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신드롬」. 무명신인이 단 한편의 드라마로, 그것도 단 한차례의 방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현상을 가르킨다.차인표는 MBC가 지난 94년 방영한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를 통해 스타반열에 올랐다. 드라마는 차인표를 스타로 만들기위해 철저하게 신세대의 취향에 맞춘 스토리와 연출로 이뤄졌다.줄거리는 주인공 위주로 전개, 만화적 요소를 가미했으며 검은 재킷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질주하는 장면과 재즈바에서 우수에 젖은얼굴로 색소폰을 부는 화면은 젊은 세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철저하게 차인표를 스타로 만들기 위한 드라마였던 셈이다.차인표 신드롬은 스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국내최초의 「사건」으로 유명하다.그렇다면 스타를 만들어내는 주역은 누구인가. 연예계는 연출자와매니저 등 스타 뒤에서 보이지 않게 지원, 관리하는 얼굴없는 사람들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스타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데 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스타의 인기를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일체의 활동을 연예매니지먼트라 한다. 스타의 곁을 항상 따라다니며 스타를 위해 가장 활발히매니지먼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매니저다.매니저는 보통 메인(main)매니저와 로드(road)매니저로 나뉜다. 메인매니저는 말그대로 스케줄관리에서 이미지관리 등 총괄적인 것을담당하고 로드매니저는 운전 가방운반 등의 잔일을 담당한다.이들 매니저는 「연예계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잡석에서 금을 골라내듯이 무명의 신인을 스타로 만들어내는 숨은 주역들이다. 이들은 스타를 탄생시킬 경우 하루 아침에 수억, 수십억원을 거머쥐기도 한다. 방송출연이나 캐스팅을 둘러싸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이유도 이같은 부와 명성이 따르기 때문이다.가요매니저가 유망한 신인가수를 발굴, 음반을 취입시켜 스타를 키우는게 주된 업무라면 연기자매니저는 소속스타를 인기드라마에 캐스팅시키는게 최대 과제다. 이들 매니저는 TV출연과 언론매체 인터뷰 섭외 의상 승용차 운전기사 등 모든 지원을 한다. 대부분 신인을 키우는데 드는 경비도 매니저의 몫이다. 그 돈은 수천원에서 억대에 이른다. 게다가 위험이 높은 일종의 선투자다.이들은 그 대가로 수입에서 일부분을 나눠 갖는데 통상 전체수입의30%정도를 차지한다. 수입규모가 클 때는 20%정도로 낮춰지고 수입이 낮은 신인인 경우에는 50%까지 높아지기도 한다.매니지먼트는 개인차원에서 기업형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개인매니저는 친분이나 가족관계를 이용한 매니저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능한 매니저는 여러 명의 연예인을 거느리고 인기스타와 신인 또는 무명을 끼워서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도 하고 수입을 신인 발굴 및 육성에 투자하는 등 체계적인 운영을 한다.기업화된 매니지먼트사는 각 연예인 가수 등의 스케줄과 이미지관리에서부터 신인발굴이나 국제무대로의 진출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스타를 관리하고 있다. 연예계에서도 개인과 방송의 관계에서기업과 방송의 관계로 틀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최근에는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탤런트들의 활동비중이 높아지면서이들을 위한 매니지먼트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매니저가 화려해 보이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으로 인식된 것도최근 인기연예인들의 드라마나 CF출연료등이 수억대를 호가하면서부터이다.2~3년전만 해도 가수나 영화배우와 달리 TV탤런트중에는 매니저를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광고시장이 커져 존재가치가 높아지면서 탤런트도 매니저를 두고 자기관리를 하게 됐다. 최근들어 탤런트 매니저업을 전문으로 하는기업까지 등장했다. 3~4년전만해도 탤런트들은 어머니나 언니 등의친지를 후견인으로 삼아 특별히 매니저를 두지 않았었다.국내에서 연예매니지먼트가 일찍이 형성된 곳은 역시 가요계다. 가요매니저들은 지난 60, 70년대에 대부분 음반회사나 작곡가들에 의존해왔다. 80년대부터는 직접 레코드제작에까지 나서는 등 시야가넓어지고 수입도 많아지면서 속칭 「가방모치」라든가 혼자하는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점차 「프로덕션 사장」으로 위상이 높아지기시작했다.90년대 들어서는 음반기획 및 전문디렉팅,공연기획 홍보 방송 행사CF 출연 재정관리 등을 위한 전문인력을 보강해 세분화하는 등 기업형태를 띠게됐다. 이 과정에서 가수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로드매니저들을 거느린 「전문프로듀서」들이 등장했다.매니지먼트와 레코드 제작을 겸하는 회사를 설립한 가요매니저들은지난 91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를 결성, 배당이나 받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선투자로 연예인을 키워내는 풍토를 형성하고 있다.현재 가요매니저들은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소속된1백60여개 회원사에 4백여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스타비즈니스 가운데 CF와 영화 TV 출연료 등 연예인들이 형성하는순수 매니지먼트 시장의 규모는 연간 6백억∼7백억원으로 추산되고있다. 주수입원이 되는 CF 출연료를 5백억원 남짓 그리고 영화와TV의 출연료시장이 1백억원을 웃돌고 있다.◆ 대기업의 ‘스타시스템’, 기업형 성공에 도전개인 매니저가 주류를 이루는 이러한 연예매니지먼트시장에 1, 2년전부터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매체의 주역은 역시 스타인데다앞으로 다매체시대가 가속되면서 이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1세기 황금시장으로 알려진 영상산업도 결국 스타를 중심으로 한사람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스타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스타시스템」에 고도의 경영기법과 경험을 잘 연결하면 개인중심의 연예매니지먼트도 기업형태로 성공할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대기업의 매니지먼트는 94년 새한미디어 계열의 디지털미디어가 설립한 「스타서치」가 처음이다. 「스타서치」는 출범하자마자 당시스타급 연예인 27명을 영입해 연예인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등 연예사업에 과학적인 분석과 마케팅전략을 펼쳤다. 지난 95년10월 경영실적 부진과 경영진의 갈등으로 문을 닫았지만 스타서치는 국내연예사업에 기업경영을 접목시키려 했던 사례로 주목받고있다.현재 한보 대우 제일제당그룹 등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성원건설이연예매니지먼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기업 매니지먼트업체는성장가능성 있는 신예의 발굴과 육성 위주로 운영하면서 조심스럽게 이 분야에 접근하고 있다.한보그룹의 독립프로덕션 「한맥 유니언」은 지난해 10월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제일제당이 투자한 「제이콤」도 신인연기자를 발굴해 자사가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시킬 계획이다. 대우가 자본투자한 영화제작사 「씨네2000」은 「씨네아카데미」에서 1년간 교육시킨후 유망한 신인들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매니지먼트를 펼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성원건설이 국내 첫 코미디전문회사인 아세아네트를 설립하는 등 연예매니지먼트기업들이보다 더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아직 국내연예매니지먼트 업계는 연예산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규모나 운영에 있어서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은 철저한 기업 시스템을 갖춘 조직적인 관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지 않으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그만큼 발전가능성과 기회도 높다고 볼 수 있다.대중문화산업의 확대와 연예매니지먼트에 대한 밝은 전망은20~30대의 젊은 고급두뇌 연예기획자들을 계속 유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예매니저란 직업이 젊은층의 선호하는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은 국내 매니지먼트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