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대내외 환경의 도전에 직면해 적응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유기체다. 생체시스템(Eco-system)내 존재라는 말이다. 상황이 바뀌면 대응전략이 바뀌어야 계속기업(Going-concern)의 「의무」를이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경영환경과 성공조건 등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건에 대한 진단이 확실해야 옳은 처방을 내릴수 있다는 점에서다.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기업이 앞으로 맞이할 경영환경으로는 △통상마찰의 심화 및 환경·기술·노동등 새로운 규제조치의대두(20.1%)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20.1%) △정보화 세계화 확산(15.7%) △국내시장(15.4%)등이 제시됐다. 집단별로는 대기업이 통상마찰심화(23.2%)를 지적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정보화·서비스화(21.4%)를, 서비스업은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23.8%)을 각각꼽았다.◆ “환경변화에 잘 대응” 42%에 불과그러나 이같은 환경변화에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2.2%로절반을 밑돌았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도 26.6%나 됐다. 특히 학계와 중견·중소기업은 부정적 평가(각각 35.7%와 33.3%)가긍정적 평가(각각 31.0%와 33.3%)보다 많았다. 이례적으로 40세미만에서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율이 50.0%에 달해 상대적 자신감을 보여줬을 뿐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자유응답)으로는 △임기응변적단기적 대응 17.5% △정책일관성 결여 15.0%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력 미비 12.5% 등이 제시됐다.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노력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전략행정」을, 기업은「전략경영」이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한마디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는 얘기다.한국기업의 그동안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부문별로 엇갈렸다. 규모면에서는 성공했다는 의견이 81.0%로 외형적 성장에 대해선 긍정적평가가 많았다. 반면 경영의 질이나 사회적 신뢰면에선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경영의 질이 성공적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28.3%에불과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은 34.0%였다. 사회적 신뢰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는 11.4%인 반면 부정적 의견은 57.1%나 됐다.60년대초부터 시작된 산업화가 「절름발이 성공」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선 그동안의외형성장에서 벗어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면서 경영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한국기업이 그동안 성공했던 조건으로는 최고경영자의 모험심과 조직관리능력이 23.2%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수한 인력에 비해저렴한 노동력(20.3%)과 정부의 리더십 및 적극적 지원(18.1%)은상대적으로 뒤처졌다. 이는 설문대상중 절반이 기업체 사장이라는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기술 소화능력10.2% △신기술 개발력 3.8% △마케팅·판매능력 2.9% △지원산업의 뒷받침 2.2%등은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 기업체 자신들도 그들의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앞으로 중요해질 성공조건으로 신기술 개발력(22.3%)이 1위를차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뒤를 우수한 인력(14.2%), 최고경영자의 모험심(12.3%), 경영전략의 효과성(10.7%)등이 차지했다. 반면 그동안 주요 성공요인이었던 정부지원(2.8%)이나 직원충성심(1.6%)은 앞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모험심과 조직관리능력은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성공요건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세계 10대기업 이내에 들어서는 것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강한기업」과 함께 「좋은기업」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매출 및 시장점유 확대를 목표로 하는 강한기업을 지향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람은22.4%에 불과했다. 부문별로는 제조업(36.4%)이 서비스업(24.2%)보다 강한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규모별로는중견·중소기업(46.7%)이 대기업(25.5%)보다 강한기업을 선호하는것으로 나타났다.반면 국민소득 증대와 다원화된 사회에 대응해 종업원과 지역사회에 만족을 제공하는 좋은기업을 지향해야 한다는 견해는 26.2%에달했다. 강한기업과 좋은기업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은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수요중심의 소프트화된 경제에서양자간에 밀접한 연계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