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경영」.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나타난 기업경영 신풍속도이다. 대기업들은 지자제라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발맞추어 지역본부장제도입등 지역분권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본사의 권한을 지방공장에 대폭적으로 이양했는가 하면 한 지역에집중되었던 사업활동 반경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등 지방자치단체와의 연대강화노력은 다양하다.지방화시대를 맞아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한 것은 지역본부장제도. 삼성 LG 대우 쌍용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 도입,지역별 특화경영에 나서고 있다. 가장 발빠른 변신을 한 것은삼성그룹. 삼성그룹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이전인 지난해 1월전국을 경기 중부 경북 호남 부산 영남 등 6개권역으로 구분,지역장을 임명했다. 지역장들은 전무급으로 임명해 해당지역에서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들은 지역에 걸맞는 사업아이템 개발과 그룹이미지제고 등 해당지역에서 「소그룹회장」의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의 경영흐름이 자율경영에 맞춰져 있는 만큼 각 지역장들에게도 대폭적인 권한이 부여돼 있다』고 말했다.◆ 지역특화로 사업활동반경 넓힌다쌍용그룹도 지자제출범과 동시 전국을 9개권역으로 구분한 지역협의회를 발족,지역별 균형투자등 경영다핵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94년 본사를 서울에서 경기도 송탄생산공장으로 이전했는가 하면 업무차량등 회사공용차량은 아예 현지등록을해 지역세수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방화 시대에 맞는 사업구조의 개편,현지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사업기회의 확대 등을 위해지역협의회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쌍용그룹의 복안이다.대우그룹 역시 쌍용그룹과 마찬가지로 부산 광주 등 주요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협의회를 발족시키고 지역특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우그룹은 호남에 연고가 없는 점을 감안, 하남공단에전자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LG그룹 또한 지난해 7월 10개지역본부 및 29개 지역협의회를 신설, 해당지역의 특성에 맞는 그룹차원의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한 지역에 집중돼 있는 사업활동반경을 전국적으로 넓히는 전략도적극 모색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그룹은 현대그룹. 현대그룹은 다른 그룹들이 채택한 지역협의회대신 계열사공단을 전국적으로 분산, 지방자치제시대에 대처하고 있다. 전남 여천군에 1천만평규모의 중화학공업단지를 조성중에 있으며 전북완주에는 상용차전용공장인 제2자동차공장, 충남인주에 중대형 승용차공장인 제3자동차공장을 각각 건설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오는2001년까지 모두 6조6천여억원을 투입, 율촌공단을 조성해 현대자동차 현대정공 현대미포조선 현대강관 등 4개계열사와 협력업체등2백30개업체를 입주시킬 계획이다.이같은 계획이 차질없이 마무리되면 현대그룹은 경남 울산(현대자동차 및 중공업) 경기 이천(현대전자) 경기인천(인천제철) 충남서산(현대석유화학)등 전국에 거점을 가진 그룹으로 변신하게 된다.삼성 대우 등 다른 그룹들도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전국을 거점으로한 투자분산정책을 마련해놓고 있다.지역사회의 문화사업 및 환경개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도 지자제이후의 새로운 경영풍속도이다. 선경그룹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높다. 울산에 석유화학관련 공장을 두고 있는 선경그룹은 약 1천억원을 투자, 현지에 1백11만평의 대단위 자연생태계공원을 2005년까지 조성할 방침이다. 공해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지역사회 생활환경 개선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 선경은 이에 앞서 그룹의 연고지인 수원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열람석 1천4백석의 도서관을 지난해4월 완공해 기증하기도 했다.◆ 또다른 정경유착 우려 낳기도LG그룹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산학협동 및 지역행사협찬 등을 통해 그룹이미지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차원에서최근 그룹의 5개 지역본부를 통해 생활보호대상 세대들에 1년에 걸쳐 모두 1억2천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키로 했다. 이 그룹은 이와함께 진해 진도 남원 공주 등 향토문화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대기업들의 지역본부장제, 투자분산 등은 지자제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재계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정경유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간지역밀착경영이 과열을 빚을 경우 비자금사건이 지역무대에서 터지지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재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렇게 될경우 재벌들의 밀실로비는 무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외에 다른의미를 지니지 못한다.이같은 우려 해소책은 전적으로 대기업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고자하는 마음이 얼마나 진솔한지에 달려있다.★ 미니 인터뷰 / 최수택 LG전자 전무(그룹 경기.인천지역본부장)지역본부장은 대기업 지역밀착경영의 「첨병」이다. 그룹으로부터거의 전권을 부여받고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전체 그룹경영역량을 극대화하는 조타수 역할을겸하고 있다.LG전자 평택공장 최수택전무는 그룹의 경기-인천지역 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지자제 1년동안 펼쳐진 대기업지방화전략의 공과를 들어봤다.▶ 지자제출범이후 달라진 점을 든다면.행정관료들의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청 시청등 관 출입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 기업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과거에는 도지사 한 번 만나려고 하면 몇번을 찾아가야 했으나 지금은 언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측면에서는 도지사나 시장이 먼저 찾아 지역경제활성화방안을 묻기도 합니다.이렇게 의식이 달라지게 된 것은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임명직으로 적당히 임기만 채우면 됐으나 이제는 민선자치장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익을 위해서 발벗고 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이 이런변화를 가져온 것이지요.▶ 지역단체와 주민들의 투자요구도 많을텐데.물론 지역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주민들의 요구는 많습니다. 지역본부장의 입장으로서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도와주지 못할 때는 안타깝기도 합니다.그러나 지역경제활성화의 동반자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도지사를 비롯한 지방단체장은 물론 이곳 공장 임직원들 사이에는이런 인식이 확산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회사가 외국유명회사와 기술제휴를 할 경우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지자제출범이후에는 지방단체장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는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동반자적 인식이 확산될 때 지자제의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이인제도지사의 행정목표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지사는 취임한 뒤 중소기업신용보증기금을 만들어 중소기업육성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잘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혜택은 대기업인 우리들에게 돌아오는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보증기금에 20억원을 기꺼이 출연했습니다.이와함께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하는데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 4월부터 저희 공장이펼치고 있는 「사랑의 삼각끈 운동」이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합니다. 공장내 2백여개 팀이 소년소녀가장 1명씩을 맡아 매월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공장견학을 시키는등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LG그룹의 모든 지역본부장들이 이런차원에서 지역밀착경영을 펴고 있습니다.▶ 1년여 동안 어려운 점은.물론 지자제출범이후 지방단체는 물론 주민들로부터 여러 가지 요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간혹 있기도 합니다. 행사협찬이 대부분이지요. 곤혹스러울 때도 있으나 저는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돈을 많이 벌어 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이를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지자제시대의 기업이 해야할 역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