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교통이 편리하다, 상품이 다양하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품질을 믿을 수 있다 등. 이모든 점이 골고루 갖춰져야 최소한의 경쟁력이 확보된다. 그러나이제는 최소한의 경쟁력으로는 부족하다. 「그 백화점에서만 얻을수 있는 특징」이 있어야 한다. 다른 백화점과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말이다.백화점들이 차별화 수단으로 최근 애용하는 방법은 경쟁업체가 보유할 수 없는 자사만의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다. 바로 백화점의PB(자체상표) 상품이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했거나 그 백화점만 수입, 다른 유통업체에서 판매할 수 없는 독점적인 상품을 말한다. PB상품은 그 브랜드를 개발 혹은 수입하는 특정유통업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좋은 PB상품이 소비자의 발길을끌어오는데 효과적인 것도 그래서다.PB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제품 종류는 많지만 차별화 수단으로개발되는 PB상품들은 대개 구두 넥타이 핸드백 등의 패션잡화나 의류다. 이외에 목욕용품이라든가 인테리어 용품 등도 소량씩 시도되고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육류나 청과물 가공식품의 경우 이미지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백화점의 이미지를 차별화하는데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식품의 경우 백화점들이 PB상품으로 쉽게개발하긴 하지만 수익성 이외에 차별화 수단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직수입·라이선스, 차별화 방법으로 각광백화점의 PB상품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가 백화점스스로가 브랜드를 개발하고 상품을 기획, 외부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맡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상품을 판매한 뒤 백화점에 돌아오는 수익이 많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상품기획에들어가는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둘째는 백화점이 외국의 유명 제조업체와 계약을 체결, 제품을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것이다. 고급품 확보에 이용되는 방법이다. 직수입은 선진적인 상품을 독점적으로 도입, 완전한 차별화를 이룰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반면 재주문이 불가능하고 수입선과의 계약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으로 인해 안정적이지 못하다.마지막으로 라이선스 도입을 들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의 이름만 사용하고 생산은 백화점이 직접 하거나 다른 업체에 맡기는 방법이다. 브랜드 도입선에는 브랜드 사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라이선스도입은 유명 브랜드의 지명도와 기술을 이용, 적절한 가격의 상품을 기획할 수 있지만 직수입과 마찬가지로 라이선스 계약이 끝났을때 재계약이 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업체끼리 라이선스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사용료가 급격히 올라간 상태다.백화점의 자체개발 PB상품은 백화점의 기획의 어려움과 브랜드 지명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백화점 자체 개발 PB상품은 저가품이 대부분이다. 고객에게 저가로 서비스한다는 차원의 상품이지 진정한의미에서 차별화 수단으로는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직수입과라이선스는 해외 유명 브랜드일 경우가 많아 확실한 차별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파이블드」 「마리조아」 등 8개의 자체 개발한 의류 PB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뉴코아백화점의 경우 백화점의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백화점에서는 자체 개발 PB상품을판매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뉴코아의 할인점인 킴스클럽에서만 자체 개발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자체 PB상품은 그만큼 고급화하기가 어렵다.직수입은 최근 백화점들의 고급화 바람에 맞춰 늘고 있는 추세다.신세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제냐」 「폴 스미스」에 이어올초부터 「캘빈클라인」 정장과 캐주얼을 올가을부터 직수입하고있다. 현대백화점은 이탈리아의 여성브랜드 「지비에르돈나」에 이어 직수입할 다른 브랜드 물색에 나서고 있으며 미도파백화점은 프랑스의 여성캐주얼인 「빵띨로」를 수입하고 있다.직수입상품들은 과거에는 국내 수입 전문업체가 수입, 백화점에 공급해왔으나 최근엔 백화점이 직접 수입상품 구매에 나서 고가품 위주에서 중저가 제품까지 폭을 넓혀가는 추세다. 백화점이 직접 수입상품 확보에 나서면서 백화점간에 좋은 외국 브랜드를 확보하기위한 경쟁까지 일고 있다. 백화점들이 직수입 PB상품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직수입의 경우 별다른 상품개발 노력이나 투자비용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외국 브랜드란 점에 소비자들이 선뜻 손을 내밀기때문이다.최근에는 단순한 유명 브랜드 직수입이 아니라 백화점이 기획한 제품을 해외 생산업체에 위탁 생산, 수입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예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영국의 바바리 및 코트 제조업체를 통해 바바리와 코트를 위탁 생산,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가 수입한 바바리와 코트는 유명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신세계백화점은 자체 PB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는대부분의 경쟁 백화점들이 자체 개발 PB상품을 중저가로 판매하는데 반해 자체 PB의 고급화 고가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개발PB상품을 고급화해야 백화점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90년대 초부터 고가 PB의류상품으로 「트리니티」「피코크로얄」을개발, 판매해왔으며 올초에는 최고급 골프웨어인 「트리니티 스포츠」를 새로 선보였다. 또 지난 4월부터는 자체 개발 PB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 연중내내 바겐세일을 하지 않는 자체 개발 PB를 늘렸다. 원칙적으로 블라우스 와이셔츠 넥타이 등 일부 의류 단품을 제외하고는 전 PB상품에 「노세일(No Sale)」전략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노세일 정책으로 쌓인 PB상품의 재고품들은 신세계의 할인점인 E마트에 마련한 「신세계 오리지날 상설할인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PB상품은 기획노하우 없고 투자비용커 부담돼자체 개발한 PB상품을 고품격화해서 자기만의 이미지 상품으로 끌려올려야 한다는데는 모든 백화점이 동의하지만 섣불리 손을 대지못하는 이유는 PB상품 기획에 대한 노하우도 없을뿐더러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상품을 기획, 디자인할 수 있는 인원을 확보하기도 힘들고 무명 백화점 브랜드를 유명 브랜드로 승격시키기도 쉽지 않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품질과 개성의 상품을 기획한다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궁극적으로 백화점이 유통시장 개방을 맞아 생존하려면 자체 개발 PB상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외국 백화점이 진출하더라도 흉내낼 수 없는 국내 백화점만의 고품질의 상품을 확보해야한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수입 PB라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이 스스로 매장 구성을 기획, 해외 시장에서 저렴한 상품을 수입, 나름대로 꾸미는 독자성이 필요하다. 단순한 유명 브랜드 수입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입하는 백화점의 특징이 아닐뿐더러 노하우로 축적되지도 않는다.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자기만의 개성을 개발하는것이다. 백화점의 개성은 좋은 품질의 독특한 PB상품이다. 「그 상품 때문에 꼭 그 백화점을 가야해」라는 소비자의 말을 듣는 백화점만이 21세기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 미니 인터뷰 / 홍충섭 신세계 MD상업부 이사국내 백화점 중 가장 많은 PB(자체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홍충섭 이사를 만나 PB 상품 개발의 필요성과 신세계의PB상품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PB개발에 적극적인데 이유는.백화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PB상품은 차별화의 가장 좋은 수단이다. 어떤 브랜드를 우리 백화점에서만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우리 백화점을 찾게 된다. 물론 PB상품이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큼 질이 좋거나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신세계의 PB 개발 전략을 소개해달라.PB상품의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의 PB상품은 저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PB가 백화점의 명실상부한차별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질이 좋아야 하고 이미지도 고품격이어야 한다. 어떤 상품이 있기 때문에 그 백화점을 간다는 인식이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아야 PB개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해외 직수입 PB가 늘어나면서 백화점이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는데.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세계 시장에 장벽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편협하게 수입, 수출을 논할 수는 없다. 게다가 소비자들은질이 좋고 값이 싸다면 국적을 막론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합리적인구매성향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도 무조건 국내 제품만을 고집하다가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신세계의 경우 직수입보다는 자체 브랜드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에서 브랜드를 개발, 국내 생산업체에는 물론 중국이나 베트남 영국 등의 공장에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맡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이유는 인건비가 싸기때문인가.중국과 동남아시아에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을 맡기고 유럽에는 고품질 제품의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백화점의 PB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업체가 발전해야 한다. 해외에 생산을 맡기는 것은 아무래도 국내에 맡기는 것보다는 물류비라든가 시간에서 부담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PB제품을 OEM 생산하는 국내 협력업체들이 경쟁력을 깆춰야 백화점의PB제품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백화점이 PB상품을 개발하기에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의류업체가 한 브랜드를 개발할 때 대략 4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제품개발비도 그렇지만 유통과 광고에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경우 최상의 판매 장소가 갖춰져 있어 일단 유통망을 확보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광고비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백화점의 이미지를 보고 PB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백화점 광고만 하면 PB상품의 이미지는 덩달아 올라간다. 백화점의PB상품이 비슷한 수준의 다른 제품보다 저렴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PB상품은 백화점의 수익원으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들리는데.PB상품의 경우 판매마진 전체를 백화점이 갖는다는 측면에서 이익이 많이 남을 수도 있지만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그리고 국내 유통업체들은 아직까지 PB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PB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 신세계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대략15%를 PB상품이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1백70억원 가량의 돈을 PB에투자하고 있어 마진이 많이 남는 것은 아니다. PB는 국내에서 차별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지 수익상품은 아니다. PB에 대한 노하우가 더 축적되면 백화점의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