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사에 새장을 연 개인마주제가 시행된 것은 93년. 1922년가을 서울이촌동 한강상설경마장에서 경마가 시작된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한국 경마는 70여년만인 93년 8월 개인마주제를 채택, 건전한 국민스포츠로서 본격자리매김에 나섰다 .경마는 원래 말을 소유하고 있는 마주들이 자신들이 직접 말을 타고 자웅을 겨루었던 경기.이것이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마주와 경마를 시행하는 단체,말을 타고 경주를 하는 기수등으로 세분화됐다. 영국 호주 등 경마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이런 시스템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경마부정 등 의혹 해소시켜그러나 우리 경마는 그동안 그렇지를 못했다. 마주,경마시행,기수관리 등을 한국마사회가 총괄하는 단일마주제를 채택,비정상적인레이스를 벌여왔다.이로인해 세계경마계에 얼굴을 내밀지 못한 것은 물론 경마부정의혹을 받는등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에까지 몰렸다.개인마주제는 이같은 한국경마의 오명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계기를마련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93년 개인마주제로 전환되면서경마의 3권분립이 비로소 실현됐던 것.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와경주마소유주체인 서울마주협회, 경마창출자인 서울경마장조기협회등이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선진경마시행의 디딤돌이 마련된 셈이었다.개인마주제가 우리 경마사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경마의 대중화. 이제도 도입이후 휴일이면 경마장을 찾는 팬들이 급증했고 매출액은 급신장세를 보였다.이와함께 개인마주제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데상당한 기여를 했다. 사회적으로 신망을 받고 있는 명망가들이 마주가 됨으로써 경마가 부도덕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개인마주제는 우리 경마문화에 이같은 긍정적인 변화를가져왔다.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모습일뿐 그 내면을들여다보면 개인마주제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있다.그 첫 번째 징후는 마주들의 이탈현상에서 발견된다. 출범시4백33명이었던 마주들은 해마다 줄어들어 올 3월말 현재 3백35명에불과한 실정이다. 4년동안 무려 1백여명의 마주들이 말을 처분하고경마장을 떠난 것이다.마주들이 경마장을 떠난 이유는 다름아닌 수익이 당초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마사회는 개인마주제로 전환하면서 마주가 되면 투자액의 30%가량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현실은 그렇지를 못했다.수익은커녕 적자를 보는 마주가 오히려 늘어났던 것.출주마중 5착까지 지급되는 상금배분율은 마주가 39.3% 마필관리사가 34.7% 조교사 11.7% 기수 11.1%를 갖도록 되어 있다. 이와함께등수와 관계없이 마주는 44만5천원의 출주수당을 받는다. 그러나마주들은 세금을 비롯 사료비,관리비등 차떼고 포떼고 나면 남는것이 없다고 말한다.◆ 세제제도 보완돼야 경마산업 발전출범초 경주마 3필을 분양받았던 마주 김모씨(46)는 『상금배분체계상의 문제점등이 개선되지않으면 마주들의 이탈현상은 가속화될가능성도 없지않다』며 경마산업발전을 위한 세제상의 제도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함께 개인마주제의 한국경마가 안고 있는 과제는 경주마의 태부족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달 24일 과천경마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모두 12경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출주마가 적어 10경주밖에열리지 못하는 기형적인 모습이 연출됐다.또 경주마 부족은 레이스의 파행운영을 가져오고 있다. 한레이스에14두까지 출전할 수 있는 경주에서 7~8두의 적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만큼 레이스의 박진감은 떨어질수밖에 없다.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질좋은 신마가 적기에 공급되기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마주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경주마 확보에 심혈을기울여야 하나 이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않은 실정이다.투자한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팽배해 있다.마주협회는 올해 모두 7차에 걸쳐 호주와 뉴질랜드로부터 6백9두의말을 들여올 예정이나 과연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국산경주마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88년이후 국산마생산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마주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 경마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마주는 생산목장을소유하고 질좋은 경주마를 길러낼 때 진가가 발휘되나 우리 경마의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외형에 걸맞는 내실의 추구. 출범 4년째를 맞는 개인마주제가 지향해야할 목표다.★ 미니 인터뷰 / 지성한 서울마주협회 회장개인마주제가 시행된지 올해로 4년째를 맞게 된다. 개인마주제는경마 대중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충분한경주마확보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2대 서울마주협회장으로 취임한 지성한 한성실업사장을 만나 경마산업발전을위한 복안을 들어봤다.▶ 개인마주제 4년을 평가한다면.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들이 마주가 됨으로써 경마의 부정적인인식을 개선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된이후 입장객과 매출이 급신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바로 경마에국민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행초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마주제는 경마의 대중화를가져오는 기폭제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경마대중화의 구체적 복안은무엇보다도 경마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웃 일본만해도 경마는 가족스포츠로 정착돼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를 못해 아쉽습니다. 경마부정등 일련의 사건들도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명망있는 마주를 적극유치하는 것이 경마대중화의 지름길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으로신망을 받고 있는 분들이 마주로 참여하고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진다면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되고 수준향상도 이뤄질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마주들이 경마장을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단기에 수익을 올리겠다는 조급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에대한 인식이 확산돼 있지 못해 안타깝습니다.또 명예와 실리 어느쪽을 택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볼 때 마주는 명예를 소중히 여겨야된다고 봅니다, 「수상이 되기보다는 마주가 되고 싶다」는 영국처칠수상의 말을 우리 마주들도 충분히 음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월 마주들과 조찬모임을 가져 개선책을 찾아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