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우리나라는 아무런 비판없이 미국의 학제를 받아들여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인 것은 껍데기 뿐이고 미국제도의 좋은 점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우선 미국교육은 암기위주, 입시위주가 아니며 고등학교에서는 같은 학년이라도 과목별 이동수업을 한다. 즉 한과목이 보통반, 우등생반, 대학수준반으로 분류돼 각각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한다.대학도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고등학교에서는 많이 놀고 대학에서는 많이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졸업할 수가 없다. 우수한 고등학교학생은 대학과목을 몇 개 이수하고 대학에 입학하므로 조기졸업이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대학원은 우리와 다른 점이 더 많다.석사학위를 받지 않고도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수학점도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이다.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은 대부분 학사학위를 받고 입학한 후 4년을더 공부해야 하므로 대학원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졸업할 때 받는학위는 MD(의학박사) 또는 DDS(치의학박사)이다. 법과대학도 학사과정을 마친후 입학하여 3년간 공부하고 졸업하면 JD(법학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경우 학사과정은 인문 사회 자연계 등 광범위한학과졸업생들이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그렇기 때문에 미국대학에서는 대학원생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일부대학에서는 학부생수만 줄이고 대학원생수만 늘리면 대학원중심대학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의대 치의대 법대 경영대 등은 대학원생과정이지만 그런 대학들은 전문대학원이라고하여학문중심의 일반대학원과는 구별된다. 학문연구로 얻는 PhD 학위는일반대학원에서만 수여된다. 결국 우리는 미국제도조차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국제적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첫째 제도적 경직성을 타파해서 대학마다 특색있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에서 모든 것을 통제해서는 안된다.둘째 입시위주의 교육을 조속히 지양하고 창의성을 교육의 목표로삼아야 한다. 오늘날 전세계가 혜택을 보고 있는 통신위성은 2차세계대전때 영국군 통신장교였던 아서 클라크의 상상력에서 시작된것이다. 40년대에는 그와 같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기술은 없었으나 클라크의 창의성은 60년대에 실현되었다.셋째 지금처럼 서울대 졸업생은 전부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세대는 역시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모교출신을 교수로 채용하는 동종번식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가급적 그 대학의 교수로 채용해서는 안된다. 꼭 해야 한다면 적어도2~3년간 다른 곳에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원생은 본교 대학원진학을 피하는 것이 학문적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는 길이다.넷째 대학원생의 양적인 팽창보다는 학위논문의 질을 향상시켜야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연간 4천4백명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학위논문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원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급해서 전시제(全時制)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위논문을 반드시 학술잡지에 게재할 의무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다섯째 대학의 기능을 구분해서 학사과정중심대학 석사학위까지 수여하는 대학 그리고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눠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백60개 대학중에서 박사학위를 주는 대학이 이미 80개가 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2천여개의 대학중에서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2백50개 정도이며 연구중심대학은 1백여개에 불과하다.여섯째 대학에서 학과별 정원을 책정할 때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철학과나 영문과 졸업생이 매년 얼마나 필요한지는 알기가 어렵겠으나 공학 의학 자연과학 등의 수요는 예측할수 있다.공학분야의 졸업생도 양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전자전기 기계분야는 아직 부족하다. 과잉공급되는 분야도 있다. 특히 자연과학분야의 학사는 과잉공급되고 있다. 수학 화학 생명과학분야의 연간 졸업생수는 우리보다 인구가 거의 3배인일본보다도 많다.결국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분야에 가서 일하게 되는 졸업생을양산하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방안들만으로는 진정한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