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의 전성시대가 분명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안정된 직장으로서의 화이트칼라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불안한직장생활로 「자격시험」 등 「홀로서기」준비를 하는 샐러리맨들이 한둘이 아니다. 개발연대의 산업역군이었던 이들이 80년대의 거센 노사분규를 헤치고 안정된 평생직장을 꿈꾸어 왔지만 경영혁신바람이 이들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명예퇴직이나 팀제전환은 물론 세대교체로 포장한 발탁인사 등으로샐러리맨들은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낮에는 직장으로, 밤에는 부업으로」 뛰고 있는 이중직업인들이 늘어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자격시험도 인기를 더해가고있다. 아예 「팽(烹)전에 차리자」는 행동파들은 호시탐탐 창업전선을 노리고 있다.엘리트 샐러리맨들은 사법고시나 변리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자격시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법시험의 경우 그동안 3백명을 뽑던 것을 올해는 5백명내외로 채용인원이 대폭 늘어나자 이미 작년부터 「옛꿈」을 되살려 직장을 팽개치고 고시촌을 찾는 직장인도늘고 있다. 신림동에 포진해 있는 고시원들에는 20대 후반에서30대 초반의 직장인 출신들이 30%정도를 차지할 정도이다.공무원시험 단과학원으로 유명한 청진동 D학원의 경우에도 직장인이나 직장인 출신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특허청 부근에 있는 변리사시험 전문학원에서도 저녁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듣는 직장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홀로서기 위한 창업스쿨 대인기그런가 하면 외국어는 「제2의 생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입사시험에서부터 외국어를 강조하는데다 인사고과나 승진에서도 중요한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종로외국어학원에선 영어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한 숙식코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근무하고 야간에만 집중적으로 영어를 익히는게 특징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 수업을 하고 아침과저녁식사를 포함한 수업료는 일시불 95만원이다. 사전에 인터뷰를거쳐 6단계 레벨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며 학급당 최대인원은 12명.회화위주의 교육이다. 『거의 다 직장인이며 나이는 30~40대(대리과장급)이고 여자분들도 8명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 이 학원관계자의 말이다. 대기업직원들이 30~4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금융권이 20%정도이며 학생들이 5~10%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선 회사돈으로 2~3명의 직원을 교대로 교육시키기도 한다.창업을 통해 홀로서기를 하려는 것도 샐러리맨들의 큰 관심사중의하나다. 각계에서 운영하는 창업스쿨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생산성본부 산하의 한국기업상담에선 「창업예비학교」와 「소자본 창업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일부 대기업그룹에선 퇴직 간부들을 회사돈으로 창업예비학교에 보내고 있으며 여타 그룹들도 이같은 방안을 강구중인 실정이다.또 중소기업은행에선 지난 90년부터 「중소기업 창업안내강좌」를개설하고 있다. 주요 강좌는 창업절차와 자금조달방법 창업성공사례 등이다. 수강인원은 1백50명정도이며 하루 6~7시간씩 3일간 교육받는다. 작년까지는 무료로 이틀 교육하던 것을 올해는 기술개발금융과 공동으로 희망자에 한해 5만원을 내면 하루 현장실습을 할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개편했다. 올해는 4월 중순께 서울지역에서 36차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지난 94년부터 대학생들을 상대로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한 「미래창업예비스쿨」을 운영하고 있다.3백명의 학생들을 모집해 2박3일동안 교육시킨다. 『21세기 주인공들에게 창의적인 노력과 의지를 북돋울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중진공 연수원(안산시 소재)의 설문수 연수사업처장은 『미래 유망업종 등을 제시하고 향후 기술발전 방향이나 세계경제의동향을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창업 성공담및 실패담을 듣고 현장방문을 마친 뒤 수강생들의 자율적인 토론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비는 실비 1만원이며 올해도 창업스쿨을 운영할 예정이다.중진공은 또 94년1월부터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어 못차리는 사람들에게 값싸게 입주시켜 개발하게 하는 「인큐베이터」이다.보육기간은 6개월에서 2년까지이며 필요에 따라 1년은 연장할 수있다. 현재 기계 전기 화학 등의 제조업체를 품은 안산과 소포트웨어업체들이 입주한 본사 및 전주 광주 등지에 보육센터를 갖고 있으며 3~4개를 추가로 짓고 있다. 안산보육센터의 경우 23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오는 6월말이면 3개 업체가 개발을 끝마치고 졸업하며 올해말에는 추가로 9개업체가 졸업할 예정이다. 이들이 기술개발을 마치고 졸업하게 되면 일단은 어엿한 사장으로 탈바꿈할수 있게 된다.이밖에 중소기업청의 승인을 받아 사단법인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에서 주관하는 경영지도사나 기술지도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있다. 국가고시인 11회 경영지도사 시험은 오는 5월26일 1차와 6월23일 2차 시험이 치러진다. 오는 4월1일부터 24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게 지도사회 관계자의 말이다.★ 미니인터뷰 / 강일택 한국생산성본부 상담지도 부장「창업스쿨」 화이트칼라를 마감하고 자기사업으로 인생의 전기를마련하고자 하거나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려 하는 (예비)사장 양성소이다.한국생산성본부(KPC)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지난 89년부터 「창업예비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교육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KPC산하 한국기업상담(주)의 강일택 부장을 만나 강의내용과 수강생들의 반응 등을 들어봤다.▶ 창업예비학교를 개설하게 된 동기는.80년대 후반에도 저희 KPC는 창업상담업무를 하고 있다. 당시 상담을 하는 동안 찾아오는 사람들이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다. 창업지원제도를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실질적도움이 되는 교육의 장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처음엔 세미나를 열었다가 참여자들의 열기가 높아 정기 코스로 만들었다.▶ 교육과정은 어떻게 짜여 있나.지난 89년부터 시작한 창업예비학교의 수강인원은 40명정도이다.월 수 금요일의 저녁 6시반부터 9시반까지 3시간씩 10번을 운영하며 강의시간은 모두 30시간이다. 올해는 두달에 한번씩 모두 6회를계획하고 있다. 수강료는 40만원인데 국고(중기청)에서 50%를 지원하고 있어 본인부담은 20만원이다. 작년까지 37회를 운영해 2천1백명정도가 수료했다. 이번에 3월25일부터 4월15일까지 38회 과정을연다. 39회는 5월2일 시작된다.▶ 강사진과 강의내용을 소개해 달라.내부강사와 실무에 종사하는 외부강사를 활용하고 있다. 창투사 관계자들의 사업아이템 선정전략과 벤처캐피털, 공인회계사의 회계실무, 국민은행 등 은행과장의 은행자금 활용방안, 무역연수원 교수의 무역성공전략 등이다. 중기청 창업지원과장의 중기지원제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 과장의 신용보증제도 등도 포함돼 있다. 저는 창업가이드 시간을 맡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수강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물론 공식통계는 아니지만 대기업의 중견간부사원을 포함해30~40%가량이 직장인이라고 보면 된다. 또 기존에 어떤 사업을 하다가 업종을 전환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10%내외이며 나머지 절반정도가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서 창업의욕에 불타는 이들이다. 작년 6월엔 삼성전자에서 회사돈을 투자해 22명이 강의를 받은 적도있다.▶ 수강생중에 학생도 있나.아직 대학생 등의 학생들이 수강한 적은 없었다.▶ 수강생들의 창업직종에 대한 관심은.강의개설 초기였던 지난 89~90년에만 해도 식품업같은 경공업을 중심으로한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반면에 작년의 경우에는제조업은 줄고 유통업이나 정보서비스 관련부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편이었다. 수강생들의 상당수가 실제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창업예비학교외에 소자본 창업세미나도 열고 있는데.분기당 1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3월21일부터 이틀간 세미나를가졌다. 시간은 오후 1시반부터 6시까지이다. 참석인원은 선착순80명인데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며 실비로 2만원씩 받고 있다.세미나의 주요테마는 프랜차이즈 개설에 관한 것이다. 소자본의 개념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어서 5천만원정도로 가능한 곳도 있고1억원이 넘게 드는 곳도 있다. 요즘들어 특히 부업형태로 창업하려는 주부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 에피소드도 많을텐데.창업지원법을 잘 몰라 5개월이나 걸려 어렵사리 승인을 받아 부지를 개발했더니 개발부담금이 부과됐다며 호소해온 경우가 있었다.창업지원법에 따라 일을 추진했으면 승인도 한달정도면 충분하고세금도 면제될텐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결국 그 사람은 세금을 물지 않으려고 개발승인건을 아예 취소하고창업지원법에 따라 새로 승인받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또 한번은 유력 화장품업체 사장의 둘째아들이 창업예비학교에 들어오기도 했다.새로 창업할 때는 무엇보다 아이템선정이 중요한데 가급적이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