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ISO9000시리즈를 국가규격으로 제정하면서 ISO규격에 의한 경영시스템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10여개 인증기관에서1만개업체 이상이 품질인증을 획득하면서 웬만큼 정착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국가적으로 새로운 경영시스템의 도입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도 노출시켰으며 특히 앞으로 시행될환경경영(ISO14000)분야는 품질경영보다도 훨씬 생소한 측면이 많아 제대로 된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현재 국제적으로 80여개 국가가 품질·환경경영시스템을 채택하거나 준비중에 있으며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심사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그러나 심사원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심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실무경력이나 전공등에서 일정자격을 갖춘 사람이 일주일정도의 교육코스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 이같은 과정을 통과한 심사원보에 해당되는 인력은 수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달가까운 실무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심사원자격을 획득한 인원은 약2백명이다. 이들은 국립기술품질원에 등록돼 인증기관이나 연수기관 기업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심사원 숫자가 최근의 신청기업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인증기관중 상위3개사(인증건수기준)에 속하는 능률협회의 관계자는 『우리회사만도 하반기중 ISO9000인증을 신청한 기업이 1백50개사에 달한다』며 『다른 인증기관에서 받은 신청분을 합치면 자격을 지닌 심사원들이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심사에 매달려야 하는실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ISO인증’과 ‘환경친화기업지정’의 차이는? 도입된지 수년이지난 품질부문에서도 사정이 이러하니 환경심사원의 부족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ISO14000의심사원은 외국교육기관을 통해서 자격을 획득한 1백여명이 있다.심사원의 부족은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심사부실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 ISO9000심사원자격증을 가진 전정호씨는 『심사원들이 자체적으로든 기관을 통해서든 재교육을 받아가며 ISO의 동향 등을파악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고 밝혔다.심사부실은 다만 심사원 부족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식부족에서일어나기도 한다.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한 심사원은 인증을 받고자하는 업체사장중 상당수는 단지 인증서취득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말한다. 『기초단계에서 최종인증을 받기까지 최소 7~8개월 걸리는작업을 어렵사리 업체사장을 설득해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공장에서 불과 3~4개월만에 교육 몇번 하더니 인증서를 받는것입니다. 사장은 단지 시간만을 비교해서 왜 당신은 두배나 걸리느냐며 빨리 끝내달라고 독촉하더군요』실제 ISO인증의 효과는 인증서를 받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증을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불량률을 떨어뜨리고 회사조직간에 수평 수직적인 연계를 통해서 업무효율을 높이는데 있다.동사무소같은 말단행정기관(영국)이나 공항(싱가포르)등 품질과 무관해 보이는 곳에서도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ISO14000과는 별도로 환경부에서는 환경친화적 기업지정제도를 운영해왔다. 기존의 환경모범업소제도를 개선, 운영하고 있는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제도의 시행이 정부의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당초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환경부에서 총괄하고 있었으니 아무 갈등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ISO에서 환경경영을 도입하자 이는 국제통상적인 면을 갖고 있어 통상산업부에서 관장하게되고 환경부에서도 밥그릇을 놓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부랴부랴 환경친화기업이란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환경친화기업지정과 ISO환경인증획득간에 「상호호환성」을가질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두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꾀하고 있다.그러나 지정받거나 인증을 획득하면 조세감면을 비롯한 갖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두 개의 성격이 비슷한 「자격」을중복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