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업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매출증가율이 예년에비해 크게 떨어지는 내우(內憂)에 거대한 외국업체들의 진출이라는외환(外患)이 함께 닥쳐 있는 형국이다. 싸움을 말려줄「빽(정부)」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 험난한 경쟁이란 전쟁터를 헤치고 살아남아야 한다. 한진유 한국백화점협회 회장(미도파 사장·56)을 만나 국내 백화점 업계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갈 길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올들어 백화점 업계의 매출증가율이 10%대로 떨어지는등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일시적인 요인으로는 지난번 바겐 세일기간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상 저온이 1주일간 계속돼 여름용품 판매가 부진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제·사회적 여건이 변했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경제의 거품이 꺼진데다 할인점이나 슈퍼마켓등새로운 유통업체가 많이 등장하면서 백화점의 고성장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지요. 과거처럼 연간 20∼25%에 달하는 성장률을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일본 백화점 업계가 지난 몇년간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어 우리 백화점 업계도 그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습니다.일본 백화점 업계는 지난 92년부터 4년간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보다 줄어드는 침체를 기록한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 1/4분기중에는 상승세로 돌아서 다시 성장세를 타는게 아니냐는 기대를 갖고있다고 합니다. 국내 백화점 업계는 이와 성격이 다릅니다. 유통업이 아직도 다른 제조업에 비해 성장산업입니다. 앞으로 증가율이좀 떨어질지 몰라도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부터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됐는데요. 개방시대에 백화점 업계가가야할 길은 무엇입니까.지난 1월 창고형 회원제 할인업체인 「마크로」가 인천에 개점한데이어 오는 7월에는 하이퍼마켓인 「까르푸」도 중동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외국업체의 진출이 아직 회원제 할인업체에 한정되고는있으나 백화점도 곧 들어올 것입니다. 특히 일본 백화점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고객취향등 문화적 요인도 비슷해 진출여건이 좋아 진출에 적극적일 것으로 봅니다. 일부 업체는 국내에 사무실을차려놓고 시장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 업체는 경험과 자본력에서 우리업체보다 훨씬 앞서고 있으며 구매력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할수 있지요. 외국업체에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경쟁은 하되 협조할(Competition & Cooperation)수 있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도와주면서 경쟁한다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요.국내업체들끼리 자주 만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서비스 제고를 위한 정보도 교환하고 잘 하는 업체가 좀 뒤떨어지는 업체를 지도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6월6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백화점 사장들이 최초로 모임을갖기로 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입니다.▶ 미도파 백화점의 자체적인 대응전략을 좀 소개해 주시지요.개방은 상대를 알고 서로 진출하는 종합적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직원들의 해외연수를 통해 서비스능력을 높이고 해외진출도 적극추진하고 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코코스」를 LA에 건립중이고 중국 청도에 백화점을 건설하기 위해 시정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하얼빈에도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백화점들이 수입 PB(자체상표)상품 개발에 앞장서면서 수입을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국내 제조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외국의 중저가 상품을 도입함으로써 국내전체 상품값을 낮추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지요. 정부에서 병행수입제를 도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그동안 수입을 독점권으로 운영하다 보니 수입물품값이 높게 책정되고 이는 국산품값도 덩달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었습니다.일부 고가사치품은 세금등으로 규제하되 일반 생활필수품등은 들어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