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리츠 코리아」. 교육시장개방 이후 외국의 어학원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학원이름이다. 세계적인 학원망을 보유한 미국의 「벌리츠 인터내셔널」이 한국진출을 위해 사단법인 국가경영전략연구원과 합작해 설립했다. 자본금 6억원으로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3백여평 규모로설립된 이 학원은 작년 2월 서울지역 외국인투자 어학원으로 지정됐다.지난 1878년 뉴욕에서 설립된 벌리츠 인터내셔널은 전세계 35개국에 3백40여개의 어학교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학원재벌이다. 50개어학원을 설치한 일본의 경우 동경 주요지하철에 자체 부스를 설치해 강좌안내와 수강증 발행업무를 하는 등 수강생을 끌어들이는데있어서도 밀착영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리츠는 단순한 영어학원이 아니다. 영어 불어 독어 등 세계 30여개국 언어를 가르치는 종합언어학원이다. 예컨대 미국인에게는 러시아어를, 독일인에게는 불어를 가르치는 식이다. 현재 벌리츠 코리아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불어 등 5개국어 과정이 개설돼있다.▶ 경험·재력 월등, 투자제한조치도 사라질 듯교육시장 개방을 계기로 외국학원들이 한국진출을 서두르고 있다.이들 외국학원들이 서서히 국내로 들어오면서 국내학원들은 바짝긴장하고 있다. 외국학원들의 경험과 재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진출할 경우 영세한 국내학원들은 고전을 면치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외국학원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의식도 국내학원들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이런면에서 벌리츠의 한국진출은 앞으로 외국학원 진출에 대한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벌리츠는 경험과재력면에서 월등할 뿐아니라 합작투자 등 진출방법에서도 전형적인외국인투자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한국의 교육시장에 뛰어들려는 학원은 어학 컴퓨터 패션 디자인 등각종 학원은 물론 대학등 학교교육분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교육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은 급팽창하는 교육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작투자 등 동종국내업체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거나 국내진출을앞두고 시장조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외국학원과 대학들의 국내진출 움직임은 작년 교육부의 교육시장개방을 계기로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학원개방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시도별로 1개씩만 허용된 외국인 합작 외국어학원 설립은 올해부터 전면 허용되며 기술계학원도 내년부터 관광 컴퓨터예체능 등 3백50개 전체 교습과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개방된 분야의 전문학원을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투자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투자비율은 50%를 초과할 수 없다. 사장도 반드시 내국인이어야 한다. 또한 외국인이라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아닌 법인투자자여야 하는데, 5년이상 계속해서 학원이나 학교를 운영하고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외국어학원의 경우는 학원이나학교 운영 경력이 10년이상이어야 한다.이같은 투자조건은 국내학원산업을 조금이나마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분석된다. 학원 개방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어학원의 경우 첫해에는 시와 도에 1개씩만 세울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러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앞으로 개방될 학원분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OECD 가입을 기정 사실로 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모든 일반학원과전문학원에 대해 외국인투자를 허용해 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외국인 투자비율 50%미만과 같은 투자제한조치들도 OECD 가입과 함께 거의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교육 및 학원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계 어학원들의 국내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줄잡아 연 1조원이 넘는 국내 어학시장을 놓고 미국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국가와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비영어권국가들의 어학원 설립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이는 세계공용어인영어는 물론 일어 중국어 등을 배우려는 열기가 고조되면서 개설과동시에 어학사업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분석된다. 특히 세계화란 구호와 조기교육의 열풍속에 대학생과 직장인을 위주로 한 성인들의 영어학원시장과 조기교육을 원하는 아동들의 영어학원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외국계 어학원들은이 두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작년에 미국의 벌리츠 인터내셔널이 진출한데 이어 영국의 쉐인학원, 미국의 발렌츠를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계 10여개 외국어학원들이 파고다학원 등 국내 굴지의 외국어학원들과 합작어학원설립을추진하고 있다. 호주계 업체도 호주문화원을 통해 학원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국내에서 외국어학원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인 학원은 전국적으로 1천7백개 정도이며, 서울에만도 6백개가 넘는다. 학원 수로따지면 속셈(9천개) 음악(7천5백개) 미술(5천5백개)컴퓨터학원(5천개) 다음으로 많은 수다. 그만큼 사업성이 있는 분야며 그렇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시장진출을 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외국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바로 입시학원이다. 일본 입시학원 운영업자들이 유독 한국시장 진출에 관심이많다. 국내 입시제도가 거의 일본과 흡사하기 때문에 일단 문이 열리면 땅 짚고 헤엄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는 분위기다. 영어와 수학의 국내 교재가 일본 것을 모델로 삼고 있고, 시험문제도 일본을흉내낼 정도로 유사성을 띠고 있어 일본입시학원들은 이미 국내 시장 조사를 끝내 놓고 있을 정도로 매력을 느낀다.▶ 연1조원 넘는 어학시장 외국계어학원 러시국내 입시학원은 6백여개에 달하는데, 일본계 학원이 진출할 경우상당수 국내 영세입시학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각종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계학원에서도 외국계학원의 진출이 본격 모색되고 있다. 올해부터 부분개방되는 1백43개의 전문학원 중에서 산업디자인 제품디자인 등을다루는 산업응용분야와 항공·관광 등 외국계 학원들도 자본력과기술을 앞세우고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3백개가 넘고, 서울에만도 1백여개 이상이 성업중인 디자인학원은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전문학원과 일반학원을 합쳐 국내에서 영업하는 학원은 약 5만3천개에 이르고 총 학원생 수는 8백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또한 학원증가율은 매년 15%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학원총연합회측은 추산하고 있다. 자금 규모는 7조7천억원에 이르며 시장개방시예상되는 외화유출 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일부 대형학원들은 발빠르게 외국 파트너와 손을 잡고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외국 대학들은 이미 국내에 들어와 파트너를찾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한 학원들도 시장개방에 대비해 교육환경과 시설을 개선하고 선진국 학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강사들의 재교육을 통해 자질을 높이는 일도 급선무로 대두되고 있다.일부 교육관계자들은 교육산업에 뿌리를 둔 대형학원들이 이러한위기의 시기에 앞장서서 연구개발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높다. 대교 웅진등 교육산업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교육산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교육과는 전혀 동떨어진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의교육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솔출판 등 대그룹들이 학습지시장에 뛰어듦으로써 영세교육업체들을 위협하는 것도 교육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주장한다.한국학원총연합회의 송석호 사무총장은 『외국어학원의 설립을 도와 시별로 1개씩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로 국내학원들이 예상보다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아직 수강료가 낮아 채산이 맞지않은것도 외국학원들의 직접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원은 부대사업으로 펼치면서 우선 출판을 통해 국내에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교육시장이 완전 개방되고사회인식이 바뀌면 외국계 학원들이 대거 진출할 여지는 높다. 외국계 학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과 정부가 한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우리의 정신에 막강한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