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생명산업 지원은 지난 93년말에 만들어진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Biotech 2000)」에 따라 94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83년 「유전공학육성법」이 제정됐으나 후속지원조치가 뒤따르지않아 유명무실해졌던 생명산업을 21세기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위한 것이다.기본계획의 주요 골자는 오는 2007년까지 14년간 16조3백10억원(정부에서 5조7천6백50억원, 민간에서 10조2천6백60억원)을 들여 생명공학분야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 지난해 2천억원 규모에 지나지 않았던 국내 생명산업시장을 2000년에는 4조원으로 늘려 세계시장(1천억달러, 약 80조원)에서의 점유율을 5%로 높인다는야심찬 내용도 담고 있다.주요추진 과제는 △생물소재관련기술 △보건의료 △농림수산업 및식품기술 △환경·안전관리 및 생물자원보전이용기술 △대체에너지△기초생명과학 등이다. 이를위해 주무부처인 과기처는 물론 농림수산부 환경부 통상산업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6개부처가 범부처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기본계획이 처음 시행된 94년에는 20개 단위사업 2백97개 과제에4백27억원이 투자됐으며 95년에는 21개사업 6백90개 과제에6백77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94년보다 58.5%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시행계획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작년보다 32.9% 많은 9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생산 응용기술 개발에 중점둬야이같은 정부의 자금지원은 이전과 비교할 때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야 할 과제에 비해서는 아직도 「코끼리비스킷」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게임이 되지않는다. 미국은 지난 93년 40억달러(약 3조2천억원)를, 일본은 1천7백억엔(약 1조2천억원)을 쏟아부었다. 우리보다 각각 1백배와30배가 많은 수준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격차가 벌어지게 될공산이 커졌다. 기본계획에 잡힌 금액마저도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계획 대비 실행비율은 △94년 79% △95년68% △96년 64% 등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계획대로 집행돼도 빠듯한 살림인데 곳간 주머니는 도처에 구멍이 나 있는 셈이다.이는 기본계획이 「과기처 프로젝트」여서 다른 부처가 그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각부처에서는 범정부적 추진이라는 명분에 밀려 기본계획에 동의했지만 확실한 돈벌이도 되지않고 결과도 불확실한 생명공학에 「부족한」 예산을 배정하기를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색나는 자체사업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계획을 짜는 과기처에서는 엔지니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예산을 배정하는 재정경제원은상대출신이 주도권을 잡고 있어 생명공학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조중명 LG바이오텍연구소장)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한정된 자금을 좀더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생명공학 자체도 산업화가 이루어져 돈벌이가 되어야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에 걸쳐 생명공학의기초연구는 어느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산업화하기 위한생산 응용기술을 개발하는데 중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명공학은 역사가 짧아 국가차원에서 집중적인 노력이 뒷받침될경우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자금지원규모는 물론 세제지원 등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가높다. 더욱이 적은 재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q★ 인터뷰 / 장문호 과기처 화공생물연구조정관『현재 선진국과 5∼10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기술을 선진국과 경쟁가능한 수준으로 향상시켜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정부의 생명공학육성정책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장문호 과기처화공생물연구조정관은 『지난 93년말에 확정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Biotech 2000)」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경우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기술수준은 선진7개국권에 진입해 세계시장에서 5%를 차지하게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힌다.그는 『생명공학기술은 탈공해산업기술을 확보해 국제적 환경규제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국민복지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것』이라고 강조한다. 「Biotech 2000」의 올해 시행계획을 이달말께 확정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장조정관을 만나 생명공학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정책을 알아봤다.▶ 현재 국내의 생명공학의 시장과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지요.지난해말 현재 생물산업에 관여하고 있는 회사는 1백20여개사이며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회사는 80개사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명공학제품은 선진국에서 시판되는 제품을 모방한 것이 대부분이며 신제품 개발은 소수에 그치고 있는실정입니다. 생명공학 연구여건도 시설 인력 투자면에서 아직 미흡한 상태이며 창의적인 개발수준은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생명공학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은 무엇입니까.전세계 생명공학 시장은 오는 2000년대초 1천억달러로 추정됩니다.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최소한 5%를 차지하고자 과기처 통상산업부등 6개부처가 공동으로 지난 94년부터 「Biotech 2000」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획을 시행해 오면서 미비점으로 나타난중복투자의 방지, 산학연 공동연구에 대한 지원강화, 해외의 우수한 교포과학자의 국내유치 및 국제공동연구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것입니다.▶ 「Biotech 2000」에서는 매년 시행계획을 짜도록 돼있는데 올해는어떤 사업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이달말께 확정될 올해(3차 연도) 사업에는 과기처등 6개 부처에서약 9백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점 연구대상은생명공학기법을 활용한 진단시약 및 치료제의 개발기술, 형질전환동식물 개발기술, 솔잎혹파리 방제기술, 무공해 생물농약 개발, 인공씨감자의 대량생산기술, 사람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해 유전병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 등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의 유전비밀을 풀고 유전자 이상등에 따른 난치병을 고치기 위해 인체게놈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국내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선진국들은 지난 9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게놈연구에 착수해 현재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작성한 유전자 지도를 활용해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있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게 전문가들의의견입니다.정부는 이를 감안해 과기처 농림수산부 등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게놈이용연구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했으며 생명공학연구소에「게놈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의 공동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Biotech 2000」은 그동안 무관심 지대였던 생명공학의 중요성을관련부처에 확산시켜 기술개발비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기업체는 아직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산학연 협동연구는 활발하지 않은 편입니다. 정부는 기업체의 인식전환을 위해 각종 국내외 생명관련 세미나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으며 기업체 참여과제에 대한 우선지원 등으로 산업체 참여를 우선 추진할 것입니다.이와함께 대학 연구소 산업체에 대한 역할분담과 함께 협동을 위한여러시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산학연이 협동해 생명공학기술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실용화될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