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최고의 오락은 도박입니다. 그 수많은 도박들 가운데 황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경마입니다. 우선 베팅이이뤄지고 승률에 갖가지 변수들이 얽혀있습니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재미, 자기가 돈을 건 말을 응원하느라 고함을 지르다보면 경마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되는거죠.』지난달 23일 과천경마장에서 만난 만화가 배금택씨의 「경마예찬론」이자 경마사업이 폭발적으로 급증한데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첫 경마가 실시된 1922년 이후 부정에 대한 의혹과 도박 등으로 곱지않은 시선속에서 소수만이 찾던 경마장. 그 경마장이 뚝섬에서 과천으로 옮긴 이후, 특히 90년대 들어 경마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목받는 레이스산업의 중심에 서있다.현재 경마가 치러지는 곳은 과천과 제주 등 2곳. 지난 한해동안 이들 경마장을 찾은 인구만도 6백51만여명에 이르며 매출액만도2조1천7백여억원을 넘어섰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년 관람객수가25%씩 증가했으며 매출액의 경우 매년 29%씩 증가한 것이다.경마산업의 급성장은 경마시행체인 마사회에도 돈벼락을 안겨주고있다. 매년 33%의 신장세를 보인 마사회이익금이 지난해만도 1천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9백4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마사회측은6백80여만명의 입장객에 2조3천1백여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7만2천4백여명이 입장해 2백46억여원의 매출액을 올린다.한국마사회의 진귀환씨는 경마산업의 급성장에 대해 『경제성장에따른 여가·레저문화의 확산으로 스포츠와 갬블(도박)의 특성을 모두 갖춰 성인들의 기호가 높아졌으며 예전과 달리 고객층이 가족연인 젊은이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된 것이 성장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예상지 등 경마관련산업 함께 팽창경마산업의 팽창은 경마와 관련된 가지치기도 활발해져 여타 부수적인 업종들을 활발히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한부에 1천2백원씩팔리는 경마예상지만도 16개에 이른다. 천리안 등 컴퓨터통신을 통한 경마정보제공자와 전화로 경마관련 음성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전문업자들도 늘고 있다. 천리안에 경마정보를 제공하는 신세대정보통신의 정석영씨(32)는 『1주일에 2천5백여건정도의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경주마와 관련해 말발굽 등을 갈아주는 장제업체들도 2억여원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천경마장 주변에는경마장을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놀이하는 사채업자들도 성업중이다. 그러나 경마산업의 급성장이란 「빛」이 강한만큼 그에 따른「그늘」도 있다. 바로 경마가 갖는 갬블 즉 도박성에서 비롯되는것이다.그래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경마에 빠져 가정을 소흘히 한 가장이 부인에게 피살당하는가 하면 경마빚을 갚느라 공금을 유용하거나 강·절도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또한 간간이 터져나오는 승부조작이나 기수 조교들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은 경마가 건전한 레저스포츠로서의 자리매김을 하지못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마정보부정유출사건이 터졌는가 하면 지난 93년에는 우승마의 고의낙마시비로 관중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단순히 경마장을 찾았다가 경마도박에 빠져드는 경우와 달리 일명「맞대기」라는 불법적인 사설경마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문제다. 「맞대기」는 돈을 걸고 마권을 구입한 사람들을 모아 자체적으로 배당률을 만든뒤 우승마를 맞히면 정한 배당률에 따라 세금없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개 폭력조직이 연루돼 있다』고 경마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한 경마평론가는 『마사회 전체매출액의 약 25% 즉 5천억원 정도가맞대기를 통해 거래되는 금액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금문제도 현행 경마산업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할문제로 꼽고있다. 불법 사설경마인 「맞대기」의 성행도 결과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세금때문에 이뤄지는 지하경제라는 것이 경마전문가들의 지적이다.현재 당선된 마권액 가운데 70%정도만이 배당금으로 환급되며 30%내외는 세금으로 떼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모일간지의 경마전문기자인 김문영씨는 『불로소득 등에 부과되는 기타소득세가 마권에부과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주후 전광판에 표시되는 배당률 자체에 이미 세금이 원천징수된 상태로 환급금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도박인가 오락인가와 같이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숙명처럼 지니고 있는 경마.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서며 경마가 성장산업으로 박차를 가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가로놓인 장애물이 곳곳에 매설돼 레저공간으로서의 「경마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