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카치(十勝) 와인」일본 홋카이도 이케다정에서 지난 67년부터 생산되는 포도주다. 인구 1만명의 소도시에서 생산되는 이 포도주는 달지 않고 약간 쓴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57년부터 20년간 이케다 지방의 행정책임자를 역임한 마루다니씨가 독일에 기술연수단을 보내면서 배운 노력의 결실이다.도카치와인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인구 1만명의 이케다 마을주민들은 지난 71년부터 이익을 배당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50년대 일본중앙정부로부터 재정불건전단체로 분류됐던 이케다지방정부는 일본 최초로 지난 73년 물가연동형 지방공무원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가장 모범적인 지방자치단체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지방자치단체가 납세자의 돈으로 와인을 제조, 판매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역주민의 공공복지향상과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이같은 노력은 비단 이케다 지방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행정의 비즈니스화에 앞장서는 모습은 일본에서 흔히볼 수 있다.도쿄에서 비행기로 1시간반 거리의 오이타현. 큐슈 동북부 지역에위치하고 있는 인구 1백24만명의 이 도시는 벳푸 온천으로 유명하다. 현민 1인당 소득은 2백80만엔으로 일본지방자치단체중에서30위안에 드는 부촌이다.오이타현이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전세계 지방정부의 이목을 끈 것은 「1촌1품운동」이란 독특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때문이다. 도쿄대학 법학부출신으로 통산성 전자정책과장을 역임한히라마쓰 지사는 『국가나 도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려고 해서는안된다』며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을 개발, 판매에 힘쓰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기쓰치요무 소주, 이쓰코 소주, 히메시마 참새우, 기츠키시 귤 등은 1촌1품운동의 결과로 개발된 지역특산품이다.1촌1품운동은 지역사회에 대한 경제적 기여 뿐만 아니라 주민들사이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등 경제 외적 공헌도 적지 않다. 이 운동의 성공으로 히라마쓰 지사는 내리 다섯번 지사로 선출됐다. 지난 90년에는 도쿄소재 상장기업 사장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지사」로 선발되기도했다.「지방시대=지방경영시대」라는 인식은 일본자치단체만의 특성은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지방정부나 이들 정부의 책임자들도행정에 기업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모데스토시는 기술박람회 유치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했다. 지난 84년부터 고용창출과 제조업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시정부내에 경제개발국을 운영해 오고있다. 모데스토시는 경제개발국을 통해 기업활동에 유리한 조건을구비하고 있음을 널리 알렸다. 홍보 활동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을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매년 기술박람회(Innovation EXPO)를개최했다. 기술박람회를 통해 시정부가 기술혁신과 모험기업들에대한 지원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첨단제조업체의 유치에 성공했다.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이스트포트(Eastport)시도 유사한 사례를 보여준다. 80년대 후반 이 도시는 지역제조업의 쇠퇴와 인구의 교외이주 및 높은 실업률 등으로 시재정수입원이 날로 악화되고 있었다. 시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EPA(실업 경제정책집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기구를 통해 실직자를 재훈련시키고 지역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해운업 컴퓨터산업 등지역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을 적극 유치했다. 이같은노력은 5년만에 1만4천 여명의 고용인력 창출이란 성과로 나타났다. 경제적 안정은 지역사회의 범죄발생률을 떨어뜨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부수적 효과도 가져왔다.이처럼 미국 지방정부는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거나(입지발전전략) 벤처기업육성 또는 대기업유치활동(기업발전전략)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한다. 미국 지방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지역민뿐만 아니라 언론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포천지는 지난 93년기업활동에 가장 적합한 도시(Best Cities for Business) 10개를뽑았는데 이중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도시는 랄리더햄시였다. 인구 1백여만의 랄리더햄시는 전체 주민의 31.7%가 대졸이상의 고학력자이고 이중 석사학위소지자만 해도 11.6%나 된다. 풍부한 고급두뇌 노동력은 첨단인텔리산업 유치에 구심력으로 작용했다.유럽각국의 지방정부도 마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관광수입이 주된 재정원인 로마시는 문화재개발과 관광객 유치를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로마시 전체재정에서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 넘는다. 그런 만큼 관광객 유치와 문화재 보호에 인력과 재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앙정부에서 관광정책입안 및 집행에 관한 권한도 대부분 위임받았다. 구체적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마련도 독자적으로 추진한다. 로마시는 또한 나폴리 피렌체 등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해외홍보활동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지방정부가 경제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지역민의 복지향상이나 쾌적한 주거환경건설도 지방정부의 주요 업무다.기타무라 야시야 시장. 지난 91년 당선된 일본최초의 여성시장이다. 시장에 출마하기전 8년동안 야시야 시교육위원을 역임했던 그녀는 시민들의 추대로 출마, 당선됐다. 당선직후부터 「꽃과 녹지가 가득찬 거리만들기」「사람에게 친근한 환경만들기」등 주거환경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8만 6천명의 인구중 13.4%가 노인층이란 현실을 고려, 무의탁노인에 대한 보호지원자 파견사업, 노인급식사업 등 적극적인 양로사업을 전개해 왔다.프랑스 파리의 위성도시 크레믈렝 비세트리시 클로틴 데스모 여시장. 그녀는 인구 2만 1천여명의 소도시를 문화도시로 가꾸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부분의 위성도시들이 파리문화권에 흡수되는 것과는 달리 독자적인 지역문화의 유지 개발하는데 힘을 쏟았다. 「앙드레말로 문화관」은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이곳에서프랑스 최초로 아코디언축제를 개최하는 등 문화도시의 이미지를심는데 성공했다.지방행정에 기업마인드를 도입한다거나 지역민의 복지향상에 앞장서는 지방정부지만 이들의 노력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경기후퇴나 인구감소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파생금융상품이나 증권 등에 투자, 실패하기도 한다.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는 파생금융상품의 폭락으로 파산한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 파산직전의 오렌지카운티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부유하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인구 2백60만명의 이 도시의 재정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던 15억달러를 날리면서부터다. 이 금액은 미국 자치단체 사상 가장 큰 파산 액수였다. 파산의 후유증으로 지방공무원의 월급이 감소되고 각종 사회보장비가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에주름살을 지게했다.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시는 지방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무능력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두 번(64년, 76년) 이나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지만 과다한 시설투자와 경기장시설의 재활용에실패하면서 오스트리아 지방정부중에서도 가장 부채가 많은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이같은 미국 일본 유럽의 지방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지방행정의최우선 관심사는 지역경제활성화임을 알 수 있다. 지역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야 지역주민의 복지와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주 로이 로머지사가 해외투자유치를 위해 한달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도 이같은 사정에 기인한다.미국 일본 유럽 각국의 지방정부의 이같은 모습은 중앙정치의 파당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가야 할 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