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창업후 근 1백년을 바라보는 역사속에서최근 수년간처럼 매출이 해마다 뒷걸음질을 계속한 것은 실로 처음이다.』(쓰다 쇼지 미쓰코시 백화점사장 96년 1월말)법인수요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일러 전체적으로 보면올하반기에도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세이부 마쓰자카야 마루이 백화점의 고위임원들 5월초 결산실적 설명회)거품(버블)이 꺼지면서 불어닥친 소비불황으로 지난 92년부터 영업일선에서 한숨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던 일본백화점업계. 최근 그들의 속사정은 업계 고위 경영진이 약 3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털어놓은 말들을 통해 한가닥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혹한을 견뎌내고 나니 마침내 봄이 오긴 했지만 완연한 봄이라기에는 아직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春來不似春」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92년 벽두부터 지난해말까지의 무려 만4년 가까운 기간동안 매출이계속 전년동기보다 오그라들기만 했던 일본의 백화점업계는 분명올연초부터 불황터널을 빠져나올듯한 날개짓을 계속하고 있다. 우선 하강곡선 일변도였던 매출이 미끄럼질을 멈춘 대신 연말연시 상전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백화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두자리수의 신장률이 당연시되는 한국의 백화점들과 비교하면 열등생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신장률은 1월의 약 2%에 이어 4월말까지연이어 플러스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은 올 4월말까지는 플러스행진일본백화점협회가 밝힌 지난 4월의 전국백화점(1백9개사, 2백58개점) 총매출은 6천8백89억엔으로 작년동월보다 1.7%증가,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쓰다 미쓰코시백화점사장의 「탄식」과 같은소리는 이제 자취를 감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경제기획청 총무청 등 일본의 각정부 부처와 유력매스컴, 그리고이코노미스트들은 가계소비지출증가율, 설비투자동향 및 경기판단지수 등의 잣대로 볼때 백화점 매출신장의 열쇠를 쥐고있는 개인소비는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최근의 이같은 청신호에도 불구, 일본의 대다수 유통전문가와 학자들은 백화점들이 올해를 계기로 92년전과 같은 성장활력을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적지않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의문의 근거는 첫째 버블경제의 후유증으로 얼룩졌던 최근 수년간일반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브랜드지향에서 가격지향으로 전환됨에따라 백화점의 상품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도 널리 퍼져 있다는데서 출발한다.둘째 모터라이제이션의 정착으로 주택지가 교외로 속속 옮겨가고있는 신조류에 백화점이 그동안 안이하게 대응해 고객이탈을 방조했다는 것, 셋째 버블기의 과잉투자에서 초래된 고코스트체질과 인적구성에서의 고령, 고액근로자 비율과다,넷째 소매기능의 약화를 부추기는 중간도매상에의 의존체질등이 모두 백화점의 재도약을 옭아매는 악재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어느나라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백화점이 슈퍼, 디스카운트스토어등의 타유통업태에 대해 갖는 강점은 다양한 상품력과 질높은 서비스의 두가지로 압축된다.이와는 달리 대규모의 설비투자와 다수의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휴먼터치」업종의 내재적한계는 판매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소비불황의 파고가 거칠어질수록 백화점과 소비자들간의 거리를 벌려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거는 기대와 평가의 척도는 일본 사회행동연구소(사장 하나다다카오)가 지난해 10월 도쿄일대의 수도권에 거주하는 3천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생활앙케트」조사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소비자들은 이 조사에서 「유통혁명」을 밀고 나가는 기업들에 가장 많이 주문하고 싶은 항목을 「질좋은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는것」으로 꼽았다(86%). 격변 혁명 대혼란 등의 용어가 유통업계에난무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욕구는 양질의 상품을 값싸게손에 넣는 것이라는 점을 재삼 확인시켜준 대목이었다. 하지만 개별유통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유통혁명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거는 기대치항목을 찬찬히 뜯어보면 일본의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에게 중간수준의 점수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질좋은 상품 값싸게 팔라’ 소비자 욕구 1위최고 2점 만점인 이 항목에서 소비자들은 이토요카도(1.39), 다이에(1.37), 빅구카메라(1.19), 요도바시카메라(1.09) 등의 슈퍼체인과 디스카운트스토어에 높은 점수를 줘 박리다매형의 이들 업태에보다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백화점들은 그러나 동종업체중 최고의점수를 받은 도큐가 0.95점에 그친 것을 비롯, 10위인 다이마루가0.54점에 머무는 등 가격파괴바람을 앞세운 슈퍼체인과 디스카운트스토어에 비해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크게 뒤졌다.산술적으로 측정된 백화점과 소비자들의 간격확대는 올2월초 닛케이산업소비연구소가 발표한 기업이미지 조사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1백점 만점인 호감도 조사항목에서 주요대형백화점들은1위(64점)인 다카시마야에서 16위(16점)인 긴데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난해보다 5~10점씩 점수가 떨어졌다.이같은 현상과 관련, 나카무라 마사코 요코하마상대 조교수는 『일본의 백화점들은 가격파괴바람의 와중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악자」의 낙인이 찍혔다』고 평가한후 『백화점의 부활을 위해서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부터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일본백화점들이 사상초유의 장기불황과 가격파괴형 신업태의 출현이라는 이중악재에 맞서 그동안 환골탈태의 노력을 등한시해온 것은 물론 아니다. 일본백화점들의 매출은 지난 91년 9조7천1백31억엔으로 최고 피크를 기록한후 92년 9조5천1백96억엔, 93년8조9천6백3억엔, 94년 8조7천7백13억엔으로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또 지난해에도 매출은 약 8조6천5백억엔대에 그쳐 추락행진이 만 4년째 이어졌다.극도의 매출부진이 자금순환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하면서 자연 수많은 점포들의 휴·폐점이 잇달아 대형백화점중 세이부는 고베 하마마쓰점을, 소고는 유키점을, 긴데쓰는 벳부점의 간판을 최근의 불황기간중 일제히 내렸다. 힘이없는 지방백화점들이 도산하거나 회사갱생법에 의지해 피난처를 찾은 경우도 속출, 키타큐슈시의 야마시로야, 도쿠시마시의 마쓰료오가 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본백화점들은 이에따라 상품조달능력의 저하, 고코스트체질,점포의 영업기반 약화등 그동안 3중고로 대표돼온 악재를 걷어내기위해 자신만의 변신노력 못지않게 경쟁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도과감히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상식의 울타리를 넘는 일본백화점들의 과감한 제휴는 세이부가 이온그룹이 짓고 있는 쇼핑센터내에 출점하면서 한가족회사인 슈퍼체인 세이유대신 세이유의 라이벌 「쟈스코」를 파트너로 삼은데서도그 열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초부터 의류 등 PB(자기상표) 상품기획과 조달업무에서 공동보조를 취해온 미쓰코시와 다이마루는 이방식으로 구매상품의 이익률을 0.5% 높인데 이어 앞으로 2, 3년후공동구매액을 연간 1천억엔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다케우치 미쓰코시전무).그러나 마이너스성장의 굴레를 수년만에 벗어난 일본백화점이 예전수준과 같은 성장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이싸여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카시마야의 신주쿠점 개점(96년10월)을 앞두고 도쿄도심에서 눈에 띄게 확산되는 업체간의 무리한 할인판매경쟁, 갈수록 넓어지는 가격파괴형 업체들의 행동반경, 소비자들의 가격저항문제등.이토 모토시게 도쿄대교수는 『일본백화점들의 과제는 인건비비중억제와 생력화, 조직의 효율화 등 3가지로 집약된다』고 전제, 『제조업체들이 엔고 역풍을 이겨내기 위해 리스트라에 매달려 왔듯이 백화점들도 이제는 환경변화에 맞춰 대변혁을 단행하지 않으면안된다』고 진단했다.도쿄=양승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