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도 「개성」이 있다. 그 백화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상품, 서비스가 있다. 개성이 없다는 말은 경쟁력이없다는 뜻이다. 백화점이 다른 유통업과 가장 다른 개성은 「고급스러움」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할인매장이 속속 등장한 이후 백화점은 더욱 「고급」을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올들어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10% 내외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이며 침체를 보인 반면 최고급 이미지를 가진 백화점들은 20% 이상의성장률을 보였다.현대백화점 본점(압구정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아 백화점이 쾌조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경우 올 2월말까지 1백10억원 어치를 판매,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40.2%가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본점은 2월까지6백68억원어치의 매출액을 올려 작년 동기대비 23% 성장했으며 무역센터점은 6백39억원으로 20% 증가했다.◆ 백화점은 「고급스러움」이 무기고급은 세가지로 나타난다. 상품의 고급화, 서비스의 고급화, 이미지의 고급화다. 상품의 고급화는 백화점들이 할인점에서는 구경할수 없는 고품질의 고가품으로 매장을 꾸미는데서 나타난다. 할인점등장 초기에는 롯데백화점 등 몇몇 백화점들이 백화점 매장 내에초저가 상품들로 구성된 창고가격 매장을 마련했으나 별 효과를 못봤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아예 할인매장으로 발길을돌리기 때문이다. 식품과 샴푸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지하매장은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백화점들은 지하 식품매장을 고급화하고 있다.신세계는 본점 지하매장을 정리, 참치캔 조미료 분유 등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가공식품류 30여종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순창지역전통반찬점 즉석반찬점 식혜·젓갈점 등 고급 부식코너 3개점을 새로 마련했다. 그레이스백화점과 뉴코아백화점 지하매장도 경쟁력없는 제품을 철수시키고 통로를 넓히는 등 고급화시키고 있다.식품매장 뿐 아니라 의류매장도 대폭 변하고 있다. 뉴코아가 올초중저가 상품이 많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버버리」 「오일릴리」 등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그랜드백화점 강남본점도 5월말부터 고가의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매장을 대폭 강화했다.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본점을 전면적으로 고급화하는 개편작업에들어갔다. 본점 건물이 낡고 퇴색해 쇼핑에 불편하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본점 재단장에 2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본점 개편은 점포 주변 환경과 화장실 등 백화점내 고객편의시설, 접객서비스 개선 등 3개 분야다. 쾌적한 쇼핑환경을 위해 통로에 자리잡은 간이판매시설을 없애고 화장실은 호텔급 수준으로 개선하는 한편 본관과 신관 사이 차도를 갈색 화강석으로 포장하는작업에 들어갔다.서비스도 백화점의 대표적인 강점이다. 백화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만족감이다. 매일 아침 매장을 찾는 첫고객에게 매장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여성전용 주차장이나 문화강좌 개설, 휴게실 설치, 셔틀버스 운행은 내세울 만한 서비스도 아니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기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본」이기 때문이다.롯데백화점은 임원들이 직접 소비자상담실과 매장에서 근무하도록하는 제도를 도입, 임원들이 직접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고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전문 조사기관에 매장별 친절도를 조사하게 한후 인사관리에 반영하도록 하는 고객만족 모니터링 제도를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전문 연구기관에 고객만족도 조사를 의뢰, 조사 결과 친절접객 부진매장으로 판명될 경우 8명의 서비스지도 사원을 배치시켜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했다. 미도파는 판매사원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서비스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랜드백화점은 관리부서 직원들이 3, 4명씩 조를 이뤄 순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자율봉사대를 운영하고 있다.◆ 소수제품만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으로수정해야올 3월에 고급백화점으로 재탄생한 진로유통의 아크리스백화점은「참(Charm)」서비스를 케치프레이즈로 고객을 「모시겠다」고 나섰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현금으로 되돌려주거나 정상품으로바꿔주되 구입한지 1년 이내면 사용여부를 묻지 않겠다는 파격적인내용의 서비스 차별화다. 아크리스는 고객이 수선을 의뢰한 상품을백화점이 약속 기한내에 수선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 교통비를보상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오는 8월30일 분당에 선보일 청구그룹의 블루힐백화점은 상품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고객이 원할 때 모두 환불·교환해주기로 했다.또 분당지역 밀착형 백화점이라는 특징을 살려 분당지역을 돌며 가전과 가구제품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이미지 고급화도 최근 백화점가의 유행이다. 그레이스 백화점은 올초 새로운 슬로건으로 「신촌지엔느」를 내세우고 있다. 신촌지엔느는 파리의 멋쟁이를 파리지엔느라 하듯 그레이스 백화점이 자리한 신촌의 멋쟁이를 신촌지엔느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그레이스 백화점은 지난해 30대 신세대 주부를 지칭하는 미시족이란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광고로 히트쳤으나 젊은이들이 많은 신촌지역 이미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올초 슬로건을 바꾼 것이다. 「신촌지엔느」로 이미지 핵심어를 바꾸면서 매장도 고급화했다. 이탈리아 직수입 의류 및 액세서리를 모은 임페리얼 매장을 새로 마련했으며 「마이타임」 「다이아나G」 「마리아 디 리파비앙카」등 3개의 직수입 의류 매장을 열었다. 그레이스는 고급화 전략이성공을 거둬 2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늘어난 5백61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신세계는 역사가 오래된 탓에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선구자」시리즈의 광고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처음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복희씨와 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극장 상임지휘자를 지냈던 정명훈씨, 한국적 랩가요를 탄생시킨 서태지씨를 등장시킨 광고로 혁신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백화점들은 이전에는 「백화(百貨)」라는 말 그대로 저가품에서 고가품까지 각종 상품을 판매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과전문성을 내세운 새로운 신업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백화점은 「백화」를 판매하는데서 경쟁력있는 소수제품만을 판매하는 차별화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백화점의 고급화는 백화점만의 개성을 살려 신업태에 대응하겠다는 백화점업계의 고육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