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구인광고란이 등장했다. 삼성데이타시스템(SDS)이 위성통신 컴퓨터통신 등 통신분야와 정보기술연구 컨설팅 등 SI분야(System Intergration)의 경력사원을 뽑으면서 경력직사원 이외에 계약직사원과 시간제사원을 별도로 채용하겠다는 광고를 중앙일간지에 게재한 것.신입사원 경력사원이란 전통적 채용방식과 구별되는 내용이었다.일반적으로 계약직사원과 시간제사원은 공개채용이 아닌 「아름아름」으로 충원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SDS 인사팀 관계자는 『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분야 이외에는 외부인력회사나 프리랜서를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시간제와 계약직 사원의 선발동기를 밝혔다.SDS의 경우처럼 국내 업체의 채용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핵심사업(core business)을 제외하고는 인재파견회사직원을 활용하는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인력충원 뿐만 아니다. 주력사업을 제외한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가낮은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아웃소싱(outsourcing)이 기업경영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아웃소싱은 핵심적인 업무를 제외한 주변업무를 회사밖의 제3자에게 주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경영기법이다.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전화교환원 청소용역 일반경비 문서발송 등 소위 3D업종에서 아웃소싱이 성행하고 있다.재무 인사 수출입 등 전통적 화이트칼라 업무에도 이같은 조짐이보이고 있다. 이미 기업체의 전산시스템 관리 업무는 전문업체들에아웃소싱된지 오래됐다.ATI는 LG-EDS에 근무하던 전병용 사장이 지난해 설립한 신설 SI업체. 이 업체는 현재 한국전력의 방사선관리시스템과 데이콤의 인사관리시스템을 연구 개발중이다. 올해말까지 진행될 이번 사업에ATI가 아웃소싱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업무생산성 향상과 경비절약이란 취지에 맞도록 시스템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 인건비절약·전문업체 맡겨 업무효율성 높여하지만 ATI의 권순경 대리는 『이들 업체의 상당수 직원이 전산화가 진행되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제대로 업무협조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발주업체 직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조선대학교 대학행정정보망 구축에 참가했던 LG-EDS의 한 관계자도실직을 우려한 대학본부 직원들이 업무에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혀권 대리의 말을 뒷받침했다. 「정보화=실직」이라는 화이트칼라의막연한 두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미사일에서 성냥개비」까지 취급해야 하는 종합상사의 경우도 용역회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주)선경은 퇴직 여사원으로 조직된 선우사에 수출입 관련 서류 작성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또한 선우실업이란 자회사를 설립, 상무급 이상 임원들에게 배정되는 차량과 기사 관리업무를 맡긴다. 퇴직금 등 인건비 절약과 까다로운 업무를 전문업체에 맡겨,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은행도 아웃소싱을 통한 원가절감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전화교환원이나 청원경찰 등 주변업무를 외부용역업체에 맡긴지 오래다. 주택은행의 경우 지난 91년부터 청원경찰로 용역업체 사원을 쓰기 시작했다. 전체 4백50여명에 달하는 청원경찰중 1백50여명이 용역업체 출신이다. 앞으로도 자연퇴직자의 충원이나 점포증설에 따른 신규채용때에도 정식직원은 뽑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또한 가상은행이나 고객D/B(데이타베이스)를 개발하는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별도의 전산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자사업무를 전담하는동시에 외부관련업무를 위탁받아 영업도 하자는 계산이다. 제일은행의 일은시스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여사원들을 외부 인재파견회사에서 채용하는 대기업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결혼후 계속 근무함으로써 인사면에서 신진대사가 안될뿐아니라 임금상승 및 퇴직금 부담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회사측의 의도가 깔려있다.제일화재 강남지점에 파견근무중인 진용미씨(21)는 유니S사 소속이다. 강남지점에는 진씨말고도 인력파견회사 소속 여직원이 4명 더근무한다. 전체 15명의 여직원중 3분의 1에 해당된다. 회사전체적으로는 8백여명의 여직원중 3백여명이 이같은 용역업체 파견 직원이다.유니S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진씨는 보너스 4백%와 50여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제일화재 소속 여직원에 비해 보너스가 3백% 적다. 월급도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여사원 채용을 꺼리는 대기업들의 인사정책 때문에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입사했다.◆ 미·일 등 활성화…고용구조 변화예고진씨가 근무하는 유니S사는 대표적인 인력파견업체중 하나. 사무보조원이나 빌딩관리 일반경비 등에 대한 수요증가에 따라 인재파견회사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현재 2천여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가 빌딩관리나 일반경비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나머지도 여자사무보조원이나 청소용역 텔리마케팅 등 비교적 단순업무에 파견하고 있다.관리부 우천식 과장은 『근로자파견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라 재무 마케팅 비서 프로그래머 등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다』고고충을 말했다. 단순 반복업무에 머물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이나 일본의 아웃소싱은 상당히 발달한 편이다.미국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95년6월 현재 아웃소싱을하고 있는 미국업체는 전체의 45%로 전년보다 20% 가까이 증가한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을 하는 주된 원인은 단순히 원가절감에머물지 않는다. 시장변화에 대응해서 핵심사업에 치중할 수 있는시간을 버는데 주목적이 있다.미국에서 아웃소싱으로 재기에 성공한 업체는 IBM을 들 수 있다.IBM은 지난 92년부터 아웃소싱을 시작, 22만명의 정식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대형컴퓨터의 판매부진에 따른 자구책의 일환이었다.비서 급여담당 소프트프로그래머 등 모든 영역에서 아웃소싱이 진행됐다. 이결과 지난 94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미국 못지 않게 일본도 아웃소싱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각종 인재파견회사들도 성업중이다. 일본의 파스나그룹은 전문인력파견회사. 사무전문직 기술전문직 운송전문직 선전광고 등 다양한전문가들을 확보, 기업체에 파견하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파스나그룹이 급여계산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업체수가 1천개가 넘는다.아웃소싱이 미국과 일본에서 보편화됐지만 국내에 정착하려면 극복해야 할 난관도 적지않다.이승연 한국능률협회 경영전략팀 팀장은 『화이트칼라의 업무는 상호연관성이 많고 최고경영진들이 이들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특정부문만을 아웃소싱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웃소싱이 조직축소와 감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에서 이를 도입하기가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라고말했다.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박희정 연구원은 아웃소싱이 조만간 중간계층을 소멸시킬 정도로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즉 21세기 기업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스피드경영」으로 핵심 이외의 모든 업무가 외부로 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간관리층의 역할은 지금보다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신한경제연구소 박종오 연구원도 『한창 성장할 때는 인사 총무 재무 등의 비생산부문이 기업에 부담으로 와 닿지 않았으나 저성장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며 『점차적으로 사무직이 줄어드는 것이대세』라고 예측했다.아울러 고용구조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체에서 물러난 화이트칼라 가운데 프리랜서나 재택근무 등 전문성을 활용하는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어쨌든 이 화이트칼라들이 한번쯤 변화를 겪지 않으면 안될 전환기를 맞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