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한국적 경영이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경영 이론은 어떤 이론이든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기업이란 효율을 추구하고 성과와 이익을 내야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신유근교수가 한국의 성공 기업과실패 기업의 기업가적 특징을 분석한 것을 보면 매킨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7-S구조」에서 나오는 미국 기업의 성공요인과 차이가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적 경영이란 단지 경영의 토착화 문제라는 얘기가 된다. 백기복교수가 지적한 대로 문화적 요소와 상황적 요소에 대한 경영의 적응 문제일 뿐이지 한국적이고 서양적이고를 구분할 것은 아니다.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란 관점에서 볼 때 각 나라별 경영의 차이는 결국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의 차이라고 본다. 한국 사람, 미국 사람, 일본 사람 같은 사람의 기질 즉 민족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성적이라기 보다 감정적인특성이 강하고 논리적이라기 보다 기분에 좌우된다.우리나라 경영이론 중 ‘신바람 이론’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정에 약하고 소속감이 강해서 동아리 의식이나 끼리끼리 의식이 유별나고 그러다 보니 배타적이다. 체면과 자존심, 형평(평등)추구심리, 시기와 질투심이 강하고 공사구분이 불분명하며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이런 한국인들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을고려한 경영이론을 한국적 경영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성공해올 수 있었던 요소는 이제는 잣대가되기 어렵다. 시장이나 경쟁, 경쟁상대 등 모든 상황이 국내에서해외로 확대되는 글로벌리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이좀 더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에 한국적이라는 얘기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보듯 대부분의 기업이 세계적인 것을 포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보면 반기업적인 국민적 정서가 강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기업내에 복지 향상과 기업의 책임감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세계화시대에 기업이 형평을 추구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노조와 국민정서가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정리해고권을 반대한다든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든지 출산휴가제나 생리휴가제 등 복지를 강조한다는 것이다.복지를 추구하다 보면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형평의 요구와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생리를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결국 한국적 경영을 모색하는 근본 토대가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정말 추구하고 찾아야 할 것은 기업이 기업답게 존재할 수 있는 방안 속에 존재한다.이길현 삼성물산 고문 : 이제는 국내만 내다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서 현지에서 판매하는 시대가 됐다.이런 국경없는 경쟁상황에서 한국적 경영이란 것만 고민하면 낙제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유근교수가 한국적 기업의 십계명으로 제시한 것 중에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자율적 경영이 되도록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동의한다.일본에서 삼성 계열사의 대표로 기업을 경영하다 느낀 점이 많은데일본은 자유롭게 자기가 맡은 사업에만 전력투구하는데 한국은 이쪽저쪽 눈치 보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일본기업들은 계속 흑자인데 우리는 석유화학이 적자인데다 반도체 경기도 떨어져 국내 대기업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 경기 전망을 못했기 때문이지 한국적 경영을 못했기 때문은 아니다.현대 사회에서 국력이란 경제력이지 군사력이나 정치력이 아니다.경제력은 수출력을 의미한다. 일본이 수출로 매년 1천여억 달러의흑자를 내는데 소재와 기술제품으로 내는 것이다. 또 나라의 힘을기르기 위해서는 힘이 센 선도기업도 많아야 한다. 우리나라7백20개 상장회사의 총 주식을 모아봤자 1백60조원이다. 일본 NTT한 회사 것이 1백20조원이다. 일본에서는 1년에 특허를 38만건 낸다. 21세기에 새로 만들어낼 여러 가지 신상품을 지금 궁리하고 연구하는 셈이다. 이것이 국력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우리나라의 또다른 문제점은 세계인이 없다는 점이다. 석유 동향도미리 분석하고 반도체도 몇년전에 잘 된다 했을 때 언제쯤 경기가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대처했어야 했다. 국제화된 기업, 과학적인 분석으로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의 기업이 필요하다.실력본위의 경쟁상황에서 기업의 자생력은 궁극적으로 그 기업에있다. 세계은행이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고 세계가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고 있다. 무국적 상품의경쟁시대다. 기업이 어디에서 싸게 만들고 어디다 팔아야 할지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다. 한국적 경영이란 것도 국제적인 인맥을 구축하고 세계적인 시야와 리더십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돼야 한다.최대병 화덕산업 사장 : 「21세기 한국적 경영의 모색」이란 제목에서 21세기란 시간적 개념을, 한국은 공간을 의미한다고 본다.21세기는 초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고 한국이란 공간적 측면에서도세계화는 진전될 것이다. 초경쟁의 세계화 시대에서 우리 것만을내세울 수는 없으므로 우리 것과 세계적인 것의 접목이 필요하다고본다.한국적 경영을 포괄적으로 논하기 전에 중소기업이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경영 전략 5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일단은 창조적인 제품이 필요하다. 세계 어디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고유 기술의 창의력 있는 제품 개발이 절실하다. 둘째는 인재다. 중소기업은 인재는커녕 사람을 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임금이 높고 사원복지가 우수하고 비전이 있어야 기업에 사람이 모이는데 중소기업의 상황은 대기업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모아서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 인재육성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해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기업문화 창달이다. 한국적이라고 내세우진 못할지라도 각 기업 나름의 문화를가져야 기업을 원활이 운영할 수 있다.넷째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다. 대기업이 사명감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 정부 지원으로는한계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동반자가 되지않고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다섯째로 금융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싶다. 나도 중소기업의 사장이지만 전체 일의 80~90%가 은행 돌아다니며 돈을 빌리는 일이다. 대부분의 다른중소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하면 부도내고 도망간다는 식의 인식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금지원을 해줘야 한다.마지막으로 중소기업에서 한국적 경영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좋다하는 외국의 리엔지니어링이라든지 다운사이징 등을 그대로 적용하면 실패하기 쉽다. 우리 기업의 특징이나 기본적인 생각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비사상 같은 좋은우리 전통사상은 살려 나가고 외국의 과학적인 기법과 데이터를 접목하는게 결국 성공적인 한국적 경영의 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사회자) : 어떻게 보면 경영이란게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적으로 있는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앞으로 닥칠 위험은 피하고 기회를 잡느냐 하는 방법을 찾는게 한국적 경영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한국적 경영을 모색해야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번에 논의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체에 대한 한국적 경영의 적용 문제도 앞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만약 우리가 한국적 경영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을 찾는다면 아마도그 때쯤이면 많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그 때 한국적 경영 기법이나 문화를 해외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와 업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