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최근 유성구청에 8억원의 학교급식비를 지원했다. 구내초등학교에 대한 학교급식비문제는 유성구에서 기초단체장을 선출할 당시 현 구청장이 내건 선거공약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재원이갑자기 마련될리 만무하고 결국 행정예산을 요구하게 된 것. 초기에 지방재정을 총괄하는 내무부나 대전시가 난색을 표명한 것은 당연했다. 안그래도 부족한 지방행정예산을 성격이 다른 교육비로 지원한다는 것은 법적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구와의 형평에도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지방행정에서는 해당단체장이 권한을갖고 지방교육은 시도교육감이 관장하듯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그동안 확연히 구분돼 왔었기 때문이다. 유성구의 요구는 완강했고대전시는 학교급식관련법에 대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청했다. 해석은 구청장이 후원회에 가입한 후 회원자격으로 간접지원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 학교후원회에는 지역유지를 비롯, 학부모나 사회단체가 가입할 수있고 개인의 재산이나 단체의 기금등이 사용될수 있다는 해석으로 결국 편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일반예산이 교육비로 쓰였다.대전시와 유성구간의 이 작은 사례는 지방자치 1년이 노정시켰던△법적 제도적 장치의 불비 △ 부족한 지방재원이라는 문제점과 △지방현안의 해결을 위한 민원행정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세일즈행정이라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위천공단 문제, PK·TK는 평행선?지방자치를 전후해서 지역이기주의를 보여주는 크고 작은 사안들은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오고 있다. PK(부산 경남)와 TK(대구 경북)간의 힘자랑으로까지 비쳐지는 위천공단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있다. 북에 세워질 공단이 오염물질을 내보내 부산 경남의 식수원을 고갈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정화시설을 완벽히 하겠다는 보증과약속은 그저 공약(空約)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춘천시와 인근의 홍천군간에는 쓰레기매립장설치문제로 주민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울산시에서는 직할시로 승격시켜달라며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지역이기주의적인 현상들은 이미 정치적인 민주화이후 등장했으며 지자제로 인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이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긴 선진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마찰과 갈등을 해소할 만한 장치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간의 분쟁조정위원회는 심의기관으로서 결의내용의 구속력이 없고 자치단체에 대한 내무장관이나 시·도지사의 조정이나 이행명령도 대개 법적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또 자치단체의 재정취약은 지자제의 본뜻을 살리지 못하고 중앙이나 상급자치단체에 여전히 예속되고 조정당하는 결과를 낳을 소지가 크다. 지방의 평균적인 재정자립도는 60%대. 그나마 서울 부산대구등 광역시를 제외하면 20~30%의 형편없는 수준에 있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어떤 일을 스스로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의 해결은 전적으로 중앙의 정책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간에도 입장이 달라 지원을 늘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아예 세원을 넘겨달라고 하기도 한다. 중앙이라고 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재경원과 「지방의 창구」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내무부간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의 인사권에서는 벗어났으나 돈문제를 풀지 않고는 언제나 「절름발이 지자체」일 수밖에없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엽적이긴 하나 지역개발을 담당할 건설통상분야의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선심성으로 행해지는 지역단체장들의 무리한 행정등은 지난 1년을 통해서 나타난 지자제의 부정적인 측면들이다.◆ 주민·단체장, ‘낙후된 지역 살리기’ 분주지방자치 1년이 부정적인 면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전남 장성군은 민선군수가 들어선 이후 매주 금요일 지역발전을 위한 「21세기장성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각기관 기업체대표를 초청, 주민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세계화 정보화전략을 비롯한 장성군의 발전방향을 강의하고 있다. 또 부산중구와 광주동구 대전중구는 삼남협의회란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연말부터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자제의 조기정착을 위해 공동활동에 들어갔다. 정보를 교류하며 주민축제를 열고 상호간에 지역특산품전시장을 열어주는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또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단체장들의 불꽃튀는 경쟁은 지자제가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고 평가된다. 경기도와 대전시는 현재정보통신부가 조성을 추진중인 대규모 멀티미디어공단을 자기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확대를 위해 대구시장이 해외세일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남에서는 관광수익을 올리기 위해 도자기관광촌 영화촌 다도해코스등 상품의 개발과 판촉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결국 지방자치 1년은 중앙정부의 올바른 판단과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요구되는 문제점들을 드러낸데 반해 낙후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주민과 단체장들의 활기찬 변모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 인터뷰 / 권순택 대전광역시 기획관리실장대전광역시의 권순택 기획관리실장은 이번이 세 번째 지방근무다.사무관 서기관때에 이어 지난해 지방자치를 위한 단체장선거가 끝난후 승진과 함께 지금의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내무공무원으로 지내온 권실장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가나타나기에는 이르지만 지방선거이후 민원위주의 서비스행정, 단체장들의 세일즈마인드 정착이 눈에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과 지방공무원으로 일해보셨는데 차이가 많습니까.업무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지요. 중앙이 정책수립기능을 주로 하는데 반해 지방은 아무래도 집행위주의 행정을 하게 됩니다.또 기관들을 상대하는 정적인 중앙의 업무에 비해 지방은 중소기업이나 지역주민을 직접 상대하는 동적인 업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십니까.종전에는 행정의 방향이 주민보다는 관주도적인 것이었고 소모적인측면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단체장선거 이후에는 민원성시책들이 크게 늘었고 또 그것을 챙기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당장 대전시만해도 민원실이 가장 크고 공무원들의 친절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지난 1년이 준비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과거에 눌렸던 지역의 이익이 표출되면서 중앙정부와의대립도 일어날 것같은데.전면적으로 대립된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다만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지요. 예를 들면 초기에 나왔던 대전시 중구청의 반상회폐지같은 겁니다. 자잘하게 중앙정부의 입장과는 대치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지방재정이 충분치 않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떤부분을 이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대전시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75%정도에 이릅니다. 광역시중에서는광주를 제외하곤 제일 낮지요. 그러나 도의 여건은 더 나쁜 상황입니다. 그나마 상업기반이 있는 시에서는 유흥음식점의 세금같이 지방세적 성격이 강한 것은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농촌지역인 도에서는 그래서는 빈익빈 부익부만 가중될 뿐이라며 국고에서 교부세율을 조정해 더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중앙정부가 잘 해야 합니다.▶ 다른 시도에서도 공약사항으로 많이 나왔지만 경제활성화나 기업유치등의 활동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까.대전은 2차산업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고 서비스산업비중이 80%를넘는 곳입니다. 그것도 아주 영세한 소매업중심이지요. 그래서 2차산업을 유치하자는 게 기본방향입니다. 현재 대통령공약사항이기도한 과학공단조성을 대전시가 산업기반을 갖추는 마지막보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1백30만평의 부지를 마련했고 대우 LG등과 구체적인 교섭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유인책들이 필요할텐데요.일단 공단을 총괄인수하는 기업에는 대전 충청의 연고기업으로서상징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시가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줄 계획입니다.▶ 어떤 사업이나 시책을 진행시키면서 지방정부가 모든 관련 권한을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지방행정의 독자성도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정확한 것은 따져봐야겠지만 경제행정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게 사실입니다. 금융 재정등은 국가고유사무라고해서 거의 중앙정부가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징세권이다양해야 감면혜택도 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