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먹구름이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주민들을독려해 지붕을 다시 엮고 축대를 다지도록 하지 않을 수있습니까.』(정보통신부 Y사무관)98년으로 예상되는 통신시장개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에 우여곡절을 거치며 30여개의 신규통신서비스사업자를 선정하게 된 것도바로 물밀듯 밀려오는 「통신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설명이다.지난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로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 시장개방이 불가피 해지게 됐다. WTO체제의 취지는 모든가입국이 시장을 열어놓고 서로가 차별없이 경쟁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나라가 자국시장보호를 위해 외국기업의 시장진입을 제한해 왔지만 이제 「문고리를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면 칠 수록 스스로만 고립무원에 빠져드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시장개방중에서도 한나라의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통신분야는 WTO내의 기본통신협상그룹(NGBT)이란 협상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다. 유선전화 이동전화 국제전화 시내외전화등 모든 형태의 통신전송망 및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자유화하고 국경을 초월해 각종 기본통신사업을 할 수있도록 하기 위한 협상이다. 모든 참가국이 자국시장의 개방수준과 일정을 명시한 양허계획서를제출해야 하는 이 협상에서 우리정부도 작년말 양허안을 내놓았다.만약 양허안대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98년부터 국내통신회사에 대한 외국인지분한도는 33%(유·무선공통, 한국통신 20%)로 늘어나고동일인이 가질 수 있는 한도역시 같은 수준으로 개방된다. 사업자수도 주파수부족등 물리적인 제약이 없는 한 무제한으로 허용하며외국인의 통신회선 재판매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우리정부의 양허안은 외국회사가 국내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3년안 AT&T등의 통신서비스 출현그런데도 최근 협상분위기는 보다 대폭적인 개방을 하라는 쪽으로압력이 세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을PCS의 기술표준으로 삼은 부분은 『그자체가 서비스교역을 제한하려는 의도』라며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등의 집요한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아무리 버텨도 최초양허안만큼은 시장개방을 피할 수없다. 앞으로 2∼3년안에 AT&T(미)나 NTT(일)등의통신서비스를 받아 국제전화나 휴대폰의 다이얼버튼을 누르게 될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물론 통신시장개방이 「장롱열쇠를 넘겨줘야」하는 식의 비관적인결과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정통부 관계자는 『개방을 통한 경쟁이 통신서비스의 질적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제휴를 맺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통신시장개방이 국내업체들은 외국회사와 공동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통신등 국내업체들은 현재도 거액의 투자자금을 쾌척해가며 해외시장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작년2월 2천만달러를 들여 필리핀 통신업체인 리텔콤사의 지분20%를 사들여 경영에 참여한 후 시내외전화는 물론 최근에는 국제전화 무선호출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이동통신은 인도현지의 달미아그룹을 끌여들여 작년연말 봄베이 캘커타등 10대도시에서 무선호출기단일권서비스를 개통시켰다. 외국사들과의 기술·사업제휴등이 더욱 활발해지면 해외시장진출을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우리로서는 「호랑이앞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되새겨야 할 때다. 선진외국에 비해 분명히 낮은 기술수준이지만 스스로 통신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면 사전에 충분히 무장을 하고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아쉬울 때만 중소기업이지 막상 사업권을 쥐면 대기업들이 거들떠보겠느냐』며 『정부가 사업권을 나눠주면 끝이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