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끝에서 반딧불처럼 빛나는 요술나무가 등장하고 사람의수명이 1백50세로 늘어난다. 콩심은 데서 팥나고 팥심은 데서 콩난다는 식으로 속담도 바꿔써야 한다. 몇 년전 영화에 등장했던 터미네이터나 6백만달러 사나이등도 실제로 등장하게 된다. 우주왕복선이나 슈퍼컴퓨터 등 1940년의 시점에서 불가능했던 일들이 지금은현실인 것처럼 지금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듯한 일들도 21세기에는모두 가능하게 된다. 생명공학이라는 현대판 연금술을 통해서다.생명공학의 연금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승부수로재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하는 마술을 부린다. 미국 암젠사는 빈혈치료제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라는 빈혈치료제를 개발해 매년20억달러(약1조6천억원)를 번다.이 덕택으로 제약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포천지 선정 5백대기업에 들었다. 녹십자는 B형간염백신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2위자리를 차지했으며 LG화학은 인체성장호르몬 에이즈진단시약 개발등으로 무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란 생명현상의 과정을 뜻하는 「Bio」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이다.생체시스템을 이용해 인류가 필요로 하는 각종 물질을 산업적으로생산하기 위해 요구되는 제반기술을 가리킨다. 생물산업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산업을 뜻한다. 생물산업의 범위는 무한하다.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류가 필요한 모든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염백신 성장촉진제 항암제등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약부문 △벼종자개량 씨감자포메이토 메닭 슈퍼소 등을 통해 식량난을 해결하는 농업부문 △썩는 비닐과 플라스틱, 폐유 처리등 환경오염 억제 △에탄올 자동차,바이오수소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부문 △소화되지 않는 지방등 식품분야등이 모두 생물산업에 포함된다. 생명공학분야에서앞서는 나라가 21세기를 주도한다는 말은 전혀 과장된 게 아니라는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1C 노다지, 바이오산업생물산업은 기존 산업과 다른 성격을 갖는다. 부가가치가 가장 큰게 특징이다. 이는 금 1g의 가격은 14달러이고 2백56메가D램 1g은2백달러인데 인터페론 1g은 무려 5천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생물산업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세를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생물산업은 또 머리를 쓰는 두뇌산업(brain industry)이면서도 자원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자원빈국인 스위스가의약업에 주력해 세계적인 제약업체를 다수 갖고 있으며 고소득을구가하는 것은 이를 잘 나타낸다. 자원저소비는 곧바로 무공해라는것과 통한다. 미생물과 유전자를 이용해 의약품과 에너지를 만들고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생물산업이 21세기형 미래산업이라는 것은 이런 뜻에서다.세계시장 규모도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1백억달러에불과하지만 2000년에 1천억달러, 2005년에 3천5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파생되는 효과를 합할경우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1천5백억달러였던 점과 비교할 때 생물산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그러나 이 자체도 과소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국내에서도 최근들어 생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3년말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Biotech 2000)을 통해 범부처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16조원(민간 10조2천억원포함)을 쏟아부어 지난해 2천억원대인 국내시장규모를 2000년에4조원으로 높이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5%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작이다. 민간기업도 최근들어 생명공학연구소를 잇달아 설립하며관련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00년 1천억달러 시장으로 확대그러나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한 실정이다. 현재 자체연구 및 기술도입 능력을 갖춘 업체는 80개(판매회사를 포함할 경우1백20개)에 불과하다. 기술도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도입모방 개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생산기술은 70%수준으로 올라있으나 탐색기술은 60%, 개량기술은 40%선에 머무는 실정이다. 과기처는 오는 97년까지 이를 90%와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있다.다만 아미노산 발효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미원 제일제당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또 항생물질 발효생산기술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수준이며 B형 간염진단 및 백신류 생산기술도 국제수준에 도달해 있다. 신생명공학기술에 의한 재조합 단백질의학품의 생산기술도 국제수준에 육박해 재조합 인슐린, 항암제 인터페론, 인체성장호르몬등은 국내에서 개발해 판매하는 단계에 올랐다.『선진국에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격차가 크지않은데다 선진국 자체도 개발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희망은 있다.』(조중명 LG바이오텍연구소장)생물산업은 초기에 따라잡지 못하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다. 선진국들이 인체의 유전비밀을 밝히려는 인체게놈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취득한 유전자 정보를 특허로 등록해 지적재산권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또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생물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장열 박사(생명공학연구소)는 『지속적인 생명공학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생물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정부와 학계가 함께 국내 생물자원의 현황을 파악하고 자원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명공학은 현재로선 경제적 충격이 없으나 조만간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적 생명공학을 육성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21세기는 생물화사회(Bio-Society)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주인이확실하지 않은 무주공산인 상태다.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산업의주도권이 바뀐다는 얘기다. 19세기말은 증기기관, 20년대는 전기·철도산업, 50년대는 컴퓨터, 90년대는 반도체 및 정보통신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도산업이 변해왔듯이 21세기는 생물산업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