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초만해도 미국 PC(개인용컴퓨터)메이커에 대한 4메가D램의 공급가격은 개당 20달러가 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8달러대로 뚝 떨어졌다.특히 반도체가격 폭락은 작년말부터 불거져 나온 현상이다. 일본에서도 4메가D램의 공급가격은 지난 3월11일엔 개당 1천엔 밑으로 떨어져 연초대비 하락률이 30%에 달하는 실정이다.이같은 반도체가격 폭락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2~3년간 호황을 구가하며 해당기업의 영업실적호전은 물론 전반적산업경기를 주도해온 반도체산업 경기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있어서다. 국제적 주식투자꾼들도 반도체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일희일비하곤 한다.일본 <주간 다이야몬드 designtimesp=20751>지는 최근호에서 반도체경기의 변화조짐은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분명히 드러났으며 그 계기는 2가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국내 PC시장의 성장둔화와 세계최대의 반도체메이커인 인텔사에 의한 「D램 투매」가 바로 그것이라는 지적이다.D램은 반도체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 총생산량의 약70%가PC부품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D램 시장상황은 전세계 PC출하량의4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미국시장이 작년말 크리스마스에 때맞춘 판매경쟁에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발표한 윈도95의상승효과가 가세해 PC출하대수는 전년동기비 35%나 증가한 것으로관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5%밖에 늘지 않았다. 10%포인트 차이는 바로 D램의 「과잉재고」로 귀착됐다는 얘기다. 재고량만 놓고보면 큰 물량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동안 공급부족에 시달려온 PC나 마더보드 메이커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했다.반도체경기 전망 투자꾼 일희일비연말 판매경쟁에서 한몫을 잡으려고 대량의 D램을 사들였던 메이커들은 일제히 투매와 신규발주 취소 및 수량억제방침으로 치달았다. 첫테이프를 끊은 곳이 바로 인텔이었다. 세계적인 반도체메이커이자 3대 D램 소비처이기도 한 인텔이 작년말부터 대량의 D램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4메가D램의 경우 1천만개 이상의 재고를 안고 있었던 인텔이 투매에 나서자 반도체가격은 순식간에 폭락세를 보이게 됐다. 향후 전망이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세계의 PC생산기지라고 불리는 대만 등지의매물을 부추겼다. 이에따라 작년 12월에 11달러였던 4메가의 가격이 1개월여만에 8달러대로 추락했다.후지쓰 등 일본의 반도체메이커들도 96년말의 공급단가 전망을 4메가는 9달러, 16메가는 40달러내외로 낮춰잡고 있지만 그선마저 유지될지 미지수다. 최대시장인 미국에서의 PC수요가 출하량만큼 크게 늘지 않는데다 미국경기 자체도 하강국면을 보여 개인소비지출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또 미 반도체공업협회(SIA)에서 발표하는 BB율(출하액에 대한 수주액의 비율)은 지난1월의 0.92에서 2월엔 0.90으로 더욱 떨어졌다.BB율 0.90은 1백달러어치의 반도체가 출하되는 동안 수주액은 90달러에 그쳤음을 뜻하며 이 비율이 내린 것은 반도체경기가 둔화되고있음을 시사한다.<다이야몬드 designtimesp=20756>지는 일본의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5개의 함정이 있다고 제시한다.첫째 함정은 「실리콘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반도체산업은 전년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거의 4년을 주기로 정점을 이루는 파동곡선을 그려 왔다는 점이다. 지난 20년정도를 더듬어보면76년, 80년, 84년, 88년등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피크를 기록했고올해도 이래저래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둘째는 일본의 거대한 규모의 설비투자이다. 일본 반도체메이커들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들인 자금은 매출액의 35%수준에 달하고있다. 특히 일본의 대형 10사의 경우 전체 투자액이 지난해 1조1천3백억엔으로 한해전보다 50%이상 늘어났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투자액에 육박하는 수준인데다 철강업에 비해선 20%나 웃도는 규모라는 얘기다.셋째는 반도체시장을 재역전시킨 미국의 주도권 지속이라는 점이다. 반도체산업에선 줄곧 미국이 주도해 왔지만 86년에 일본이 역전시킨데 이어 93년엔 미국이 재역전시켜 원상회복상태를 보이고있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미국 39.8%, 일본 39.5%로 근소한차이지만 미국의 시장지배력이 기술적인 우월성을 바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넷째는 아시아세력의 추격이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랭킹에서 93, 94년 등 2년연속 7위를 차지한데 이어 95년엔 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만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다섯째는 반도체협정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대립이다. 지난 91년에 맺은 신협정이 오는 7월로 기한이 끝나지만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양국간 대립이 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반도체산업이 고속성장을 지속할지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한가지분명한 것은 반도체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