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806호. 10평이 약간 넘을까 싶은 작은공간에 책상 서너개와 소파 한 세트, 벽쪽에 붙은 서가, 그리고 사무실 가운데 놓인 동그란 탁자 하나가 비품의 전부다. 상근 직원은2명.천억대 매출 회사만도 5~6개에 이르고 백억대 회사는 1백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 여성경제인연합회」의 본회 사무실 치고는 지극히 조촐한 모습이다. 3백여 「재력가」회원을 거느린 조직의 본부로서는 협소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혜련 사무국장은 『그렇지 않아도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전용 회관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경기도 가평에 2만8천평의 연수원 부지도 확보해 놓고 있어 내년은 여성경제인연합회가 크게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청사진을 펴보인다.사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암탉…운운」하는 말이 통용되었던 터라, 여성 경제인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눈에 띄게 활동을 한다는 것은 좀체 상상키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김 사무국장 말에 따르면 여성경제인연합회 결성이 논의되던 20년전 만해도 「외간 남자와 차를 함께 마시는 것 조차 터부시되던 때」여서 사업 과정에서의 불편함이라든가 심리적 고충 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결성의 동기도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경제활동하는 여자끼리 모여 어려움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자』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후배 기업인도 양성하고 경영 상담도 하자는 것으로 진전됐다.76년 11월 국제복장학원 최경자 원장외 6명이 협회 설립 모임을 갖고 이듬해 7월 한국여성실업인회를 결성했다(초대 회장에는 최 원장 추대). 이어 80년 회원 상호간 복리 증진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설립, 81년 창업 여성 대상의 경영상담실 개설, 83년 모범 여성 경영인제도 시행 (1회 수상자 소예산업 대표 이상숙), 85년 격월간회원 정보지 「여성경제인」창간, 94년 사단법인 한국 여성경제인연합회로 개칭…등이 지금까지 한국 여성경제인 연합회가 걸어온궤적이다. 회원 가입 자격은 원칙적으로 법인체의 대표이사로 국한하고 있으나 법인체의 임원 및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도 전문인력 영입 취지에서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체 회원수의 10% 가량 차지).또 전체 회원의 55%가 제조업, 나머지가 무역 유통 등 비제조업이다. 초창기에는 부동산 임대업자 등도 있었으나 세상이 바뀌면서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이 원칙연합회의 활동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정보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정보에 어둡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 GATT의 무역정보 소식지 발송을 비롯, 각종 국제 비즈니스 행사 참가 정보, 월례 조찬회, 유명 강사를 초청해 리엔지니어링 등 경영 관련 강의를 듣는 연수 세미나, 해외 공동 사업 모색 및 시장조사 등이 이러한 사업의 일환이다. 이밖에 예컨대세무사찰을 당했을 경우 회계사 소개 또는 경험자의 조언을 제공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창립 20주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연합회는 전경련 등 경제 6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경제 7단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6단체의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특히 정치와는 「불가근 불가원」을 원칙으로 하고있다.지금까지 여성 경제인연합회는 「사랑방 모임」의 성격이 강했다.이익집단, 또는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로서의 역할보다는 서로간의 심리적 결속에 더 비중을 뒀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특별 자금지원 △ 중소기업청내에 여성 기업인 전담부서 설치△ 대출상의 각종 보이지 않는 차별 철폐 등 기업 운영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쪽으로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김 사무국장은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은 여성 기업에 신용가산점을 준다거나 정부물품 조달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많은 혜택을주고 있다면서 우리정부도 여성이 사장으로 있는 기업에 대해 이제까지의 인식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무리한 경영을 하지않아 부도를 내는 사례가 적고특히 노사관리를 잘하는 등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장점이 적지않다고 말한다. 정치적 이유에서의, 또는 여성 배려라는 관점에서의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여성 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김 국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