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았지만 광고·홍보업계에 회자되는 두 개의 이야기가있다. 하나는 국내굴지의 전자회사 금성사(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간의 일이다. 1라운드는 지난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의 전광판 아랫부분에는 당시 전자회사인 금성사의「GoldStar」라는 로고가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었다.TV방송으로 전광판과 함께 로고가 화면에 계속 나오자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바짝 긴장했다. 브랜드확산과 이미지제고에 있어 금성사에 완패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GoldStar」는 방송을타고 아시아 각국에 날개를 달고 나갔다. 2라운드인 88 서울올림픽.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는 집요한 노력으로 삼성전자의 완봉승으로 결과가 끝났다. 비록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간의 신경전이었지만국내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조금씩 눈을 뜨게된 계기였다.두 번째 이야기. 국내 양대라이벌그룹인 현대와 삼성. 월드컵유치를 앞두고 현대그룹이 보여준 활동과 CF로 현대그룹은 국내는 물론세계인들의 뇌리에 「현대하면 축구, 축구하면 현대」를 떠올릴 만큼 깊숙이 각인됐다는 것이 마케팅전문가들의 말이다. 라이벌인 삼성그룹은 월드컵을 통해 현대그룹에 졌다는 말도 광고맨들 사이에돌았다. 현대그룹의 월드컵유치활동은 스포츠마케팅을 구체적으로거론되도록 촉발시킨 뇌관으로 「현대그룹은 한국의 스포츠마케팅에 있어 한 획을 긋는 기업이 됐다」는 말마저 나왔다. 국내에 소개된지 얼마 안된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마케팅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고 기업들로부터 오히려 각광을 받는 판촉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스포츠마케팅은 흔히 스폰서십, TV중계권 판매, 휘장사업,펜스광고물 등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남서울산업대 김치조교수는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과 관중이나 회원을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스포츠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의마케팅까지 포함한다』며 범위를 넓혀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광고노출효과·소비자 광고수용도등 높아스포츠마케팅이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불특정 다수인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노출효과가 큰데다 표적시장이나 세분화된 목표를 설정해 마케팅을 펼칠 수 있고 소비자들의 광고수용도가 높으며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세계를 상대로 한 마케팅이나 이미지제고에 가장 효과가 큰툴(Tool)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스포츠마케팅의 효과도 엄청나다. 세계 스포츠용품시장의 빅 3 가운데 하나인 나이키의 성장비결은 스포츠마케팅이다. 한국나이키의한 관계자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정통 스포츠용품을 대중에 보급하는 것이 나이키의 경영철학』이라고 밝혔다. 비자카드는 서울올림픽후원이란 스포츠마케팅으로 거래액이 17%나 증가했으며 84년LA올림픽때 전동타자기 등을 공급한 일본의 브라더공업은 정보기기업체로 이미지전환에 성공하면서 인지도가 10~15%에서 60~70%로 뛰고 수출증가로 경상이익이 21% 이상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비단기업의 외형적인 성장만이 아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참여한 미국 UPS사가 회사에 대한 자긍심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회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대답이 참여전에 비해16%정도가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조직의 구심력 형성에도 스포츠마케팅이 기여한 것이다.『가장 강력한 새로운 마케팅도구』(M광고사 마케팅담당자이모씨)로 스포츠마케팅이 떠오르면서 국내업체들도 공격경영의 한방편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계기는 월드컵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월드컵유치를 계기로 브랜드국제화를 위한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틀랜타올림픽의 스폰서십을 시도했다 무산되자 애틀랜타에 1백50만달러를 들여 엑스포관을 설치한 삼성그룹의 경우 수원과 대구에 축구전용구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서울 뚝섬에 전천후 개폐식돔구장을 건립할예정이며 코오롱도 월드컵의 월드컵기획단을 구성해 월드컵후원업체가 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경기후원 외에도 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스포츠팀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있다.◆ 기업,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인식 낮다그러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열기와 달리 「장벽」이여전해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장애물은 기업들의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낮은 인식.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의 박재항대리는 『스포츠마케팅은 효과가 최소한 국제경기에 3회 이상 참여한 뒤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보거나 마케팅시행후의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포츠마케팅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예를 들어 올림픽의 TOP스폰서가 되기 위해서는 약 4천만달러의 후원금과 약 2억달러에 이르는 TOP관련 광고·판촉 비용이 필요해 국내기업들은 금액면에서 감히 엄두를 못 내지만 브랜드확산과 이미지제고 등 뒤따르는 효과는 투자비용이상이라고 박대리는 덧붙였다. 국내기업의 자금집행이 정치등 외부의 영향을 받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로 출발한 (주)GF사(대표염기성). 지난해에 배드민턴협회와 계약을 맺고 현대를 스폰서로유치, 현대코리아오픈배드민턴대회를 열었다. 홍콩의 스타 TV를 통해 아시아등 30여개에 방송됐다. 그러나 올해 열린 대회의 경우 스폰서유치에 실패했다. 『국내기업들이 마케팅을 광고의 한 부분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낮은데다 비자금파문으로 기업들이 바짝움츠러들면서 자금사용을 꺼려 스폰서유치에 실패했다』는 것이 권오성국장의 설명이다. 또 올림픽이나 월드컵등 빅이벤트가 스포츠마케팅에 가장 유리하지만 스폰서십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국내기업들이 거대한 다국적기업들을 상대로 스포츠마케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스포츠마케팅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광고업체들의 선점경쟁도 치열하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스포츠마케팅의 시장규모는 대략적으로 전체 광고홍보비의 8∼30%. 국내 광고시장이 약 5조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시장규모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 금강기획 등은 스포츠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기도했다.스포츠가 도구(마케팅)로, 목표(스포츠마케팅시장)로 자리잡은 것이다. 「미디어가 메시지」(언론학자 마샬 맥루한)라면 「스포츠가미디어」로 자리잡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스포츠는 돈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사마란치위원장의 말처럼 스포츠는 돈을 필요로 하는 대신기업들에 스포츠마케팅이란 새로운 「엘도라도」를 제공하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