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5백2명, 부상자 9백37명으로 「건국이래 최대의 참사」로기록됐던 삼풍백화점붕괴가 오는 29일로 1주년을 맞는다. 먼지구름과 불길이 오르던 콘크리트 잔해속에 단말마와 같은 비명과 구조대원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얼룩졌던 붕괴현장은 현재 매립이끝난 상태다.백화점부지는 건물해체를 맡은 성도건설에서 울타리를 설치해 외부인이 출입을 할 수 없게 돼있다. 백화점과 삼풍아파트가 맞댄 울타리에는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핏빛 장미꽃이다. 그러나사고현장에 이르면 장미꽃 대신 양철울타리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있다. 마치 원혼들이 핏빛 장미꽃을 거부하는 듯이.백화점옆 옥외주차장은 유가족대책위와 농어민후계자들이 농수특산물 장터를 차려놓고 있다. 그 한 구석에는 1주기를 맞은 분향소가차려져 있다. 그러나 『찾는 발길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말이다.사고 1년. 쉽게 잊어버리는 타성으로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삼풍참사는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결정적으로 가져다준 사건이었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남김없이 드러내면서 「삼풍신드롬」이란 말이 돌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했다.사회적으로는 건축물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시민들의 가슴을 뒤덮었다. 그래서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특히부실시공의 말이 꾸준히 나돌던 신도시 주민들은 붕괴의 불안감에전전긍긍하며 밤을 지새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삼풍사고’ 보상은 약 86% 이뤄져불의의 사고에 따른 불안감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기도 했다. 삼풍붕괴를 빗대어 우리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가요들도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비명횡사 없는 나라 우리나라좋은 나라」라고 가사를 바꾼 끔찍한 동요가 어린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 사고현장에서 역술가나 초능력자들이 생존자를 찾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축물 안전진단을 서두르는 한편 자체재난구조대를 신설하는 기업이 늘었다. 공사현장을 가진 건설업체들은 부랴부랴 부실시공을 막느라고 수선을 떨기도 했다.삼풍붕괴로 위기경영 시나리오를 작성해 경영에 도입, 사전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도상연습을 시행하는 기업과 컨설팅업체까지 생겼다. 안전진단이 붐을 이루자 16개 업체가 안전진단업에 진출할 정도로 유망업종으로 부상했다.그러나 삼풍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아직도 그 「그늘」에서 한숨짓고 있는 것은 역시 피해자들이다. 그들에게 삼풍이란 이름은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악몽」이기 때문이다.현재 삼풍참사의 피해자들에 대한 물질적보상은 어느정도 마무리가돼가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삼풍사고수습대책본부(본부장김순직)는 지난 5월 23일 『삼풍사고에 대한 보상이 약 86%까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망자 부상자 및 물품피해에 대한보상이 모두 포함돼 있다.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 5백2명에 대해서는 1인당 특별위로금1억7천만원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 1인당 평균 3억8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대책본부의 심택만주임은 『현재 4백53명에 대해 1천7백23억원을지급했으며 나머지 사망자 49명은 미합의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연 이유에 대해 심주임은 『서류미비나 가족간의 지분싸움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9백37명의 부상자에 대해서는 장애나 상해정도에 따라 모두 14등급으로 분류, 최저 1백70만원에서 최고 1억7천만원까지의 특별위로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키로 해 현재 7백9명에게 1천3억원을 지급했다. 또 입점업체 등 물품피해를 입은 회사와 개인의 임대보증금 외상매입대금 상품 설비피해 등 8백67건에 대해 실사를 벌여 8백11건5백91억원을 지급했다.대책본부의 김인하씨는 『신청을 늦게 했거나 실사에 따른 금액차이 등으로 지연된 나머지 56건에 대한 물품피해보상은 이달말까지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또 고위층의 사교장으로 알려졌던 삼풍백화점 헬스클럽 「스포츠맥스」의 회원권 8백34계좌(이용자 1천6백85명)에 대해서도 개인별분양금액에 따른 입회비 및 보증금 72억8천5백만원을 보상키로 하고 현재 서류를 접수중이다. 이밖에 피해차량 3백10대에 대해서도보험금수준으로 보상키로 했다.그러나 막상 보상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유족들의 마음은 우울하기만하다. 삼풍참사유가족대책위원회의 김상호위원장(45)은 『서울시의 유가족들에 대한 대책은 한마디로 무성의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의 유가족 대책은 한마디로 ‘무성의’김위원장이 말하는 「무성의」는 사고발생후 삼풍측의 보상재원이부족하다는 서울시의 발표에서 출발한다. 당초 삼풍측은 자체적인재산평가를 통해 삼풍측의 재산을 5천98억원정도로 추정했다는 것이 김위원장의 말이다. 여기에는 삼풍백화점부지의 용도변경이 감안된 것이었다.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삼풍측의 재산이 2천9백10억원으로 보상재원이 부족하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유가족들 보상금을 깎으려고만 했다』는 것이 김위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얼마전 삼풍백화점부지 약 7천평에 대한 서울시의 용도변경으로 땅값이 4천억원이상으로 부풀었다』고 김위원장은 덧붙였다.결국 서울시측의 재원타령에 유가족들이 돈만 밝히는 이상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보였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불만이라는 말이다.입점업체들의 경우도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말이다. 삼풍사고로 물적피해를 입은 C사의 정모씨는 『영수증이나 재고 등만 피해보상에 계산하고 전표처리된 것이나 영업손실금 등은 전혀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종업원사망에 따른 회사측의 보상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다. 삼풍사고로 회사가부도나 사장이 도망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사고직후 여기 저기서 나온 말들중 제대로 이뤄진 것이 하나도없어요. 하지만 1주기행사와 위령탑건립만큼은 제대로 끝나기만 바라는 것이 유가족들의 소망입니다.』푹푹찌는 불볕더위로 달궈진 컨테이너하우스를 사무실로 쓰고 있는유가족대책위 김위원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