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에 사는 김정자씨(52). 지난 삼풍사고로 둘째딸 정영미씨를 잃었다. 가슴에 딸을 묻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섯살바기 외손녀가 엄마를 찾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김씨의 둘째딸은 롯데백화점에서 7년간 근무하다 삼풍백화점으로 옮긴지 4개월만에 참사를 당했다.『뼈라도 내손으로 묻어줬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시신을 발견하지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습니다. 유해를 찾기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어요.』사고당일 김씨는 TV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자막을 보았지만이렇게 큰 참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단지 둘째딸이 걱정돼서 큰딸에게 사고났으니 확인해보라고 전화를 걸었을 뿐이다.그런데 큰딸은 삼풍백화점 붕괴로 수백명이 죽었다는 청천벽력같은얘기를 전해줬다. 집안식구의 만류로 3일동안 쌍문동 동생집에 머물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현장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중소의류업체 진서의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던 딸아이의 시신은 발견할 수 없었다. 서울교육대와 서초구민회관 난지도 등 딸아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영미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결국 지난해 12월 미확인유체를 인양받아 위패만 합동분향소에 설치했다. 그래도 딸아이가 보고싶어 1주일에 서너번은 삼풍백화점으로 찾아온다.『사고 이후 집안식구들의 생활이 엉망이 됐지요. 큰딸이나 아들네집에도 웃음이 사라졌어요. 물론 이들 형제들이야 시간이 가면 슬픔을 잊겠지만 엄마인 저는 죽을 때까지 고통을 안고 살겠지요. 분향소에 와서 「영미야 빨리 나를 데려가라」고 비는 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삼풍사고전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서 식당일 파출부 등 허드렛일을 마다않던 김씨는 둘째딸의 보상금으로 생활은조금 나아졌다고 한다.지난 2월 서울시로부터 생전 만져보지 못한 돈을 보상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들이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보상금 액수에만 관심을 보일 때 속이 더 메어지는 것같단다.그러나 딸아이의 죽음을 잊기 위해서 한동안 중단했던 일을 다시시작하려고 한다.김씨는 서울시가 사고당시 약속했던 위령탑 건립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불만이다. 딸아이처럼 시체도 못찾은 31명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위령탑을 세워줬으면 하는 것이 김씨의바람이다.또한 외손녀를 생각해 사위가 하루빨리 새로운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