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은 생물공학에 관한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다른 생물공학 분야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못 끌고 있다. 새로운 의약품이나 농산물, 무공해 에너지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획기적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식품은 늘 주위에 있는 것, 그래서 흔하다는 인식 때문에 식품분야에 대한 생물공학적 투자가 부진한 것이사실이다.우리나라에서 식품생물공학의 역사는 길다. 된장이나 간장 등 발효식품이 모두 생물공학을 이용한 식품이다. 역사가 길기도 하지만발효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아미노산 생산의경우 제일제당과 미원이 세계 시장의 20%를 점하고 있으며 기능성감미료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됐다. 미원의 한금수 이사는 『동물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경우 미원이 세계시장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식품생명공학이란 새로운 촉매기능을 가진 효소와 유전자 탐색, 재조합미생물을 이용한 효소의 대량생산, 단백질공학에 의한 효소의성능개선 등을 통해 식품신소재와 기능성식품을 개발하는 분야다.최근 식품생명공학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분야는 비만 당뇨 고혈압 노인성치매 등에 효과를 보이는 기능성 식품 개발부문이다. 식품의 기능을 영양적 기능, 관능적 기능(맛 색깔 질감 등), 생리적기능으로 분류할 때 음식의 생리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대식품생명산업의 핵심이다. 음식의 생리적 기능이란 질병에 대응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말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노인성 치매 등 치료약이 없는 성인병에서는 약보다는 오히려 생명공학을 이용한 예방 식품 개발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치료한다고 하지만 매일 환자식을 먹고 일정 시간마다한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 균형을 유지하는 것뿐이지 완전한 치료란 있을 수 없다. 완전 치료를 생각할 수 없는 성인성 질환을 기능성 식품으로 미리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 최근 식품생명공학의 특징인 것이다.국내에서 식품신소재 개발과 식품생명공학 연구에서 앞서가는 기업으로 제일제당과 미원 풀무원 등을 들 수 있다. 제일제당은 경기도이천에 있는 종합연구소를 통해 식품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최근 식품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올리고당을 개발한데 이어 팔라티노스 등의 식품소재를 개발, 상품화하고 있다. 올리고당이란 3∼6개의 당이 연결된 혼합당으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저칼로리 천연감미료로 각광받고 있다.제일제당이 지난해에 개발한 팔라티노스는 입에서는 단맛을 내면서도 충치는 일으키지 않는 차세대 기능성 감미료다.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팔라티노스 생산에는 생명공학의 핵심기술인 바이오리액터 기술이 적용됐다. 바이오리액터 기술이란 효소나 미생물 등의 생체촉매 반응을 통해 유용한 물질을 연속적으로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유전자 조작, 세포융합, 세포배양기술 등과함께 4대 생명공학 기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팔라티노스는 초콜릿 사탕 음료 과자 등에 설탕 대용 물질로 사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제일제당은 냄새없는 마늘과 천연의 향과 맛을 내는 과일주스 및녹즙 개발에도 성공, 곧 시판할 예정이다. 열 대신 2천∼8천기압의초고압을 통해 식품내 세균을 파괴하고 미생물에 변화를 주는 것이냄새없는 마늘과 천연의 향을 가진 주스 제조의 비결이다.◆ 영양소 골고루 든 다이어트식품연구 활발미원도 경기도 이천 중앙연구소를 통해 식품신소재 개발에 박차를가하고 있다. 미원은 아미노산 및 핵산 생산 기술에서는 세계적인수준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연구실적으로는 프럭터 올리고당과 갈락토 올리고당 등 효소를 이용한 차세대 감미료 개발을 들수 있다.풀무원은 지난해말 연세대 식품생명공학과와 공동으로 식품기술연구소를 열어 식품분야에서의 산학협동을 꾀하고 있다. 풀무원의 기술연구소가 현재 진행중인 주요연구는 「전통장류용 메주 생산의산업화를 위한 기반 기술」과 「상품김치의 품질 균일화 기술」 등이다. 김치와 된장 간장등 전통식품을 과학적으로 상품화하는데 초점을 둔 연구과제들이다.전통 발효식품의 상품화 외에 풀무원은 기능성 식품 개발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가장 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연구과제는 모유에 들어있는 면역물질인 락토페린(Lactoferin)을 분리, 생산해내는 것이다. 풀무원은 모유에서 락토페린을 분리, 육종을 통한 대량생산에 성공하면 세계적으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풀무원 기술연구소의 여익현 이사는 『생명공학을 이용해 특정 기능이 첨가된 식품과 비만이나 고혈압 등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먹는 특수 용도의 식품이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생물산업계는 앞으로 전체 식품의 80∼90%가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비만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영양소는 골고루섭취하되 살은 찌지 않는 식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연구노력에 따라 최근 개발된 식품소재가 「살찌지 않는 지방(fat-freefat)」이다. 미국의 식품회사인 P&G는 2억달러를 들여 올레스트라라는 살이 찌지 않는 지방을 개발, 미국 FDA(식품의약품국)의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올레스트라는 일반 지방보다 크고 구조가단단하기 때문에 몸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P&G는FDA의 판매 허가가 떨어지는대로 올레스트라로 튀긴 감자 칩과 프렌치 후라이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일본에서도 비만과 식품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다이어트식품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또 노화와 식품의 관계와 혈전 용해를 돕는 건강보조식품 연구도 붐을 이루고 있다. 비만은 비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비만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비만에 대한과학적인 연구와 생명공학을 이용한 다이어트 식품 개발이 관심을끌 것으로 보인다.생명공학이 식품에 이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풀무원의 여익현이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균형적인 식사와 적당량의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사회가 고도화되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지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강화식품이나 특수식품 개발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머리에 좋다는 DHA성분이 들어간 우유나 과자, 무설탕 무지방 과자나 초콜릿, 지방없이 몸 안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만 제공하는 다이어트식품, 장을 깨끗이 해준다는 효소식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문제는 식품산업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인식된데다 안전한 식품신소재 개발에 대한 식품회사의 투자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윤선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국내에 선보이는 각종 기능성 식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개발돼 유행된 제품들로실제로 효능이 있는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다』 고 말한다.식품생명공학이 제자리를 잡고 식품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기능성식품이라도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는게 식품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