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프런티어」. 의류업체인 한섬을 말한다. 한섬은 참신한 시도로 패션업계의 변화를 선도해왔다. 한섬 돌풍은 90년 「시스템」이란 브랜드로 시작됐다. 확실한 개성과 분명한 고객층을 가진 시스템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특별한 성격없이 유행에 따라 옷을만들어 팔던 의류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패션 광고에서도 시스템은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다. 대부분의 의류업체가 최진실이나 채시라 등 국내 톱탤런트를 모델로 기용하던 때과감하게 외국인을 등장시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후 시스템 광고는 「시스템적」이라 해서 패션광고의 한 모델이 됐다. 수입 브랜드 하나없이 순수하게 자체 개발 브랜드만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도 한섬만의 자랑이다.한섬은 창립 9년째를 맞는 올해 또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나섰다. 7월 3일에 주식시장에 기업을 상장하는 것. 소규모 의류업체로 출발, 연 매출액 1천2백억원에 순이익 53억원을 기록하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한섬의 정재봉 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이번에 기업을 상장하게 됐는데 급성장 비결은.질에 중점을 둔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은미리 매출목표를 정해 의류를 생산한 뒤 팔리지 않으면 바겐세일을하고 그래도 남으면 재고로 처리해 70∼80%씩 대폭 할인판매를 해버린다. 한마디로 판매 위주, 외형 중심의 경영방식이다. 한섬은얼마나 팔았느냐 보다 얼마나 소비자가 만족하느냐에 중점을 뒀다.디자인과 품질 광고 유통 매장의 인테리어 등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갖도록 유도했다. 소비자 스스로 찾는브랜드를 만들자는게 우리의 목표다.▶ 한섬의 의류 브랜드는 모두 자체 개발 브랜드다. 수입브랜드가 휩쓸고 있는 의류시장에서 고유브랜드만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텐데.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 는 경향은 있지만 이말이 곧 외국 브랜드를 무조건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브랜드도 고급스럽고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만 쌓으면 얼마든지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브랜드력(力)을 키운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 10∼20대를 겨냥한의류의 경우 무명 브랜드라 하더라도 튀는 기획과 앞서가는 디자인, 세련된 광고와 매장 분위기만 갖추고 있으면 일약 일류 브랜드로 뜰 수 있다. 신세대들은 유명 브랜드를 좇아가지 않고 자신의개성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파격적인 면이많아 초기에 시장에 정착하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개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시스템의 앞선 감각이 인정받게 됐다.▶ 새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은.현재 시스템과 마인 타임 등 세가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쯤 새 브랜드를 하나 선보일 예정이다. 시스템 브랜드로 판매하는 진의류가 반응이 좋아 진을 시스템에서 분리해 신규 브랜드로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진의류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만큼 성공하리라고 본다.▶ 국내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국민성 자체가 멋에 대해 민감하기때문에 패션산업이 발전할 가능성도 많은 편이다. 게다가 패션은특별한 기술이나 원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로승패가 갈리는 산업인 만큼 우리나라가 한 번 승부를 걸어볼만한분야다. 문제는 패션에 대한 인식이다. 아직까지도 패션을 단순히옷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옷값하면 옷을 만드는데 들어간천값을 떠올리는게 대표적인 예다. 옷값은 소재값보다는 디자인에대한 부가가치로 계산해야 한다. 한마디로 패션산업은 아이디어와창의력 기획력 유행정보 등이 결합된 일종의 정보산업이다. 패션산업을 단순히 제조업이라고 생각하는데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목표는.「오늘은 국내 정상, 내일은 세계 정상」이라는 우리의 슬로건 그대로다. 단지 정상이라는 말은 매출액이 아니라 품질을 의미한다.양적인 성장은 질적 성장의 결과물일 뿐이다. 한섬의 품질은 이미국내에서는 정상급에 속한다. 앞으로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부터공략, 세계 정상에 도전하려 한다. 세계시장에서 알아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패션대국으로 발전하는데 일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