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 먹고 입는 것도 변변찮아 경제부흥이란 명제아래국가적으로 총력전을 펼치던 시절이었다. 이런 와중에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가 시민회관(현 서울시의회) 등에서 개최했던 패션쇼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아직도 남아있던 옷에 대한전통적인 가치관과 「양장」이란 이름으로 지칭되던 서구식 의복사이의 간격이 크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패션=사치」라는 잘못된인식도 작용을 했다.『패션이란 말 자체가 낯선 말』이었다는 것이 국내 패션계의 「대모」로 불리는 국제복장학원 최경자이사장(85)의 말이다. 그래서당시 패션쇼가 열릴 때면 『패션쇼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시민회관에서)광화문까지 늘어섰으며 패션쇼장은 구경하러온 사람들로 꽉꽉 찼을 정도였다』는 것이 최이사장이 덧붙인 설명이다.그만큼 서울장안의 화제가 됐던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변했다. 누구나 패션이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시대흐름에 뒤질세라 유행을 쫓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요즘이다.옷매무새를 다듬는 것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됐을 정도로 우리의 입성이 변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은 단연패션디자이너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각종 패션쇼를 활발히개최하면서 한국패션의 세계화를 추진해온 견인차로 패션디자이너단체들이 자리잡고 있다.한국패션협회(회장 공석붕)의 박영수씨는 『진정한 패션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던 어려운 상황에서 디자이너그룹들이 주도적으로 컬렉션을 개최해 왔다』면서 『컬렉션개최를 통한 패션문화의 정착과대중화에 기여한 점이 디자이너그룹들의 가장 큰 공』이라고 말했다.우리나라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단체는 KFDA(회장 김연주). 1961년에설립됐다. 초대회장을 맡았던 국제복장학원 최이사장은 『개개인이각자 자기일만을 하면 집약되는 힘이 없는 데다 디자이너단체를 통해 한국의 패션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협회를 만들었다』고 당시 협회창립의 취지를 설명했다.◆ KFDA, 한국패션 세계홍보 및 이벤트 개최설립된 이후로 KFDA는 한국패션을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하는 한편신인컨테스트와 국가적인 주요행사의 패션이벤트를 꾸준히 벌여왔다. 패션디자이너단체들 가운데 「맏형」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을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 런던등 5대 컬렉션이 열리는 패션중심지에 못잖은 패션중심지로 만들자는 야심찬 의욕으로「서울컬렉션」이란 이름의 패션쇼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개최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지난 4월30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16번째 컬렉션을 개최했다.항상 우아한 정장 스타일을 느끼게 해주는 패션쇼가 특징이며 『주로 트렌드나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성위주의 컬렉션을 개최해 왔다』는 것이 한 협회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의류를 직접 제작·판매하는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돼 개방성이나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패션쇼외에도 KFDA는 특히 사회에의 공헌을 목표로 각종 사회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7년부터신체장애인을 위한 자선바자를 계속 개최해왔으며 무의탁노인돕기및 바자회 등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KFDA와 함께 국내 패션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은 디자이너단체가 있다. 바로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 회장 오은환)다.국내 정상급 패션디자이너들이 지난 89년 11월 구성한 단체로 정기컬렉션을 처음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모임발족 당시의 공식명칭은 서울패션디자이너협의회(SFA)였으며 94년에 현재의 이름인SFAA로 바뀌었다.모임결성 후 91년부터 매년 4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정기컬렉션을 열어왔으며 올해에는 지난 3일부터 3일간 추동 계절을 겨냥한12번째 서울컬렉션을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개최했다.SFAA의 특징에 대해 협회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가장 영향력이 큰디자이너모임으로 트렌드를 제시하는 패션쇼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전개될 패션흐름에 대한 밑그림을 던진다는 말이다.이를 뒷받침하듯 올해 열린 서울컬렉션에서 17명의 디자이너들은파스텔색조를 가미한 깨끗한 느낌의 밀리터리룩, 험란한 도시생활에서의 생존을 위한 보호복, 미래를 대비한 사이버룩 등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작품들을 등장시키기도 했다.신인발굴을 위해 준회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 가운데 쟁쟁한 해외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협회측은 『SFAA컬렉션이 세계 6대 컬렉션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SFAA의 정기컬렉션이 한국패션의 체계적인 발전은 물론 한국 디자이너들의 세계무대진출의 발판이 되는 견인차역할을했다』고 자부심을 밝혔다.뉴웨이브 인 서울(New Wave in Seoul, 회장 유정덕)은 디자이너그룹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단체다. 지난 92년 30대 디자이너들이「젊은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협조해 한국패션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모임을 결성했다.매년 두차레에 걸쳐 정기 컬렉션을 개최하고 있으며 진취적이며 실험적인 의상과 무대로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디자이너그룹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NWS, 실험적 의상·무대로 신선한 충격줘기존의 패션쇼가 열리던 호텔 등과 같은 장소를 탈피해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 백범 김구공원, 용산 전쟁기념관 등과 같은 곳에서컬렉션을 개최해 패션계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작품도개방적이며 젊은이다운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것이 많다는 것이패션계의 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소나 무대연출 등에 있어지나치게 쇼적인 면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2세 디자이너가 많은 것도 이 그룹의 특징이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인 이신우씨의 딸인 박윤정씨, 한복패션의 대가인 이영희씨의딸 이정우씨 등이 NWS에 참여하고 있다.국내 디자이너들의 자생적이고 독자적인 단체들과 달리 국제적인패션단체의 한국지부인 디자이너모임도 있다. 바로 세계패션그룹한국협회(FGI, 회장 한혜자)다.1978년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패션그룹(The FashionGroup,Inc)의 한국지부로 설립됐다. 1930년에 설립된 세계패션그룹은 패션관련업체의 영향력 있는 여성을 대표하는 비영리단체로 전세계에 43개 지부와 6천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단체인 만큼 세계패션정보를 교환하는 가교역할을 하고있다.자선쇼를 통한 근로여성의 탁아소건립이나 「시각장애자를 위한 사랑의 바자회」라는 이름의 패션쇼를 매년 개최하는 등 사회활동에큰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온 디자이너그룹이기도 하다.회원의 자격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패션의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전문직 여성을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신입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밖에 패션업계에 알려진 디자인그룹으로는 중앙디자인그룹(JDG,회장 김철웅)과 크리에이티브디자이너스그룹(CDG, 회장 하용수)등이 있다. JDG는 중앙디자인콘테스트를 거친 수상자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해마다 컬렉션을 개최하고 있으며 실험성 높은 작품들 위주로 선보이는 그룹으로 평이 나있다. CDG는 남성디자이너들만이 가입한 단체로 패션업계에서 가시적인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