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붕괴사고)당시 건설업체들은 가슴이 콩알만해졌지요.성수대교붕괴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이후에 또 다시 백화점이무너지면서 부실시공이나 관리부실이라는 화살이 건설업체로 향할것이 불을 보듯 뻔했으니까요.』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S사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의 말 그대로다. 삼풍백화점붕괴는 건설업체들의 「간을 조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삼풍붕괴후 각 건설업체들은 나름대로 건설업에 대한정부의 향후조치는 물론 여론향방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아울러 나름대로 감리를 강화한다거나 기존의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에 착수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동아건설의 경우 자체적으로 건설관리팀인 CM(ConstructionManagement)팀을 구성했다. CM팀은 건설현장의 전반적인 감독·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인원은 자체적으로 선발해 이미 교육을마쳤다. 아울러 감리사업팀을 이달중 발족할 계획이다. 김성화차장은 『국내건설업의 가장 큰 취약점이 감리라고 판단, 호주의 기술자 8명을 영입해 감리팀을 발족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에서 짓는 건물들은 튼튼한데 국내에서 지은 건물들이 부실한 것은 감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추가비용 발생이 이미지 실추보다 낫다국내최대의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은 사내품질관리차원에서 부실공사추방을 공사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품질중심의 인사관리」를 도입, 건축물에 하도급업체의 공사실명제를 도입하는 한편 공사장의 「암행어사」인 자체감리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건설」을 선언한 삼성건설도 부실시공방지를 위해 힘쓰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건설이 내건 신건설은 외국전문기관의 상주품질관리제, 건축물골조의 평생품질보증제, 건설기능대학 운영, 건설명품전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근홍과장은 『신건설은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로 기본 원칙에 충실한 건설문화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시공방지를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단 대형 건설업체 뿐만이 아니다. 『중소규모의 건설업체들은 자칫 부실시공이 한건이라도 생기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는 것이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추가비용이 발생해도 부실시공으로 인한 손실이나 이미지 실추보다는 낫다는 실리적인 산술도 작용하고 있다. 2군 건설업체인 명지건설의 나유한과장은 『삼풍붕괴후 안전교육과 책임감리가 강화됐다』며 『도면변경에 따른 건축변경이나 증개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구조기술사가 반드시 적합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건설업체들의 이러한 자구책과 정부의 부실공사추방시책으로 부실시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정부측의 시각이다. 건설교통부 건설안전과의 신현만과장은 『건설부에서 실시하는 안전점검을 예전에비해 4∼5배정도 많이 하고 있어 지적건수는 늘었지만 내용은 경미한 건수가 많다』고 말했다.그러나 건설업체나 건설부측의 말과 달리 부실건축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는 삼풍붕괴 1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우선 부실시공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강화하고 있는 책임감리제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공사현장에 나가있는 감리원의 66%가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있다」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유는 발주자의 공사간섭 때문이다. 그만큼 감리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말이다.건설공사에 있어 첫단계인 설계부분도 아직 정비돼야할 점들이 많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C건축의 한모사장은 『삼풍붕괴로 설계부분에서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말잔치」로 끝났다』고 말했다. 한씨가 말하는 「말잔치」는 『설계비 덤핑문제나 설계감리, 설계보증보험 등 설계부분에서 거론됐던 대책들가운데 아무 것도 이뤄진것이 없다』는 설명이다.공사발주가격이나 자재수급등 정부의 건설시책이 잘못돼있어 부실의 소지가 많다는 점도 건설업계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의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M건설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사발주가격이 잘못돼있는 것이 부실공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만약 공사가격이 1백원이라면 현재 국내의민간·공공을 망라한 공사의 발주가격은 70원선에 겨우 턱걸이하는형편』이라고 말했다. 낮은 가격의 공사발주로 자재나 시공의 질등에서 저질이 나올 소지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활치 못한 자재수급도 부실공사 원인자재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시멘트품귀현상이 계속되면서 자재난에 따른 부실시공의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계속된 시멘트부족으로 일부 공사장에서는 기반공사를 위한 철골조공사를 마쳤으나 레미콘을 붓지못하고「일손이 노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모대학의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건설업자는 『레미콘을 붓는 펌프카 한대에 보통 70만원정도 하는데 시멘트파동으로 한대로 끝내도 될 일에 펌프카가 4대씩이나 와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재난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 자재부족 등에 대한 조치없이 업체들에 원칙시공만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냐』고 덧붙였다.부실공사추방을 말로만 외치는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 4일 경기도평택에서 건설중인 서해대교의 철근골조물이 붕괴, 16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연약한 지반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이후에도 대형공사장에서 부실공사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당산철교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붕괴사고였다. 지난 5월 28일 화재로 무너져 내린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건물을 보고 당시 피해를 당한 상인들은 『2층 건물이 폭삭주저앉았다면 얼마나 부실하게 지은 거냐』며 부실건축과 불법개축이 원인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붕괴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비록 사고로 언론에 드러나지 않았어도 여러 곳에서 부실시공이 뿌리뽑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주요 국가정책사업과 1천7백8개 대형민간건축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서만도 1천2백50건이 부실공사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감리업무소흘이 59건이며 부실정도가 높아 부분재시공 등의 행정조치를 받은 곳이 88건이나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 4백51개 공공공사현장의 안전관리실태와 부실시공여부에 대한 건교부의 자체조사에서 4백85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중 재시공대상이30건, 정밀안전진단대상이 2건이었다. 모두 32건의 공사가 부실시공으로 안전면에서 중대결함을 지닌 채 시공되고 있었던 것이다.비단 공사현장만이 아니다. 기존의 건축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후 지난해말까지 시장 병원 등다중이용시설 1천2백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D급(정밀안전진단 필요) E급(사용중지)판정을 받은 17개 건물이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삼풍붕괴로 한때 건설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이남아있는 것이다. 누운 자리, 앉은 자리가 「모래성」일 수 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