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금융장기구상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총론에는 찬성하나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기구상 자체가 먼 미래의 일을 그리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제시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각자의 처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때문이기도 하다. 각계 의견을 정리한다.◆ 미래 지나친 낙관 … 아이디어 제시도 안해정운찬 서울대 교수 다 들은 것 같고 뭘 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데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것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는게 골자인데 유신시대 5공시대등에서 교육받은 고지점령형이란 생각이 든다. 2020년이 지나치게 장미빛으로 그려져 있다. 미래에 대해 낙관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가장 중요한 하부구조는 정보통신제도를 확충하고 회계제도를 정비하는 것보다 신용사회의 구축이다. 이자율 중심의 화폐금융정책에 대해 말만 띄워놓고 어떻게 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없다. 2020년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70년대 후반의 일이 생각난다. 영국 친구 하나가 76년엔가 낸 보고서에서 90년에 한국이 영국을 따른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 『못할 이유가 없다(Why not?)』고 말한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그 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어 2020년에 영국을 제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냐고 다시 물어 당황했다. 우리는 너무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소유구조문제와 관련, 세계에 주인있는 은행이 어디있나. 현재 재벌들이 머리속에 그리는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은 세상에 없다. 체이스 맨해턴은행의 대주주인 록펠러 가문은 주식을 1%도 안갖고 있다. 사금고화도 문제고 포트폴리오 분산도 나라 전체로 볼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한국의 금융환경을 누가 가장걱정해야 하느냐에 대해 언급이 하나도 없다. 당연히 중앙은행이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중앙은행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실현성 떠나 명확한 방향 설정위성복 조흥은행 상무 실현성에 관계없이 이런 방향설정이 명확하게 이뤄진데 대해 반가웠다. 그러나 지급결제 회계 신용정보관리금융증권화등 금융하부구조와 관련해 몇가지 문제가 있다. 금융권간 전산망을 모두 연결하는데는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형평성 문제다. 현재 은행은 모든 전산망이 구축돼 있으나 증권이나보험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망(網)대 망(網)으로 연결하는 것은무임승차라는 측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또 금융개방으로 외국금융기관이 들어왔을 때 전산망 가입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외국금융기관만 이익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전자화폐는 코 앞에 닥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다. 전자화폐의 표준화는 물론이고 기기의 표준화 및 공동전산망 이용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인터넷으로 이용되는 전자결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시급히마련돼야 한다. 네트워크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기술수준을 확보해야 한다.회계제도와 관련, 시장평가제도 도입에도 문제가 많다. 현재 객관적으로 적용할 시가평가 항목이 몇 개나 되느냐. 유가증권 시세평가도 상장주식이나 일부 채권을 제외하곤 어려운 실정이다. 하물며대출채권이나 고정자산 및 부채성 예금상품에 대한 시가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등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외국평가기관의 국내영업을 조기허용해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용평가능력을 높인다는 발상은 좀 문제가 있다.먼저 국내 신용평가사들을 수적으로는 물론 규모등 능력을 배양해어느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을 때 외국사 진출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중심통화지표 문제는 통화관리와 관련된 논쟁의 단골메뉴였다. 현재 M₂는 효율성을 잃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간 형평성 문제도 일어난다. 통화관리대상을 금융권별로 구별하지 말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광의의 개념으로 해줬으면 한다.◆ 급속한 변화에 능동대처 숙명안아어윤대 고려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에 따르면 오는2020년에 한국은 세계 7대국가(G7)가 된다. 영국을 앞선다는 얘기다. 21세기 금융장기구상은 금융산업을 제조업에 부수되는 지원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국제화는 19세기말에 세계 5대강국에 속했던 베어링 은행이 네덜란드은행에 단 1달러에 팔리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매수합병(M&A)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것도 포함한다. 우리 금융산업이 내세우는 국제화가 어떤 것인지 개념을 먼저 확실히 하는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정보화와 관련된 것이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에선 은행 대신 돈을 받아준다. 최근 인터넷등으로 확산돼 금융산업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금융구상은 우리 금융산업의 현시점에서의 장점 약점이 언급되지않았다. 현재 가장 큰 약점은 부실채권이다. 제일은행은 2년전만해도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은행이었지만 부실채권으로 하루아침에무너졌다. 반면 부실채권이 없는 신한 하나은행은 잘하고 있다. 금융기관 대형화가 큰 이슈로 되고 있는데 이것도 제대로 언급되지않고 있다. 이와관련, 소유구조문제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현재증권쪽은 기업가정신이 있어 외국기관과 경쟁할 수 있다. 반면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운행만 한다. 적극적으로 테이크 하지않는다. 60년대식 경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은행장이 위험만 없으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익원천은 리스크 관리인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해임하면 모두가 몸을 사리게 마련이다.하루빨리 유니버설 뱅크로 가야 한다. 대기업들의 은행대출이 줄어들고 증권이나 해외에서 필요자금을 조달한다. 은행도 증권인수업무등도 해야 한다. 증권사도 은행업무로 나아가야 한다.◆ 금융산업간 균형적 발전 전제돼야황건호 대우증권 상무 자율화나 세계화등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어떻게 시안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느냐에 대해의문이다. 어디로 가야 되겠다고 하는 당위성이 아니라 현실적으로어디 가고 있느냐, 우리가 경쟁하기 위해 어느 집단과 조화될 것이냐, 누구를 지원해줘야 할 것이냐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이전까지는 금융의 공공성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많이 진전된것이다.대출채권 증권화는 국제적인 정합성이 있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금융권간 전산망 연결은 소비자 주권시대에 맞춰 당연히 통합돼야 한다. 유가증권 집중예탁은 거래의 원활성이나 경비절감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이 집중예탁돼야 한다.업무영역 개편과 관련, 핵심업무 진출은 본체로 하고 주변업무는자회사를 통해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현재 8개 은행이 증권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인하우스에서 증권업무도 같이 하겠다 하는 것은 균형적 발전이 아니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유니버설 뱅크로 간다는데는 동의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산업간 균형적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 회사채 인수업무는 증권의 본업인데도 은행에 이를 허용하는 것은 한쪽은 묶어 놓고 다른 쪽은풀어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분간은 본업은 서로 묶어 놓아야한다고 본다.◆ 보험산업 관련부분 너무 성급해신이영 생보협회 이사 보험산업과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4년안에시행해야 한다고 한 것은 매우 성급한 태도다. 금융형 보험상품 개발에 대해서는 변액보험을 허용해야 한다. 장기방향이 종합금융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보험의 부수업무 확대와 관련해선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국공채 창구판매가 유일하게 법적으로는 지난 4월1일부터 허용됐으나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리스나 카드 또는 부동산신탁등도 자회사를 통해서나 직접 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한다.★ 미니박스21세기 금융장기구상을 발표하면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결론을유보한채 토론과제로 남겨뒀다. 20일 공청회에서도 예상했던 대로이부분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재정경제원과 금융연구원은 이날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6월말까지 이에대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10대 토론과제중 주요사항을 정리한다.간접통화관리(1안: 2000년까지 정책금융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2안: 조기에 축소·정비) 1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할 수 있으며 선진국형 공개시장조작을 위한 하부구조를 갖출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진국 압력이 높아지고 간접통화관리방식의 시행이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RP(환매채)의 강제배정을 폐지하고 RP금리를 실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안은 간접통화관리방식의 기반을 곧바로 구축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자율성을 높이고 정책당국의 금융시장개입을 최소화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중소기업의무대출(1안: 2000년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한 뒤 그 이후제도 폐지, 2안: 99년까지 제도 폐지) 1안은 중소기업 자금지원을유지할 수 있으나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자율성을 제약하고 대기업의 탈은행화가 급속히 확대될 경우 제도의 유효성이 상실된다. 2안은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장점이 있으나 영세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커진다.신용정보관리제도(1안:공적 성격을 지닌 단일기관에 신용정보 집중의무화. 2안: 상업 베이스에 의한 신용정보업체 지원·육성) 1안은단일기관이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관리비용을 줄이고 단기간에 대량의 신용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동적인 집중에 그치고 이윤동기에 의한 적극적인 정보의 수집과 다양한 분석기법 발전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2안은 장기적으로 신용정보의 저변확대에 바람직하다.금융권간 전산망연결(1안: 현체제 내에서 상호연결. 2안: 통합금융전산망 구축) 1안은 2안보다 수행이 쉽고 복합상품개발이 용이한데다 국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안은 중복업무에 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금융권간 합의도출이 쉽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외환·자본거래자유화(1안: 외환제도개혁 수정계획대로 시행. 2안:수정계획보다 가속, 97년까지 경상외환거래·자본유출·기업의 해외자금조달등 완전자유화, 99년까지 채권시장 및 금융산업개방폭확대) 1안은 국내경제여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줄여 거시경제운영이 다소 용이하나 기업의 자금조달 및 운용에 제약을 가하고 선진국의 개방압력이 높아지는 등의 단점이 있다. 2안은 선진외환제도가 조기에 확립돼 금융개혁이촉진되는 등의 효과가 있는 반면 핫머니 유출입 등에 따라 국내경제의 안정성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 미니 인터뷰 /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이번 21C 금융산업 장기구상은 정책당국과 금융계 및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켜 최적의미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다. 금융반의 민간쪽공동반장인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구상안의 작업과정과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21C 금융산업 장기구상의 의의는.내년말까지 추진키로 했던 <신경제금융개혁방안 designtimesp=21033>이 당초 예상보다1년여 앞당겨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나아갈 장기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25년에 걸친 장기구상이어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결여된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추진되는 금융정책의 준거틀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장기구상안을 짜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문은.지난해 7월 금융반이 출범해 작업을 시작하면서 25년전인 70년대초와 현재와의 금융산업을 비교해봤다. 현재 금융산업은 그당시에는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25년후인2020년에는 변화의 폭과 질이 이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지금보다는 미래라는 시각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구상안은 25년후에 금융산업을 이끌어갈 20대들이 주역이 되도록 했다. 금융반 구성이 소장학자와 젊은 관료들로 이뤄진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장기구상의 핵심은 금융산업을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을 육성한다는것인데, 이것의 구체적 내용은.지금까지 금융은 실물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희생해 왔다. 그 결과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채권을 짊어지고 경쟁력도 형편없는 실정이다. 2000년이후에는 금융산업 자체가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성장해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력보다는 머리를 쓰는 산업이 각광을 받게 될것이다. 우리나라는 하고자 하는 의지와 지력이 있기 때문에 성공하리라고 본다. 1백% 다 달성하지 못하고 절반만 가더라도 안간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은행 증권 보험등 관련업계의 입장차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금융반 구성이 은행 증권 보험 관계자 뿐만 아니라 재정경제원과한국은행 및 조세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여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또 구체적인 업무영역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큰그림을 그리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무진들이금융연구원 교육문화회관 호암생활관 산업은행연수원등으로 옮겨다니면서 때로는 오후 2시부터 밤12시까지 토론하는등 모두가 진지하게 작업을 하면서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구상은 핵심과제랄수 있는 소유구조문제와 감독방식이 거론되지 않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소유구조문제는 중간보고서에는 들어가 있으나 다른 내용에 대한의견수렴을 위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1주일 전 조세연구원에서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논의가 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6월말까지 확정될 최종보고서에는 들어갈 것이다. 감독방식문제는 업무영역조정이 끝나는 2000년이후로 미뤘다. 은행 증권 보험을 3대기둥으로 상호진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에서 겸업을 허용하는 시대로 이행하는 때에 감독기구 자체를 다시 그려봐야 할것으로 인식을 같이했다.▶ 공청회에서는 토론과제로 유보시켰던 10개 과제는 앞으로 어떻게처리하나.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감안해 최종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다. 단일안이나 복수안을 제시하되 우세안을 제시하는 방법이 사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