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꿈을 먹고 사는 산업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을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기술을 개발, 생명력을 이어가는 점에서그렇다.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구의전철역 인근에 자리한 자그마한우체국 건물에는 소프트웨어로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 위해 이제막출발점에 선 젊은 기업들이 모여있다.창업한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5년정도 되는 젊은 소프트웨어업체 12개사가 우체국 건물 3, 4층에 터를 잡은 것.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 4월 문을 연 창업보육센터의 첫번째 입주사들이다. 이들 기업은 이 센터에 있는동안 치열한 경쟁무대에서 스스로 버텨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게 된다.◆ 창업주 연령 평균 33세로 젊은 편창업주들의 연령은 평균 33세. 일반 제조업종의 신생기업과는 달리젊은 편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한지붕아래에 살게 되면서 경쟁자와 동반자로서의 인연을 동시에 갖게됐다.이들은 모두 정상을 향해 뛰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들의 경력과 달성코자 하는 꿈은 각양각색이다.드래곤플라이의 박창범 사장(29). 모자에 반바지 차림의 그는 기업체 사장이라기 보다는 대학생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박사장의 사업경력은 5년. 경원대 전자계산학을 전공한 그가 회사를 차린 것은대학 3학년 때. 덕분에 학과공부는 거의 손떼다시피했다고 한다.『대학에서 배우는게 실무에 맞지 않는 것 같고 또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돈도 벌어보고 싶었다』고 그는 창업동기를 밝힌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다』는 바람도 그의 창업에 한몫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개발해주는게그가 처음 뛰어든 사업이었다.이트륨정보통신의 윤찬식사장(35)은 대기업에서 12년간 안정적인연구원 생활을 하다 창업한 인물. 키폰시스템 등의 통신기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던 그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40,50대가 돼도 지금 하는 일을 흥미를 갖고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회의감에 회사를 그만뒀다. 1년정도 쉬면서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자신이 주식투자를 위해 직접 개발한 증권분석소프트웨어가 상업성이 있을 것이라는 주위 친지들의 얘기를 듣고 동생 후배 등과 함께지난해에 회사를 세웠다.주식투자가라면 누구나 홈PC에서 윤사장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쓰도록 하겠다는게 그의 야무진 꿈이다. 이를위해 올해말을 목표로개인투자가들을 위한 PC용 제품을 개발중이다.『남들이 안하는 것, 색다른 것을 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는 윤사장은 『경마를 과학적인 레저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경마정보시스템의 개발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이미지메카의 연왕욱사장(31)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의 디자인전문가. 방송사와 백화점을 다니다 1년6개월 전에 창업했다. 그는『직장생활에서 느꼈던 불합리성과 나태함을 이겨 보겠다』는 생각에 독립했다고 들려줬다. 업무 특성상 프리랜서 성격이 강한 것도그의 독립을 부추겼다. 사실 직장을 다닐 때도 그는 틈틈이 프리랜서로 뛰었다.그러나 정부나 대기업이 발주하는 규모가 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욕심에 회사를 설립키로 마음을 굳혔다고 그는 들려줬다. 혼자서하기 힘든 사업이라 같이 일할 팀을 구성하는게 필요했다는 설명이다.대학시절 크리스마스용 캐릭터소품을 만들어 놓고 모기업체 마케팅부장을 찾아가 담판, 1주일만에 9백만원을 벌 정도의 당찬 성격의소유자이기도 한 그는 『그래픽에 약한 국내 게임소프트웨어업계를지원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게임소프트웨어의 개발도 그가구상중인 사업목록중 하나이다.◆ 현금조달 위해 캐시카우사업하기도이밖에도 인터넷에 3차원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아이투의 유현수사장(28), 인터넷상에서의 해커방지를 위한 방호벽소프트웨어와그룹웨어로 승부를 걸겠다는 미래로의 유갑상사장(36)등 모두들 첨단의 기술로 무장, 정상에 오르겠다는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간 이들 업체들의 이미 입주당시 2.5대1의 경쟁을 뚫으면서 기술수준을 인정받았다.또 평가항목이 되고 있는 창업자의 자질이나 개발능력, 다루는SW의 시장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검증을 거친 셈이다.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가 세상에 적응하듯 소프트협회로부터 시설이나 경영 기술지원 정보제공을 받아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정착해 갈 수 있게 된다. 입주기간은 최장 3년으로 시설비 관리비는 일반사무실을 구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정철영차장은 『부지선정을 거쳐 빠르면내년중 제2의 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많은 기계장치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장소와 기본적인 장비만을 구비, 임대를 해줘도 기술개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한편 보육센터에 들어간 젊은 기업들은 당장의 현금조달을 위해 용역수주형태의 캐시카우(cash cow)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PC통신을 통한 소프트웨어 판매」(한라정보시스템), 「기업의홍보용 CD롬 제작」(뉴페이지), 「사설 주식투자자문사를 대상으로한 투자분석 소프트웨어 공급」(이트륨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캐시카우사업의 병행은 기획형 제품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업체를 꾸려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이들 신생기업은 인지도가 낮고 사업경험이 적은 탓에 겪는 어려움도 비슷하다. 『프로젝트를 곧 수주할듯 하다가도 결정적인 시점에서 자금력있는 큰업체로 프로젝트가 넘어간다』(윤찬식사장), 『인력관리를 해본적이 없어 동기 후배들과 의견 충돌이 많았다』(박창범사장)는 얘기들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애로사항들이다.이들 12개사는 우체국 건물의 한 귀퉁이를 빌려 사무실을 마련한왜소한 외형의 기업들이지만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웅지를 품고 있는 점에서 작지만 큰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미래의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짊어질 동량으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미니 인터뷰 / 창업보육센터 자치회 정안모회장『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힘을 합치기 위해 모였습니다.』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창업보육센터 입주사 대표들로 이뤄진 자치회의 정안모회장(39)은 『서로의 기술력이 높다는데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며 『인력과 기술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업체들끼리역동적으로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자치회를 구성했다』고밝혔다.그는 『중소기업이 혼자서 프로젝트를 따는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따르기 때문에 입주사들간 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때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정사장은 일례로 인트라네트용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상에서의 해커방지를 위한 파이어월(방호벽)소프트웨어는 묶어 팔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동판매하는 방안을 마련,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정사장은 전했다.자치회는 이외에도 입주사들과 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이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건물의 유지보수 등 자질구레한 일에서부터 행정지원 요청 등의 업무까지 처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서 10여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윈텍정보시스템을 창업, 이번에 센터에 입주한 정회장은 인트라네트용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우선 인트라네트용 문서관리시스템 및 데이터회의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향후에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인트라네트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저작도구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