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빨간 불」 「침체」 「부진」. 올들어 조선업계를귀찮게 따라다닌 각종 수식어들이다. 영업이 잘 안되고 경기가 아주 안좋다는 것을 금방 떠올리게 한다.사실 조선업계는 올들어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는 조선 경기의 대표적 잣대인 수주 영업 실적을 들여다 봄으로써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현대 대우 삼성 한진 한라중공업등 국내 조선소들은 올들어 4개월동안 총26척 1백 19만 9백 69GT 총톤수)의 신조 선박을 수주했다.전년도 같은 기간의 45척 1백 72만2천 5백 90GT에 비해 30.9%가 줄어든 수치다.그래도 이 실적은 많이 나아진 것이다. 올해 초반 성적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4월 한달을 뺀 지난 1/4분기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6.7%나 줄어들었다. 고작 63만3천 GT를 수주하는데 그친 것. 어떻게 수주 영업을 했길래 평년의절반 정도에 불과한 「흉작」이 됐느냐는 지적들이 업계를 괴롭혔다.이 「형편없는」 기록은 그나마 업계가 1/4분기를 「반성」하고4월 총공세를 취하면서 나아지기 시작했다.5월에 들어서고부터는 다행히 독일과 노르웨이등 유럽의 「친한파」 해운회사들이 조금씩 한국 발주를 늘리기 시작해 이른바 「체력회복기」에 진입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5월초 대우중공업이독일 크루퍼그룹등으로부터 32만톤급 광석운반선등 총 6척을3억3천만달러에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막혔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국영 선사인 스타트 오일사로부터 셔틀 탱커(원유운반선) 1척을 1억달러에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일단 4, 5월들어 조선업계가 서서히 체력을 회복했으며 세계조선경기도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 조선업계의 실적이 올해초 워낙 나빴다가최근들어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있는데 불과하다는 점이다.이것은 한국의 최대 경쟁상대국인 일본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알수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 조선산업의 딜레마가 놓여 있는 셈이다.세계 1, 2위를 다투던 조선강국 한국이 올들어 한참 추락하고 있는동안 일본은 어떠했는가.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 대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며 한국의 4.`1배에 해당하는 2백 59만 GT(1/4분기기준)를 수주했다. 척수로로 1백13척으로 한국의 17척과는 비교가안된다.한국이 총 9백50만 GT를 수주해 세계 1위의 조선대국으로 부상했던93년은 물론, 7백 13만 GT로 일본의 8백20만GT에 근접했던 지난해와도 판이한 상황이다.업계는 일단 이같은 전대미문의 「경기위축」 에 대해 다음과 같이진단하고 있다. 첫째는 「엔고 원저」현상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약화다. 둘째는 선박 금융 조건의 열세다. 만성적인 구조적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일본 조선 업계의 원가절감을 통한 채산성확보 노려과 일본 정부와 금융계등 관련업계의 든든한 지원을 들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생산 합리와노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낳게 한다.◆ ‘엔고 원저’ 현상등 영향위에서 지적된 요인들은 지금도 거의 불변이다. 따라서 2/4분기 이후에도 한국 조선업의 경기는 조금 나아지기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흐림」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기복이 심한 세계 해운경기의 불확실성도 우울한 전망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시각은 이제 서서히 조선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지난 3월말을 기점으로 세계 조선수주시장에서의 일본의 저가(덤핑)공세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3월말 결산 법인인 일본 조선업체들이 결산을 의식해 공격적 영업의기세를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2/4분기동안 한국 조선업 경기는 회복세를 타기 시작해하반기부터는 예년의 수준을 되찾으면서 상승 기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마침 삼성중공업을 필두로 국내 조선업계가 경영쇄신이나 구조개편등의 과감한 생존전략을 펴고 있어 수주영업도 이에 따른 탄력을강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