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실험실, 움직이는 광고탑」.자동차경기를 기업적 차원에서 얘기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특히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들로서는 자동차경기에 대한 이처럼적절한 묘사를 찾기도 어렵다. 자동차경기를 통해 기술적인 노하우를 얻고 차와 회사를 동시에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는 고도의 상업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돈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자동차경기를 통해 얻는 효과는 대단히 크다. 자동차산업의 토대위에 광고관광 흥행 등 제반요소가 기업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모터스포츠 분야다.우리나라에는 지난 93년 용인에 자동차 전용경기장인 모터파크 서키트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공식 카레이스 시리즈인한국모터챔피언십 경기가 모두 7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에 따라 자동차경기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파리-다카르 랠리는 쌍용자동차가 3년 연속 출전, 좋은 성적을 거둬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아시아퍼시픽랠리선수권전(APRC)은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랠리시리즈로 최근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활발히출전해 가까워지고 있다. 랠리는 이밖에도 바하1,000, 카멜 트로피등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경기가 열린다.현대자동차는 지난 91년부터 해외 랠리에 참여해왔다. 출전경기는아시아퍼시픽랠리 선수권전이다. 대회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홍콩 -북경등 해마다 6경기로 이루어진다. 이들나라들은 대부분 수출전략지역으로 따라서 담당부서도 수출계획부다. 엘란트라는 호주 뉴질랜드등에서 이대회를 통해 인정받은 성공작이었다.현대는 이 대회에 연간 16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반떼 엑센트 경주차등을 출전시켜 클래스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호주에서 열리는 슈퍼 투어링카 경기에도 현대는 2대의 엘란트라경주차를 출전시키고 있다. 성적은 중위권을 맴돌고 있으나 이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엘란트라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현대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현대는 최근 국내경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의 야심은 그룹차원에서 국내경기 우승과 우승차를 모두 석권하겠다는 것이다. 경주차는 자동차에서, 경기우승은 정유에서 각각 책임을 나누어 맡았다. 지난해부터 오일뱅크 레이싱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대정유는 올 시즌초부터 정몽혁 사장이 직접 경기장에나서 지휘감독을 하는등 몸이 달아 있다. 정사장은 『카레이스를통한 회사홍보는 그룹내에서도 참신하다는 평을 얻고 있어 지속적으로 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대자동차는 4월26일 새로 발표하는 티뷰론(아반떼 쿠페)을 기필코 국내경기에서 우승시키겠다는 각오도 갖고 있다. 티뷰론의 경기참가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표 쓸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비장하게 말할 정도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지난해 국내경기 최고종목인 투어링카A에서 기아 콩코드 경주차가 우승한데원인이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카레이스에 자존심을 걸고 있음을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는 또 98년까지 세계 정상인 FI그랑프리에진출키로 하고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그동안 여러부서에서 부분적으로 해오던 모터스포츠 관련업무를 일원화해 독립부서를 따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팀은 앞으로 국내외 각종 모터스포츠 행사에서 현대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차세대 전략부서가 될전망이다.기아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먼저 모터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보인 회사다. 기아는 88년, 93년 두차례에 걸쳐 각각랜드마스타와 스포티지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도전했으나 참패했다.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의욕만 가지고 덤빈 것이 패인이었다.기아는 94년부터 기아기술센터 내에 모터스포츠(MS) 추진팀을 두고체계적인 진출계획을 세워왔다. 그러나 회사의 누적적자와 중간경영층의 인식부족으로 자금지원과 업무협조가 원활하기 못해 진척이더딘 상태다.기아는 지난해 호주랠리에 세피아 경주차 2대를 내보내 모두 클래스 우승을 거두었다. MS추진팀이 구성된 이후 첫번째 성과였다.기아는 올해부터 APRC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출전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출전종목을 최상급으로 높이고 월드랠리카도 마련, WRC에도도전할 계획이다.◆ 서키트 건설은 정부차원 지원도 요구돼기아는 국내경기에서 그동안 힘들이지 않고 자사차를 홍보할 수 있었다. 최고종목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기아 콩코드 경주차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가 대부분의 우수선수들에게 티뷰론 경주차를 공짜로 제공하고 기술지원을 하는등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아도 이에 대해 선수확보와 경주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대우는 다른 메이커와 달리 실무진들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식이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는 94년부터 WRC와 APRC 시리즈일부경기에 출전했으나 해외 현지딜러나 회사내 카레이스 동호회를이용한 「생색내기」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연구소에서 2∼3명의관련요원을 구성, 인도네시아 랠리에 출전했다가 초반에 탈락하자그나마 팀을 해체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대우의 마케팅 총괄담당인전병희 전무는 『얼마전 김태구 회장과 간부진들이 만나 모터스포츠 분야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될것으로 전했다.쌍용자동차는 완성차 3사의 하나인 대우를 제치고 모터스포츠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쌍용은 그동안 파리-다카르 랠리에 참가해오면서 이분야의 기대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껴왔다. 쌍용 관계자들은 무쏘의 지난해 유럽시장 수출량이 94년보다 3백%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의 「맛」을 안 것이다. 더욱이 쌍용은내년부터 승용차 생산을 앞두고 있어 후발주자로서의 활로를 다각도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쌍용은 최근 기술연구소 내에 모터스포츠팀을 구성하고 내년파리-다카르랠리 3위권 진입을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내년부터 르망24시간 레이스 등 세계적인 서키트 레이스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술연구소장으로 부임한 전춘택 부사장은 『승용차 기술축적을 위해서라도 모터스포츠 분야를 확실히 개척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자동차회사의 모터스포츠 참여는 단순한 「스포츠 마케팅」 차원을넘어선다. 자동차경기는 자사차의 우수성을 현장에서 입증시키고경기를 통한 기술력의 피드백이 가능하다. 모터스포츠 분야는 이밖에도 돈이 되는 사업이 여럿 걸려 있다. 서키트(경기장) 운영은 그중에 큰 핵심을 이룬다. 세계적인 F1 서키트의 경우 한해에 한경기만 유치하지만 입장료 수익이 100억원대에 이른다. 일본 스즈카 서키트는 수용인원이 20만명 정도인데 20∼25만원짜리 입장권이 경기서너달 전에 매진된다. 게다가 경기장 주변의 호텔 및 위락시설의수입도 만만찮다. 특히 자동차경기 팬들은 사회적으로 부유계층이대부분이어서 큰 관광수입원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F1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규모의 서키트가 없는 상태다. 국제규모의 서키트는 그나라 모터스포츠를 순식간에 활성화시켜 자동차와 안전운전에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키트 건설은 이렇게 볼 때 정부차원의 지원도 요구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