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ROE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이었다. 경제불황 기미가 짙어지면서 기업경영의 활력정도를 나타내는 정확한 지표로 ROE가 부각됐다. 높은 매출신장세를 보인 기업들도 불황을 겪는 다른 기업들 속에 묻혀 주가가 급락했던 것이다.가격파괴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영업전략으로 매출이 급격히 높아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평가방법에 눈을 돌렸다. 바로미국기업들 사이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ROE분석방법이 그것이었다.지난 93년도 매출액 상위 일본기업 50개사 가운데 도요타자동차는ROE가 3.84%, 마쓰시타 전기산업은 1.97% 였으며, 일본의 성장신화를 낳은 혼다기연공업과 소니도 각각 1.93%와 2.44%에 머물렀다.그 이전에는 일본기업들도 높은 ROE수준을 보였었다. 일본기업의평균 ROE는 70년대초기에 15%로 피크를 이룬 뒤 80년대에 들어와10%대로 떨어졌다.그후 수년동안 장기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다 90년대 들어서는아예 3%대로 주저앉았다. 이것도 장부가격 기준으로 토지와 주식을포함한 시가기준으로는 1%대로 떨어졌다. 일본기업들이 전체적으로경영실적이 부진하다는 사실을 ROE지표가 대변해 준 것이다.일본기업들은 버블기 동안 낮은 자금조달비용을 바탕으로 왕성한신주인수권부자금조달(equity financing)을 실시, 60조엔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갖다 썼다. 이를 무기로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지상제일주의로 고집하면서 조달자금을 과잉시설이나 재테크에 쏟아부었다. 다시말해 경영의 부실화로 ROE가 하락, 1%대로떨어진 것이다.지난 10년간 미국제조업의 ROE는 평균 10% 전후를 유지했다. 70년대 상반기에는 미국이 일본을 상회한 시기도 있었으나 75년을 기점으로 미국은 상승세를 탄 반면 일본은 하강세로 떨어졌다.미국기업들은 이미 90년대초부터 ROE를 회사의 주요한 경영지표로중시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전기로메이커인 뉴코아사는 ROE가9%이하로 떨어지면 임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했다. 대형증권사인 솔로몬 브라더즈도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ROE에 따라 1백만달러에서 2천5백만달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신제도를 도입했다.◆ 미국기업 ROE 떨어지면 임직원 임금삭감도일본기업들도 불황기엔 ROE를 무모한 기업경영의 확대를 방지하는주요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국제화 자유화가 진전되면서 자금조달과 시장진출이 자유로웠던 일본기업들이 버블경제의 붕괴를 계기로ROE에 본격 눈을 돌리고 있다. 자본의 효율성과 적정 사업확대 등미국식경영기법을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버블경제의 붕괴를 계기로 「회사는 과연 누구의 것이냐」는 물음이 제기되면서 자본효율을 악화시켜 주주의 이익에 역행하는 경영을 감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일본의 경영자와 주주들이 ROE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ROE를 자본의 투입에서 과실을 얻을 때까지 전과정을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유일한지표로 믿기 때문이다.일본에서 ROE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생명보험회사를 위시한 기관투자가들이 배당을 높이기 위해서 ROE를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좀더 깊히 내막을 들여다 보면 종업원들 가운데 선출된 최고경영자들이 주주를 위해서 ROE를 높여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즉 주주본위의 경영을 전제로 종업원 본위의 경영이라는 개념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ROE의 중요도가 확산됐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