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시행된지 1년이 가까워 옵니다. 쓰레기처리장과 같은기피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이나 자치구의 재무구조 불균형등 아직도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은데요.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자치시대가 됐지만 인력 재정이나 법령 및 제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같이 낮은 재정자립도나 지자체의 제한된자율권을 갖고는 지자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이같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지난 1년간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 큰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당초 예상보다 낫다고 봅니다. 지자제가 안됐으면 더 많은 문제가 누적되었을 거란 점에서지요.▶ 지자제의 성공여부는 지자체가 얼마나 빨리 재정자립을 이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시는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나 아직도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겉으로 98%에 달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 개념은 의미가 없습니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것이지 재정이 건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지하철 건설등을 위해 빚을 많이 지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지방양여금이나 지방교부세를 한푼도 받지 못하고있습니다. 내국세의 45%를 거둬 중앙정부에 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지난 1월25일 발표된 「시정운영3개년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기위해선 중앙정부의 재정적 도움이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입니다.시정운영3개년계획은 앞으로 3년동안 펼칠 시정의 기본방향이기는하나 지향해야 할 모든 내용을 다 담은 것은 아닙니다. 3년동안 조달할 수 있는 23조6천억원의 범위안에서 수립된 것이지요. 다만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녹지조성, 수돗물직결급수체계, 주택가 주차장확보등 추가로 추진할 사업을 포함하면 총28조5천억원이 필요하게돼 5조원정도 부족하게 됩니다. 중앙정부와다각적으로 협의해 나감으로써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지자체 스스로도 재정운용의 효율성을높이는 것도 과제일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와관련, 지자체로서는처음으로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재정진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는데요.IMF의 재정진단은 두가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여러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진단 경험을 가진 전문가 집단인 IMF로부터 재정진단을 받음으로써 서울시의 재정효율성을 높일수 있다는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는 재정제도에 대해 검증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제마인드를 확산시키게 됩니다. 이처럼 지자제 이후 경제마인드가 고려되고 있는 것이 큰 진전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던 바로 다음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나 취임식도 2개월이나 늦게 하셨습니다. 지하철이나한강교량 및 공공시설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삼풍사고 이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확보해 시민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게 시정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를위해 재해관련 조직을 강화한데 이어 교량 지하철등 대형시설물의유지관리에 종합적인 전산망을 구축하고 주요시설물의 이력부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지난해 2백73명이었던 구조·구난인력을 오는 98년까지 5백22명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최근 여론화되고 있는 당산철교는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올 12월중에 상부구조물을 모두 철거하고 세로보와 상판을 완전히새것으로 교체할 것입니다. 당산철교는 경량구조로 돼 있어 상부구조물을 완전히 교체하지 않을 경우 보수후에도 계속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는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이렇게 불안한 다리를 갖고 많은 사람들을 운반하면서 안전하다고 우기는 것은 문명국 사람의 의식이 아닙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불완전한보수를 하는 것보다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상부구조물을 완전히 철거·교체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확고히 하려고 합니다.서울시 문제중 하나가 심각한 교통난입니다. 지하철이나 도시도로망을 더욱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서울시의 도로율은 현재 19.8%이나 폭이 12m이상인 도로만을 감안하면 11.4%에 불과합니다. 서울시는 이같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98년까지 1조5천6백억원을 투입해 도시고속도로(48.6㎞)와간선도로(38.7㎞) 및 한강교량 등을 신설·확장할 계획입니다. 또오는 98년까지 2기 지하철을 완공할 계획이며 그때부터 3기 지하철을 착공할 것을 계획중입니다.▶ 지하철과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자금조달을 위해 한동안 검토되던 주행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있는데요.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행세 도입을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주행세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휘발유와 경유값을 올림으로써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자는 것입니다. 이와함께 혼잡통행료를징수할 것입니다. 이는 수송분담률이 14%에 불과한 승용차가 도로의 65%를 차지하고 있고 출퇴근 시간에 혼자 타는 승용차가87.5%에 이르는 상황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고육지책입니다. 오는9월1일부터 남산 1·3호터널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한 뒤 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시장께서는 오는 6월 중순부터 KBS MBC SBS등 3개 방송사에 교통관련 광고에 출연하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연하게 된 동기와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문제이고 또 많은 다른 문제가 교통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시 교통문제는 시민들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함으로써 심각한 교통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호소하기 위해 제가직접 광고에 나가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주저함없이 광고에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이견으로 사회간접자본(SOC)건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국책사업특별법(가칭)」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정부에서도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국가와 지역주민의 이해가 민주적으로 조정되면서 공익과 사익이 조화롭게 조정돼 가는 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택난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과제일텐데요.현재 68.6%인 주택보급률을 오는 2000년대초까지 90%로 높일 것입니다. 이를위해 지난 93년부터 97년까지 매년 8만호씩 주택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98년이후에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택개량사업과 재건축사업을 통해 약 30만가구의 주택이건립될 것으로 전망돼 주택부족현상은 멀지 않은 장래에 크게 완화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청 신청사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신청사건립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새로 짓는 차원이 아닙니다. 서울시의 상징물을 짓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의 이해와 참여가필요합니다. 지난 2월 신청사기획단을 발족한데 이어 전문가 시민등 사회전분야에 걸쳐 보다 광범위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신청사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건립위치와 규모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내년중 건축설계를 공모한 뒤 98년에는 건축설계을 확정짓고 99년에 착공해 2003년에 완공한다는 복안입니다.▶ 북경관에 이어 지난 4월 LA에도 서울시 홍보관을 여는등 서울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는데요. 다른 나라의지자체와 경제협력을 추진할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국가가 국제교류를 전담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가는 물론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서울시는이런 인식아래 그동안 북경 도쿄 LA 하노이 등에 홍보센터를 설치하거나 자매결연을 맺은데 이어 세계 주요 도시와 연락창구 개설및 정보망 구축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각 자치단체를 참여시키거나 해외시장조사, 중소기업관련 해외정보 설명회, 지역별 특화산업지원 등에 관해 다각적인 방면에서 다른 자치단체와 상호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일부에서 「서울시는 이제 특별시가 아니다. 서울만의 독주는 멈출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서울시특별법에 대해서도비판적 시각이 있는게 사실이고요.서울은 한국의 중추기능이 집중돼 있어 다른 시·도와 비교해 특별히 우대를 받거나 독주를 하는 듯한 오해를 받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다른 시·도에 비해 훨씬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좁은 면적에 전인구의 3분의 1이 생활하고 있어 차량 주택 사람등으로 중증 고혈압환자 같은 지경입니다. 서울시가 서울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특수한 지위를 얻거나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을 보다 정상적으로 만들고 한국이 제대로 되도록 하자는 취지지요. 국민의 올바른 이해와 함께 중앙정부 및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볼 때 가장 어려웠던 일과 보람있었던 일을 한가지씩 꼽는다면요.시정과 관련된 일이 모두 어려움의 연속입니다만 지난해 6월말 일어났던 삼풍대참사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고 규모가 커 수습에도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시정을 안정시키고 자치시정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 왔다는 데에 보람을 느낍니다.정리·홍찬선 기자 사진·황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