연매출 40억원 규모의 무역업체 사장으로 변신하는데는 김사장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영방침이 약효를 발휘했다.창업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제품의 고급화와 품질우선주의, 철저한신용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내가 만들고 있는 이 물건을 내 돈주고 산다?는 자세로 일할 것을 강조했다. 선적기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도록 하는등 바이어와의 신용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김사장은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샤넬제품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면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제품품질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앞으로 샤넬등 세계일류제품과도 본격경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무역관련업을 하는 남편의 이해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김사장은 이달초 바이어상담과 제품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위해 미국출장에 올랐다. 문학소녀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그의 최종목표는 메마텔리?의 세계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