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X세대 문화의 바로미터인 홍익대 부근 카페 「인디」. 출입문에 그려진 제임스 딘의 대형 초상화가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30석 남짓한 실내에도 외국 유명배우들의 사진이나 캐리커처가 붙어 있다. 저녁 8시가 갓넘은 시간에 이미 칠팔명의 청춘남녀가 자리를 잡고 있다. 기아자동차 부품수입2부에 근무하는 장종호씨도오랜만에 여자친구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 메뉴판에는 밀러 코로나하이네켄 하이트 등 국내외 맥주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는 최근20,3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맥주를 주문했다. 1병에5천원이라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연인과의 즐거운 데이트를 위해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다. 물론 레몬조각을 맥주병에 넣어 마시는 독특한 음주방식에 매료됐던 것도 사실이다.장종호씨처럼 최근 외국맥주를 찾는 20, 30대가 꾸준히 증가하고있다. 젊은층의 수요증가로 밀러(미국) 하이네켄(네덜란드)기린(일본) 등의 외국산 맥주의 수입량도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멕시코)가 특이한 음주방식과 향기로 젊은 세대에서인기 폭발중이다.◆ 외국맥주 수입 94년보다 124%증가지난해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맥주는 모두 2백55만달러(통관기준)어치. 밀러 등 미국맥주가 1백50만달러, 하이네켄이29만7천달러, 기린맥주 등 일본맥주가 19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지난 94년의 1백13만달러에 비교할 때 1백24%나 증가한 액수다.이들 맥주를 수입하는 대표적 업체로는 AM ASIA(엠아시아(밀러))국제상품마케팅(하이네켄) 수석무역(기린맥주) 유니음료(코로나)아영주산(호스트) 등이다.이들 업체중에서도 엠아시아가 매출액이나 연혁면에서 가장 앞서고있다. 엠아시아의 김삼복 사장은 10여년전부터 외국맥주를 수입해온 수입주류업계의 베테랑. 그녀는 92년 하반기부터 밀러맥주를 수입해 왔다. 그때까지 밀러맥주를 수입해 온 진로가 독자브랜드 진출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새로운 파트너로 선정된 것이다.엠아시아의 김삼복 사장은 밀러가 호평받는 원인을 『일반 맥주와달리 병두껑을 돌려서 따는 트위스트캡(twist cap)을 사용하고 병색깔도 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비열처리(coolfilter)맥주라서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내는 것도 판매증가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김사장의 말대로 지난해 밀러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유흥가와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어났다.올해도 젊은층의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외국물을먹은 X세대」의 증가로 시장전망은 밝다고 예측하고 있다.이에 따라 금년도 매출액을 1백50억원에서 1백80억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3배이상 늘려잡고 있다. 순이익도 25억원 이상 될 것으로예상한다. 엠아시아는 서울은 직접 판매하고 지방은 중간상을 통해물량을 공급한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 병당 1천3백원선에서 공급하고 있다. 무자료 상품은 보통 1천원이라고 얘기된다.밀러 맥주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맥주는 코로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레몬(원래는 라임)을 넣어 마시는 특이한 음주법과 독특한 향기로 인해 인기가 높다.(주)유니음료가 지난 3월초부터 멕시코의 그로포모델로(GroupoModelo)사로부터 독점수입하고 있다.지금까지 유통됐던 코로나 맥주는 모두 미군 PX에서 불법 유통됐던 상품들.유니음료의 김범수 과장은 『당분간 코로나 맥주의 고급이미지를유지하기 위해서 TGI FRIDAY나 고급호텔 등에서만 한정판매할 계획』이라며 『그런 연후 일반 카페나 레스토랑에 공급한다는 복안을갖고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밀러보다는 다소 비싼 1천8백원선에서 일반업체에 공급하고있다.유니음료는 수입맥주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젊은층의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 8~10%의 시장점유율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밀러와 마찬가지로 서울은 직판, 지방은 중간상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부드럽고 소프트한 밀러나 코로나에 비해 하이네켄맥주는 클래식하고 중후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국내 특급호텔에서 널리 선호하는 맥주중 하나다. 지난해 29만7천달러어치 수입, 94년보다 47% 이상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하이네켄을 수입하는 업체는 국제상품마케팅사(ICM). ICM 영업과의 김은영 과장은 『현재 특급호텔을 위주로 판매되고 있으나 보다 많은 소비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카페나편의점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15명에 불과한 영업사원을 10여명 더 충원했다. 현재 특급호텔 등은 직판방식을 취하고 지방은 중간상을 통해 공급한다.미국이나 유럽계 맥주와 달리 일본계 맥주는 국민정서를 고려해서한정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롯데호텔이나 하얏트호텔 등 일본인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호텔에서 집중판매된다.일본계맥주중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것은 기린맥주. 수석무역이92년부터 수입해 왔다. 지난해 19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94년에비해서 31%가 증가한 금액이다.◆ 일본계맥주 최다수입은 기린맥주현재 수석무역이 들여오는 기린맥주의 수입선은 일본과 캐나다 두군데다. 병맥주는 캐나다 공장에서 수입하고 캔맥주는 일본본사에서 직접 가져온다. 엔고 때문에 국내수입맥주 가운데 가장 비싼편이다. 현재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한병에 8천원선에서 판매되고있다.수석무역 이용복 영업담당 이사는 『국민정서상 일본맥주를 판매하기 위해 광고나 판촉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며 판매확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하지만 젊은층의 일본맥주에 대한 수요는 넓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지난해 몇군데 카페에서 기린맥주를 판매했는데 예상외로 젊은층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에 올해는 젊은층을 공략하는 마케팅전략을 조심스럽게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들 맥주 이외에도 아영주산이 포스터(호주) 마이크로비어(미국),미창개발이 삿포로(일본) 등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최대의 와인과 리큐르(칵테일원료) 수입업체인 아영주산의 우종익 이사는 『전체 1백억원에 달하는 수입액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조선호텔이나 신라호텔 등 국내 특급호텔 납품용으로 이들 맥주를 수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카페나 외식업체에도 본격적으로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지난해 국내 수입맥주시장 규모는 375ml 작은병을 기준할 때 약12만병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3백억원이겨우 넘는 수준. 국내 3사의 2조5천억원에 비교할 때 빙산의 한조각밖에 안되는 금액이다. 물론 무자료 시장은 이보다 최소 3배에서최대 10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수입맥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국내3사의영업력과 광고공세 판매조직이 견고하기 때문. 일본삿포로 맥주를수입했던 미창개발의 한 임원이 『국내업체의 판매망이 워낙 견고해서 수입을 포기한 상태』라고 인정할 정도다. 수입자체의 영세성도 문제다. 규모가 적다보니 광고나 판촉활동도 부담스럽다. 자연히 신규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물론 관세(30%) 주세(150%) 교육세(30%) 등 3백%가 넘는 세금도 이들 수입맥주의 소비증가를 억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율의 세금은 무자료맥주의 불법유통이란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엠아시아의 김삼복 사장은 공식통관절차를 거쳐 수입되는 밀러맥주보다최소 3배 이상되는 물량이 불법거래되고 있어 판매를 확장하는데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에 대한 수요는 계속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소비자들의 기호가 수입맥주와 비슷한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볍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 그래서 맥주수입업자들은 국내맥주3사가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보다는광고전쟁에만 매몰될 경우 예상밖으로 빨리 외국맥주가 정착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젊은층의 새로운 음주문화도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양보다는 질, 맛보다는 멋」을 추구하는이들 세대의 특성상 외국맥주를 더욱 선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수입맥주업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