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이 한일공동개최로 결정됐다.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세계에 대해 양국이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이 된 것을어필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말할 것도 없이 과거 수십년간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발전을 지탱해 온 것은 재벌을 필두로 하는 기업이었으며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었다.그러나 한국이 경제대국이 될수록 한국적 경영은 어떤 것이 돼야할것인지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정부의 보호정책에 기대어 외국의 자금과 기술을 이용하면서 세계시장과는단지 수출을 통해서만 연결되고 경영의 문제는 한국국내에서만 생각하면 됐다.경제대국이 된 현재 한국기업은 2개의 경영상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적 경영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에게 종합적 가치 제공하는 신경영첫째는 종래와 같이 국내시장의 폐쇄성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가운데 자유화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져 한국의 국내시스템과 세계시스템이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둘째는 세계경제가 현재 제3차산업혁명이라 부를만한 큰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한국기업도 이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피해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제3차산업혁명은 18세기말 영국에서 일어난 제1차산업혁명, 19세기말 미국에서 일어난 제2차산업혁명에 필적하는 것으로 1백년만에한 번 일어날까 말까할 정도의 큰 변화다.그 내용은 우선 기업활동에서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통신의 발달은 국경을 넘어 싼값에 대량으로 사람 물건 자금 정보의 이동이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장의 개념이가정시장에서 개인시장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커맨(휴대형레코더)이나 PC(개인용컴퓨터)는 개인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형적인 제품이다. 또 하나는 컴퓨터나 통신장비 등의 기술발전이 거듭되면서 다양하고 변화하기 쉬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 그것을 생산이나 판매에 이용하는 네트워크적인 경영시스템의 구축이가능해지게 됐다는 점이다.근대적 대기업의 성립과 현재 기업경영의 기본을 만들어낸 것은19세기말에 미국에서 일어난 제2차산업혁명이었다. 이때 미국에서는 대량생산과 대량판매에 기초한 「통합된 기업」이 출현했다.당시는 소비의 단위가 가정이었으며 가정시장을 향해 어떻게 하나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판매함으로써 단가를 떨어뜨릴 것인가에따라 경쟁력이 결정됐다.이같은 구조에서 다양성과 코스트는 한 개를 취하기 위해 다른 한개를 버려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관계였다.통합된 미국기업들은 장기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소매업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백화점 통신판매점 체인점 슈퍼마켓 디스카운트스토어(할인점)등 모두가 도매기능을 통합, 제조업자로부터 상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박리다매를 추구했다.또 이같은 대기업이 형성된 시기는 미국에서 부족해진 노동력을 동·남부유럽으로부터의 이민으로 채웠다.◆ 제2차 산업혁명의 경영, 미국적 경영으로 지탱영어를 만족스럽게 구사하지 못하고 산업사회에도 익숙하지 않은이민노동자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와 노동자를 분리해서 우수한 관리자의 명령대로 노동자를 일하게 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는 기업내에서 일종의 계층구조를 만들어냈다. 경영학자 테일러가 얘기하는 과학적 관리법의 전형을 따르려 노력한 것이다.제2차산업혁명의 경영은 미국기업에 의해 처음 도입된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미국적 경영이나 포드의 생산시스템이 전형적인 예라고해서 포드생산시스템이라고 불리고 있다.제2차 세계대전을 큰 피해없이 보낸 미국경제의 강점은 이같은 빅비즈니스(통합된 기업들을 지칭)들의 미국적 경영에 의해 지탱됐다고 알려져 이후 기업경영의 세계적 모델이 됐다.◆ 제3차혁명의 경영방식, 일본서 발전이 때문에 생산성본부같은 조직들이 생겨나고 미국으로 사절단을파견, 1960년대에 걸쳐 많은 일본기업이 미국적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려 했다. 저명한 경영학자나 비즈니스컨설턴트를 초빙, 품질관리(QC)등과 관련된 최신의 경영기법을 학습했다.이렇게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각종의 경영수법은 패전후 일본의 사회경제구조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나갔다. 그 전형이 QC사이클의 발전이며 전후 화이트칼러와 블루칼러간 차별의 소멸, 고도성장과 피라미드형 인구구조에 적응하는 형태인 종신고용 연공서열임금 기업내조합 등 인적자원을 기초로 하는 이른바 일본적 경영이배양됐다.1970년대초반 간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는 고도성장을 지탱한 일본기업의 경영방식으로 인적자원을 기초로 한 일본적경영을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적경영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그후 1970년대 무렵부터 위에 언급한 환경변화가 일어나기 시작,이에 대응해서 많은 일본기업들이 새로운 경영방식을 구축해 들어갔다. 그 경영방식은 다양하면서도 변화가 심한 개인의 니즈에 따라 코스트 품질 서비스 속도 등의 측면에서 종합적인 가치제공을목표로 하고 있다.이를 위해 변화에 대한 대응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히 해야 했다.고정자본을 늘리지 않고 자신들이 강한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고 부품 등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하청기업을 위주로 한 다른 회사로부터 공급받고 재고도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이같은 새로운 경영활동을 가능케 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경영정보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는 기존의 일본적 경영을 뛰어넘어 제3차산업혁명의 경영방식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도요타 닌텐도 세븐일레븐저팬 야마토(택배업체) 등은 이같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최근 미국기업들의 부활도 실제로는 리엔지니어링에서 보는 것과같이 일본에서 발전한 제3차산업혁명의 경영방식을 도입한 결과에의한 것이다.미국에서도 항공회사의 컴퓨터예약시스템이나 신용카드회사의 고객관리시스템, 나아가 월마트나 K마트등의 제판동맹(제조업체와 판매회사간의 전략적 제휴)에 의한 퀵 리스폰스(Quick Response)나 자동발주시스템같은, 일본기업들서 발견할 수 있었던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났다.그러나 언뜻 보면 같은 것 같지만 미·일기업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그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취급하거나 그들의 지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다양하고 변화가 심한 개인시장의 니즈를 흡수, 그것을 생산·공급측면으로 피드백시켜 더욱 고객에게 신속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도의 지혜와 능력을갖춰 로봇의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거나 상품의 발주가 이뤄지도록돼 있지 않으면 안된다. 자격과 계층을 기초로 한 종래의 미국적경영에서는 이것이 실현불가능하다.예를 들어 일본의 자동차회사에서는 종전처럼 경험에 기초한 QC사이클활동보다도 현장근로자의 지적수준을 높이는 일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다.편의점(CS)에서도 고객과 대화하고 복잡한 정보시스템을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상품주문을 내보낼 수 있도록 현장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주부들의 정보해득능력을 높일 필요가 생겨난 것이다.◆ 현장근로자 능력높여 고객요구 충족시켜야자격과 계층을 기초로 한 미국기업들은 표면적으로 제3차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나 현장 근로자의 지식이나 지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는방법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한국기업이 세계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본적경영을 도입할 것인지미국식경영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성황을 이루고 있으나이같은 논의는 한국기업의 경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있다.현재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경영시스템은 일본적경영도 아니고 미국적경영도 아닌 제3차산업혁명의 경영방식이다. 한국기업들도 제3차산업혁명의 경영방식을 구축하지 않으면 경쟁이 심해지는 세계경제시스템 속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문제는 어떻게 해서 한국기업이 기존 풍토 문화 전통속에서 제3차산업혁명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이며 여기서 한국형경영이생겨날 것이다.다행히 한국에는 일본과 같이, 혹은 그이상으로 근면하며 유능한인적자원이 존재한다. 미국처럼 자격이나 조직계층에 기초한 경영관리자와 현장근로자라는 발상은 별로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현장사람들의 능력을 높여 한사람 한사람이 고객의 요구를 신속 정확히 파악, 그 정보를 공급 판매쪽으로 통합하고 기업자체도 다른회사와 대립경쟁이 아닌 협조관계를 만들어내면 한국적 경영을 구축할 수 있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제3차산업혁명에 의한 제변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미국기업 일본기업에대해 경쟁력을 확보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번역 ·박재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