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운산광산쟁의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노사문제는 초창기부터정치적 성격을 지녔다. 식민지시대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계층은 지식인들이고 이들은 반제 반외세 등 정치적 운동으로 이끌었다. 독립 계몽운동의 특징은 광복이후에도 그대로 계승됐다. 그러나 53년63년 73년 80년 등 4번에 걸친 노동법 개정에서 나타나듯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개발논리에 밀렸다.◆ 바람직한 노사관계 관행·제도 미흡60, 70년대 농촌의 무궁한 인력은 노동자들의 힘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업가들에게 초미의 관심은 성장이었지 노사문제는 아니었다.그러나 노동자수의 증대와 노동자의 고학력 고임금 경향, 젊은 노동자의 가치관 변화, 기술변화에 따른 노동형태의 급변 등으로 노사문제는 일대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 87년 노사대란이후 노사문제는 기업경영자에게는 기업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다가왔다. 87년의 노동자 파업은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시켰다. 비로소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테이블에 나서게 된 것이다.그러나 아직까지 노사문제는 불안정한 측면이 많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관행이나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체계적인 노사관리부서를 가진 기업들이 의외로 적다. 경영자측의노사관계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도 향후 노사문제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신노사개혁정책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노력도 향후 노사관계에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것이다.이같은 불안정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사관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선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은 물론 국내시장을 놓고 외국기업과의 일전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이같은외부환경은 경영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우선경영자들은 노동자를 「하인」으로 보던 시각에서 대등한 협력파트너로 인정했다. 기업의 인적재산으로 재평가됨에 따라 노동자 나아가 노동조합까지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노동자를 단순히 말이 아닌 현실적인 기업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노동자도 불법파업을 줄이거나 경영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 파업건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87년 3천8백여건에 달했던 파업건수가 지난해에는 1백여건 미만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