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진태옥씨는 파리 컬렉션을 통해 여성복과 남성복 부문을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파리 컬렉션에는 93년 가을부터 올해까지6회째 참여하고 있으며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는 올초에 처음으로작품을 내보냈다.프랑소와즈(여성복)와 베베 프랑소와즈(아동복) 프랑소아즈옴므(남성복)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으며 내년초부터 여성 캐주얼부분에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파리에 지사를 마련, 파리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진태옥씨를 만나 패션철학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파리 컬렉션에 여러번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은.처음에 시작할 때는 패션에 대한 세계관이 부족했는데 참여 횟수가늘어나면서 국제 감각이 생긴 것같다. 나의 옷이 세계화하려면 유럽 사람들의 문화와 전통, 생활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깨달았다. 그러나 컬렉션에 참여할 때마다 더욱 어렵고 고통스럽다. 올라가야할 고지가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도전해볼만한 정상이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파리 무대에 서면서 느낀 어려움은.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디자인의 기본 철학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소재와 서양 소재를 접목시켜 패션의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고 싶다. 이외에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생활 주변의 모든 것이 디자인의 원천이다. 늘 깨어서 느끼려고 하고 그 느낌을 내 속에서 되새김질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디자인할 때는 표면적인 옷보다 내면적인 혼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우리 고유의 의상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전통복식을 볼때마다 어떻게 현대인의 생활에 접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남성복으로도 파리에 진출했는데 프랑소와즈 옴므에 대해 소개해달라.우리나라 남성복이 너무 개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패션이 있는 남성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프랑소와즈 옴므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남성들이 너무 감성이 없는 것같다고 느낀다.남자를 만나면 넥타이를 먼저 보게 되는데 다들 너무나 똑같아 넥타이 속에서 그 사람의 취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데 눈을 돌려야 하는데우리나라 남자들이 패션을 통해 먼저 개성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조언하고 싶은 말은.상품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이미지가 주는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빨리 전달하느냐가 상품 판매의 관건이다.이제 이미지만으로 머리에 입력하고 눈에 도장을 찍어야지 설명하려하면 안 된다.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이미지를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특징과 개성을 연구, 그것을 내세워야 한다. 외국 무대에서는 독특함이 없으면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자기의 독창성이 있어야만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디자이너와 손잡고디자이너의 부족한 마케팅력을 보조하고 지원해줄 인식있는 기업도많이 나타나야 한다.▶ 후배 디자이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어느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재능이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사람이 어떤 분야에 얼마나 미쳤는지, 얼마나 빠져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늘 디자인에 깊이 몰두해보라고, 한 번 미쳐보라고 말한다.그다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10년 단위로 그 때가되면 어떤 모습이겠지라고 머리에 그리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청사진이 없으면 중간에 좌초하기가 쉽다. 마지막으로 인성을 강조하고 싶다.디자인은 개인 작업이 아니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옆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 관심이 필요하다.★ 동양어패럴 '마르틴 시트봉'판권 인수드레스셔츠 전문업체인 동양어패럴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의판권을 인수함으로써 세계화에 다가서고 있다. 이 회사는 올 2월프랑스의 10대 디자이너의 한 사람인 마르틴 시트봉(43)과 계약을체결, 마르틴시트봉사의 지분 66%를 매입함으로써 경영권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들이기는 동양어패럴이 처음이다.동양어패럴의 마르틴 시트봉사 인수는 라이선스, 다시 말해서 해외유명 브랜드의 상표이용권이 아니라 라이선스 판권 자체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주인」이 됨으로써브랜드 라이선스를 사는 입장이 아니라 파는 입장으로 올라서게 된것이다. 고유 상표 개발만을 수입 브랜드 난립과 OEM 수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인식해 왔던 국내 의류업체에 동양어패럴의 시도는 세계화 전략의 일대 전환점이 되고 있다.동양어패럴은 마르틴 시트봉의 부채1백90만프랑(2억8천5백여만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이 회사를 인수했다. 동양어패럴은 5만프랑인 이 회사의 자본금을6백만프랑(7억5천만원)으로 늘려 3월부터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앞으로 99년까지 2천5백만∼3천만 프랑을 투자할 계획이다.마르틴 시트봉은 지난 84년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전시회)에 참가한이래 매년 유럽 유명 패션잡지의 디자이너 평가에서 10위권 안팎을유지해온 세계적인 여성 디자이너다. 마르틴 시트봉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심플하고 편안한 옷」이다. 그녀는 모던하고 감성적인 부드러움을 통해 단순하고 절제된 여성 라인으로 창조해 내고 있다.「여성의 본질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상냥하고 귀여운 이미지」라는게 마르틴 시트봉의 주장이다.마르틴 시트봉의 매장은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홍콩 등에 1백20여개가 있다. 마르틴 시트봉은 동양어패럴과 손잡음으로써 디자인 기획과 창작에만 전념하고 경영과 마케팅 홍보 판매는 모두 동양어패럴이 담당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