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데이타시스템(SDS)소속으로 삼성정밀화학에 파견근무중인 S양.숙명여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D산업에서 1년 6개월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SDS에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했다. 근무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전직하기까지는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눈 앞의 불이익보다 성차별 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평생직장을 갖고 싶은 욕심에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했다.결과적으로 S양은 D산업에 있을 때보다 대리승진연도가 빨라지게됐다. 임금도 남자사원과 똑같이 받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시행돼온 삼성그룹의 신인사제도 덕분이었다.채용 승진 급여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줄어드는 방향으로기업의 인사정책이 바뀌고 있다. 여성인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성파괴」 인사정책을 도입하고 있다.여성차별을 없애는 인사원칙을 도입하는데 가장 앞장 선 기업은 삼성그룹. 대처 전영국수상을 모델로 내세운 삼성그룹은 『여성차별이 없는 사회. 그곳에 세계 초일류기업이 있다』는 광고를 통해 성차별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그룹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실제로 전계열사에서 채용 승진 급여면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대우를 받게끔 인사정책을 펴고 있다.◆ LG전자, 중간관리자 임명시 여성 적극 발탁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그룹의 신인사정책에 발맞춰 선발과승진 급여면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남녀 공히 똑같은 호봉에서 출발한다. 군필자와 군미필자 그리고 여성들의 구분이없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에 갔다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인사원칙 때문이다.승진기회도 똑같이 주어진다. 입사후 평균 4년 6개월이 지나면 대리로 승진할 수 있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 가산점이 있어 외국어에 능통한 여사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능력만 있으면 여자가 먼저 승진할 수도 있다. 현재 최고위 간부는 최인하 차장. 30대 중반으로 일반기업체 과장급에 해당된다.현대자동차는 고졸 여사원의 업무전문화에 역점을 두는 인사제도를도입했다. 문서수발 서무 비서 등에 한정됐던 업무를 기획예산 인사작업 마케팅 등 기존 남자직원들이 해오던 것으로까지 확장했다.이는 여직원의 고임금 추세와 현재와 같은 단순업무만으로는 업무효율성 및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자체 진단에 따른 것이다.현재 현대자동차에는 본사 및 영업소에 9백여명의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중 25%는 결혼한 여직원이다.또한 거의 사문화됐던 4급 대졸사원으로의 승진기회도 적극 부여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5급 고졸여사원이 입사 6년차가 되면 시험을 통해 4급대졸사원으로 승진할 수 있다. 그러나 5급여직원이 현행 업무에 만족, 실제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재까지 성동영업소 심영자씨 등 2명이 합격, 대졸여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앞으로 5급여사원의 업무전문화 교육이 강화되면 이를 활용할 여직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LG전자는 팀장이나 중간관리자 임명시 여성을 적극 발탁한다는 방침아래 신인사제도개선안을 마련중이다. 이같은 정책아래 지난94년 하반기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여성인력개발팀」이 발족됐다. 사무생산성 향상과 여직원들의 업무전문화 방안을 실무적으로연구한다. 특히 삼성 현대에 비해 간판급 여성임원이나 중간급 관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탁인사나 특별승급을 통해, 여성들에 대해 배려할 방침이다.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남자직원들의 이해를 얻는 각종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인재 개발에 공헌이 많은 관리자를 대상으로 「여성인재육성공로상」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도 공로상을더욱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여성인력개발팀의 민금란 과장은 『최고경영자가 여성인재 활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조만간여사원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올 것』이라며 『LG전자가 여성인력을 우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표시했다.이랜드도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중 하나다. 전체2천6백명중 여사원이 1천여명 가까이 된다. 여직원이 숫적으로 많은 만큼 급여나 인사 등에서도 여성파워가 드세다.신입사원 선발때부터 여성선발 비율을 할당하지 않는다. 대부분의국내 기업들이 일정한 상한선을 두고 여성들을 채용하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부서배치 때도 남녀를 가급적 구분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원할 경우 기획 영업 대리점관리 등의 부서에도 배치한다.승진때도 남녀 공히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다. 3년 6개월이 지나면 대리승진기회가 부여된다. 인사고과와 필기시험 그리고 업무관련 보고서를 종합해서 선발한다. 이때까지는 남자 군필자가 3호봉을 더 높게 책정받는다. 하지만 과장부터는 성과급 성격이 강해 호봉이 무시된다. 승진도 업무 성과에 따라 결판난다. 남성과 여성이란 성별차이가 아니라 업무능력으로 결정된다.◆ 업무보조서 전문가로 변신이랜드 인사관리팀장인 박지수 차장은 『어학 사무정리력 감각성분위기조성능력 등이 뛰어난 여성의 특질을 최대한 살리는 업무를부여하고 있다』고 인사정책을 설명했다.그렇다고 이랜드가 처음부터 여성인력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다.급속한 사세확장에도 불구, 남사원들을 제때 충원하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여성인력에 눈을 돌렸던 것이다. 물론 의류업체라는 특성도 작용했다. 특히 지난 87년과 88년의 공채여사원들의 업무능력이탁월, 이후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동부산업도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남자들의 업무보조에 한정됐던 고졸여사원의 능력개발에 역점을 둔것이 새로운 제도의 골자다. 이를 위해 여직원 업무의 전문성 제고와 개인능력 개발 지원 방향으로 각종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기존 5급(고졸) 4급(대졸)의 두직급을 5급을(고졸) 5급갑(전문대졸) 4급(대졸)으로 세분화했다. 새 제도의 도입으로 5급을에서 5급갑으로 승진하는데 3년, 5급갑에서 4급까지는 4년이 소요된다.물론 승진하기 위해서는 전산 회계 등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4급승진후 4년이 지나면 대리승진도 가능해 졌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4급여사원조차 결혼하면 퇴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대기업을 중심으로 일고있는 이같은 인사제도에 대해 한양대 경제학과 김재원 교수는 『그룹차원에서는 여성인력을 중시하나 일선부서에서 이들을 거느리는 중간관리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맞을 준비가 덜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기개성이 강하고 전문지식을 구비한 여성들과 기성세대인 중간관리자들이 종종 불협화음을 낸다는얘기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의 발달과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여성인력의 취업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같은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업인사제도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