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대」중에는 간혹 「그까짓 공 차는 대회가지고 왜 그렇게 야단이냐」고 말하기도 한다. 배 꺼지는 게 무서워 뛰어다니는 것도삼갔던 기억이 있고 보면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월드컵은 분명공만 차는 축구대회가 아니다.경기장안의 함성과 열기못지 않게 「장외월드컵」의 세계는 더욱화려하다. 경기장이 건설되고 광고경쟁이 가열된다. 관광객은 몰려오고 갖가지 이벤트행사가 열린다. 올림픽개최기간은 15일 정도인데 반해 월드컵은 두배이상 오래 걸린다.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지켜본 지구인은 연2백60억명이었는데비해 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청한 인원은 3백20억명이었다. 2002년에는 4백억명정도가 TV를 통해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단독개최를 전제로 내놓은 월드컵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는 2002년까지 5조7백억원 규모의 경기부양효과가 있고 22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동개최이나 경제적 효과 10조원 달할 듯이같은 예측을 참조해 유무형 소득을 산출한다면 공동개최라고 해도 그 경제적인 효과는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기업들이 벌써부터 들뜨게 되는 게 무리가 아니고 항간에 「스포츠마케팅」이란 단어가 유행하는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건설은 직접적으로 특수가 생겨날 수 있는 분야다. 건설교통부에서도 공동개최가 결정된 직후 총건설투자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경기장의 신증축과 출전선수 및 관람객수용을 위한 숙박시설, 영종도신공항과 고속철도, 도시간 통신 및 도로망확충 등에 이정도의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소한 위축됐던 개발심리가 호전 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호텔과 관광사들도 기대를 가져 이상할 게 없다. 2002년에 국내에서만 2천8백20여개의 호텔객실이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있으며 비수기에 열린다고 해도 객실률을 대회기간중에는 1백%로올려놓을 게 확실시된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나아가 한일노선을 연결하는 해운회사들은 승객이 늘어 연간매출이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음료와 주류업체들도 서울올림픽때처럼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히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대회유치가 완전히 「물 만난고기」와 다를 바 없다. 축구화나 축구공 등 관련용품시장은 이미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0%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축구화전문브랜드인 키카나 프로스펙스 아디다스 등은 벌써부터 조성된 붐을 겨냥, 다양한 신제품으로 경쟁에 돌입했다. 축구공업계의 프로스펙스 낫소 퓨마 등도 최근 3개월 동안에만 지난해 연간매출액에 해당되는 물량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전자 정보통신 광고 의류 등 월드컵의 효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연계돼 전산업분야에 미칠 게 분명하다.그러나 기업들은 이같은 월드컵의 특수효과가 저절로 일어날 것으로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스포츠마케팅 노력이 따라야만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전략에 신경을 쓴다. 그래야만 전세계를 상대로 기업이미지를제고시키고 제품판촉이나 신상품개발에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국가이미지제고 전략 세워야스포츠마케팅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방송후원을 할 수도있고 직접 스포츠행사에 후원업체로 들어갈 수 있다. 스포츠팀은운영은 물론이고 연관된 이벤트행사를 갖는 것도 모두 스포츠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미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그 위력에 눈을 뜬 국내기업들에는 스포츠마케팅이 관심장르로 자리잡았고 벌써부터 월드컵의 스포츠마케팅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삼성그룹은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 미국현지에 1백50만달러를 들여 삼성엑스포관을 마련했다. 또 방콕 아시안게임에는 9백만달러를지원, 가전제품과 컴퓨터에 대한 후원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수원과 대구에 전용축구경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대회를 전후해서 중국 헝가리등 각국의 스포츠팀 공식후원을 통해브랜드이미지 강화에 주력할 계획으로 있다. 현대그룹도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유치기념 열린음악회를후원, 월드컵 공동유치의 공로기업이라는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적극적으로 나섰으며 현대백화점과 호텔 등의 체인화작업에 박차를가해 도약의 계기로 삼을 작정이다.LG그룹은 서울 뚝섬에 전천후 개폐식 돔구장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11월에 개최되는 「국제 마이크로 로봇 월드컵 축구」대회에는 단독후원을 결정했다. 담뱃갑만한 로봇이 경기를 펼치는 대회등 스포츠와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대회를 통해 그룹의 기술력을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한편 월드컵은 와이드TV나 고화질의HDTV를 판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도 생각하고 있다.대우그룹도 월드컵 관련 국내외 스포츠행사에 광고를 확대하는 한편 축구대회의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경영이라는 그룹이미지와 월드컵을 절묘하게 연결시킬 전략구상에 빠져 있는 대우는2002년 한국을 대표할 선수의 육성 지원프로그램도 고려중이다. 역시 호텔체인화나 유통사업망을 확대해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구상도빼놓지 않고 있다.선경그룹의 경우는 부천에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하고 있으며 직접휘발유브랜드로 월드컵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쌍용그룹은 경기장등 건설수요증가에 따른 시멘트공급확대규모를 계산하고 있으며제지분야에서의 공식후원업체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제상사가 축구교실 아마추어축구대회등 관련 이벤트를 준비중에 있으며 리복등 스포츠용품업체는 5인조 축구대회와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면서 탑승승객에게 마일리지보너스를 줬던 대한항공은 공식후원업체 지정을 노리고 있다.한편 광고회사들은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들의 「파이」도 덩달아 커지게 되므로 기대에 차있다. 대회개막까지 남은 6년여동안 국내외 기업들의 월드컵관련 광고가 크게 늘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며 당장에 개최지가 결정된지난 6월초부터 축하광고가 줄을 이었었다.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국내광고시장이 한해동안 31%성장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점에 비춰 월드컵은 또 한 번 광고회사들에 「홍시가 열리는 대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어느나라에서나 월드컵얘기가 나오면 개최국으로 한국이라는 이름을 거론하게 될 것이고 이에따른 국가이미지의 홍보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세일즈마인드가 있다면 정부도 월드컵을 통한 국가이미지제고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야흐로 월드컵의 스포츠마케팅은 일단 부가가치창출에 있어 우리 모두에게 이롭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