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0년에는 생명공학을 이용해 세계적인 신약을 3∼4개 만들어 생명공학을 LG화학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사업부서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위해 현재 4%수준인 연구개발투자(R&D)비율을10∼12%로 높여 나갈 것입니다.』조중명 LG바이오텍연구소장(48)은 『LG의 생명공학 기술이 세계최고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히 앞서 있다』며 『국내에서 첨단설비를 갖춘 연구소(하드웨어)를 만들었으니 최선의 결실(소프트웨어)을 얻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힌다. 조소장은 생명공학에 대해 대단한 열의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천연자원은 빈약하나 우수한 인력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분야여서 조금만 노력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생명공학은 공해가 없고 미래지향적인 두뇌산업(brainindustry)이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스위스가 산도스 시바가이기로슈 등 세계 10대 제약회사를 갖고 있는 것만 보아도 여실히 증명된다』는 설명이다.조소장은 『지난 30여년간 국가자원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에 집중된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두뇌산업에 소홀한 것은 유감』이라며 『바이오소사이어티인 21세기에는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생명공학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지난 63년만해도 유한양행은 현대자동차보다 훨씬 좋고 인기있는회사였으나 지금처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국가자원이중공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그는 생명공학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생소하던 지난 80년대초 미국휴스턴대학에서 유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학위를 마치고 곧장 귀국해 생명공학 분야에 뛰어들고 싶었으나 국내여건이 여의치않아 베일러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84년에 LG의 미국현지법인인 LBC(Lucky Biotech Co.)에 입사했다.그동안 세계최초로 단백질 감미료를 유전공학적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발명하고 인간 성장호르몬과 한국형 C형 간염진단시약을 개발하는 등 23건의 생명공학관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94년 발명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조소장은 『국내 생명공학이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및 대학이 R&D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기업 대학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벗어나 대학은 기초연구에 전념하고 기업은 이를 응용하며 정부는 교통정리를 하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 에이즈 노인성치매 등 난치병을 고치는 의약부문은 물론 바이오에너지나 무공해비료 농약 등에 생명공학이필수적 분야임을 인식하고 국가가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생명공학은 기초기술이 응용기술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라며 『아직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뒤떨어지고 있으나 희망은있다』고 강조한다.지난 10년간 유트로핀 유박스B 부스틴 등 8개 상품을 개발하면서가능성을 확인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중에도 수두백신 돼지·물고기 성장촉진제 등 3개를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조소장은 『앞으로 암 심장 및 뇌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과 바이오칩 개발 등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위해 새로운 약을 디자인하는데 핵심기술인 「단백질 3차구조 결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바이오칩은 프로토타입이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에 10년안에상품화될 전망이다.그는 『엄청난 돈을 퍼부어 가며 수십년간 유지해온 전자제품의 경우 2류를 만들고 있으나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이미 1류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생명공학의 앞날을 밝게 내다본다. B형간염백신은 스미스클라인이나 머크 등 세계적인 제약업체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彊土小國 技術大國 (땅은 좁지만 기술은 대국으로 만든다)」.대덕연구단지안에 자리잡고 있는 LG바이오텍연구소에 붙어있는 말이다. 조소장의 강한 자신감은 이런 말이 헛된 구호만이 아니라는것을 웅변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