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라」.그동안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던 시절에만해도 이같은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이제 당국의 정책방향이 차츰경영의 투명성과 소액주주의 권한보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ROE가 새삼 경영잣대로 각광을 받게 됐다. 자본주의 발전에한발 앞선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주요한 경영척도로 자리잡은 지표이기도 하다.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ROE는 한마디로 경영자들이투자자들의 투하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해 많은 수익을 냈는가를 따지는 잣대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이 최소한 장기실세금리를웃돌아야 그런대로 경영을 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만 확실히 챙기면 되는채권자의 입장에선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없겠지만 투자자들의경우엔 주요한 지표가 아닐 수 없다.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ROE는 과연 어느 수준일까.<한경Business designtimesp=21087>는 상장사협의회의 「상장회사 사업보고서 CD롬」을바탕으로 작년말 현재 증시에 상장된 7백21개 상장법인중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은 회사를 제외한 6백93개 기업의 ROE를 따져 보았다.자료는 감사인의 감사결과 수정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다.이들 기업의 지난해 평균ROE는 10.55%. 이는 우리나라의 장기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95년 연평균 13.77%)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국내 경기가 활황을 구가하면서 기업들이 장사를 잘했다지만 투자자들이 바라본 수익성은 「기대이하」라는 얘기다. 그것도 지난 93년과 94년 2년 연속으로 평균ROE가 연평균 회사채수익률을 크게 웃돌다가 작년에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또 자본잠식 상태여서 아예 ROE를 구할 수 없는 회사가 관리대상종목을중심으로 모두 30개사였다.◆ 3년 연속 장기금리 웃돈 업체는 17개사지난해 ROE 상위 1위를 차지한 기업은 2년간의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흑자로 돌아선 한솔텔레컴. 광림전자에서 한솔그룹에 인수되면서 이름이 바뀐 업체다. 결손금이 워낙 커 자기자본이 적은데다공장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을 내면서 이 회사의 지난해 ROE는 무려1만2천8백80.56%를 기록했다.2위는 대한중석 지분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으로 3년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선 거평(88.44%)이었고 3위는 원가절감과 국제펄프가격 회복에 힘입어 흑자전환한 동해펄프(66.24%)였다. 또 6월 결산법인인신호유화는 작년 6월까지 한해동안 안양공장 매각에 힘입어 90억원정도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ROE 4위(57.7%)를 기록했다.특히 주목되는 회사는 5위에 랭크된 ROE 47.04%의 부산스틸. 이회사는 95년 순위로는 5위였지만 최근 3년간 자본잠식이나 적자를내지 않은 기업중에서는 가장 높은 ROE를 거두었다.이들 기업을 비롯해 지난해 연평균 회사채금리(13.77%)를 웃도는ROE를 기록한 업체는 모두 68개사로 전체 분석대상기업의 9.8%에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한 94년에 장기금리(연평균12.92%)를 상회한 기업이 75개사였던데 비해 줄어든 것이다.특히 3년 연속으로 장기금리를 웃돌고 있는 업체는 모두 17개사였다. 이중 고려개발 한국이동통신 나산 남영비비안 삼성라디에터 등5개사는 5년연속 장기실세금리를 웃돌아 지속적으로 높은 자본효율성을 반영했다.또한 ROE가 꾸준히 높아지는 기업이나 끊임없이 악화되는 기업은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우선 꾸준히 호전된 기업으로는 롯데삼강 삼성전자 부산스틸 등을들 수 있다. 롯데삼강의 경우 지난 91년만 해도 ROE가 4.25%로 전체 상장기업중 4백22위에 그쳤던 업체다. 그러던 것이 92년엔7.4%(2백9위) 93년 11.21%(98위)로 높아진데 이어 94년엔 자기자본이 한해전보다 27.3% 늘어난데 비해 당기순이익은 1백65.5%나 늘어나 ROE도 23.38%(1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장기금리를 웃돈 것은물론이다. 지난해에도 순위는 94년보다 1계단 뛰어오른 15위였고ROE도 24.8%로 높아졌다.삼성전자의 ROE는 91년 6.88%(2백94위)에서 92년엔6.18%(2백63위)로 다소 떨어졌지만 93년 9.51%(1백28위)로 높아지고 94년과 95년에도 32.99%(6위)와 45.04%(6위)로 계속 높아지는추세를 보였다. 부산스틸의 경우엔 92년에 적자를 기록해 6백32위에 그쳤던 것이 93년 ROE는 17.42%(34위)로 높아지고 94년41.21%(5위) 95년 47.04%(5위)로 호전추세를 지속했다.이에 반해 삼익건설 보해양조 등은 갈수록 ROE가 떨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익건설은 매년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서 92년엔ROE 5위(56.34%)를 기록했다가 93년 79위(13.16%)로 떨어질 때만해도 장기금리를 웃돌았었다. 문제는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금융부담이 늘어나면서 94년엔 1백81위(8.44%)로 밀리고 95년엔 급기야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6백37위(마이너스 38.78%)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미원, ROE 6백4위로 5백89위나 순위밀려올들어 「김삿갓」이란 소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보해양조는 93년만 해도 ROE 28.55%로 회사채수익률(평균 12.63%)을 웃돌며 10위를기록했었다. 이어 94년엔 당기순이익이 65.5% 줄어들며 ROE도9.05%(1백56위)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소주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광고비 급증 등으로 적자를 내는 바람에 6백24위(마이너스18.76%)로 밀려났다.94년과 비교해 ROE 순위가 많이 뛰어 오른 회사는 역시 1~4위를 기록한 업체들이다. 한솔텔레컴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1위로 뜀박질했고 거평은 6백40위(마이너스 1백32.24%)에서 2위로 6백38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또 동해펄프는 6백37위(마이너스 1백4.65%)에서 3위로 뛰었고 신호유화는 6백33위(마이너스 54.99%)에서 4위로부상했다.반면 순위경쟁에서 가장 많이 밀린 회사는 미원. 이 회사는 94년엔ROE 23.81%로 15위를 기록했던 것이 작년에는 6백4위(마이너스6.68%)로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지듯 1년사이 5백89계단이나 추락했다. 원재료값이 오른데다 제약 사료 합성수지 해외부문 등의 설비투자 자금조달과 연구개발관련 비용이 늘어난 결과 94년엔 3백34억원에 달했던 흑자규모가 지난해 8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업종별로는 철강 전자 자동차의 ROE가 높은 편이었던 반면 건설 도매 금융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최근 3년간 자본잠식이나 적자를 내지 않았던 회사를 대상으로 주요 업종별 ROE 1위 기업은 △음식료=롯데삼강(24.8%) △섬유=일정실업(13.67%) △의복=나산실업(19.83%) △가죽=신우(9.32%) △종이=동일제지(29.92%) △화학=한국카프로락탐(19.66%) △석유정제=한국쉘석유(13.79%) △고무 플라스틱=한국카본(19.94%) △비금속광물=금강(15.0%) △1차금속=부산스틸(47.04%)△조립금속=케이아이씨(10.86%) △기계장비=한국코트렐(15.62%) △사무기기=청호컴퓨터(15.79%) △전기전자=삼성전자(45.04%) △자동차관련=만도기계(15.97%) △건설=고려개발(28.55%) △도매=대성산업(19.58%) △소매=대구백화점(15.6%) 등이었다.또 금융업종을 보면 은행중에선 국민은행이 9.84%로 가장 높았고증권사와 보험사에선 동원증권(9.29%)과 삼성화재(16.68%)가 선두였다. 그러면 94년을 풍미했던 영광의 얼굴들은 어떻게 됐을까.◆ 건설 금융 ROE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난 94년에 ROE 1위(93.4%)를 달렸던 한진해운은 지난해에도9위(36.73%)를 지켰고 2위(69.54%)였던 고려개발도 12위(28.55%)로체면을 살렸다. 그런가 하면 94년에 3위(56.02%)였던 빙그레는 1백64위(8.93%)로 밀리고 4위(46.52%)였던 엔케이텔레콤은5백46위(1.12%)로 추락해 이미지를 구겼다. 또한 부산스틸과 삼성전자는 변함없는 5위와 6위 자리를 그대로 지켜내면서 저력을 과시했다.ROE를 다른 지표들로 인수분해하여 분석해 보면 또다른 흥미로운사실들을 찾아낼 수 있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ROE는 총자산회전율(매출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에 매출액순이익률(당기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을 곱하고 다시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로 나눈 값과 같다는 점에서다.이같은 방식으로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개별요인을 뜯어보면매출액순이익률은 한솔텔레컴이 1백32.39%로 1위(ROE 1위)였고 총자산회전율에선 현대종합상사가 44.81%로 1위(ROE 1백32위)를 차지했다. 또 ROE를 높이려면 상대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야 하는데 자기자본비율 하위1위는 0.16%의 연합전선(ROE 6백63위)이었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1106>는 이번 ROE분석에서 「수정ROE」를 함께 분석했다.자기자본에선 재평가적립금을 빼고 당기순이익에선 감가상각과 (단체)퇴직급여충당금전입액을 가산해 계산한 것이다.수정ROE 분석결과 1위는 여전히 한솔텔레컴이었다. 2위인 거평은8위로 밀렸고 3위인 동해펄프는 14위로 자리바꿈했다. 또 당기순이익으로는 적자를 기록해 ROE 6백62위인 두산종합식품이수정ROE로는 2위로 뛰어올랐고 16위인 서울식품이 3위를 차지했다.이처럼 수정ROE 상위10위엔 음식료업종이 절반인 5개사를 차지해눈길을 끌었다.★ ROE란?세계적인 투자거장인 워렌 버펫은 기업의 영업실적과 경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독특한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해동안의 수익을 따지기 보다는 4~5년간의 평균수익을 중시하고 4가지 투자기준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자기자본이익률과 주주이익 매출액이익률 및 사내유보금의 수익률 등이 바로 그것이다.버펫은 특히 자기자본이익률과 관련해서는 주당순이익보다 훨씬 중요한 잣대로 평가했다. 예컨대 주당순이익이 10% 증가하더라도 그회사의 자기자본이 10%만큼 늘어났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은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주주들이 투자한 자본이나 자본잉여금 등을합친 자기자본을 경영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높은 수익을거두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이는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향후의 이익성장성을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경영자가 주주이익을 얼마나대변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대개 특정기업의 ROE수치가 장기실세금리(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수익률)를 웃돌면 그 기업의 경영자는 일단 「합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선 30년만기 재무성증권의 유통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으며 경영자들은 ROE를 떨어뜨리는 사업부문에 대해선 과감히 메스를 가하곤 한다.일반적으로 ROE가 회사채수익률보다 높은 회사는 주가도 돋보이는상승률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상승세도미미한 것으로 지적된다.이같은 의미를 담은 ROE를 산출하는데 있어 기업회계기준은 약간의문제점을 안고 있다. 엄연히 재투자의 밑천이 되는 감가상각비가당기순이익에서 차감되는가 하면 자기자본에는 허수인 재평가적립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를 감안해 <한경 Business designtimesp=21113>는 이번 ROE지표를 분석하면서수정ROE를 함께 산출했다. 자기자본에선 재평가적립금을 제외시키고 당기순이익에선 감가상각과 (단체)퇴직급여충당금전입액을 가산한 것이다.버펫은 또한 이러한 ROE지표를 투자기준으로 활용하면서 그 회사의부채비율을 함께 고려했다. 부채를 끌어쓰면 ROE를 얼마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회사는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