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운드(BR; Blue Round)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을 정해이 기준보다 낮은 노동기준 아래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 또는 이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에 대해 무역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다자간무역규범안에 마련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뜻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라운드란 협상을 뜻하기 때문에 아직 BR는 라운드라고 할수는 없고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이 문제는 지난 94년4월 마라케시 각료회의를 전후해 미국과 프랑스등 일부 선진국들이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의 새로운 무역협상의제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면서 급속히 부상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 개도국의 국내비준에 추가적인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무역-노동기준의 연계」 문제에 대해 선진국들이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신통상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WTO 출범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 BR의 가능성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논의가 진행됐으며 96년말로 예정되어 있는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에 신통상의제의 하나로「무역-노동기준의 연계」문제가 다시 상정될 가능성을 전적으로배제할 수 없다.개도국의 ‘사회적 덤핑’서 선진국 보호한다선진국들이 노동기준을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배경에는 중국 동남아국가등 후발개도국의 저임금에 기초한 비교우위를 견제하고 선진국의 심각한 실업해소 및 국내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활용하려는 정치·경제적 동기가 있다. 즉 선진국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기준을 바탕으로 한 신흥개도국의 수출증가와 선진국의실업률 증가 사이에 인과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노동력의 착취 혹은불공정한 노동조건을 이용한 개도국의 「사회적 덤핑(SocialDumping)」 행위로부터 선진국 경제가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또한 노동기준과 무역의 연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치 경제적 동기에 우선해 인도적 윤리적 차원에서 근로자의 노동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호소함으로써 낮은 노동기준을 채택하고 있는국가들을 심지어 비인도적 국가로 매도하기도 한다.한편 무역-노동기준의 연계에 대한 개도국 입장은 선진국 입장과상반되고 있다.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단계와 개도국의 상대적으로 풍부한 미숙련노동력의 공급조건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노동기준의 설정과 이를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의도는 위장된 보호주의와 다름없다는 것이 개도국의 주장이다. 특히 선진국 실업문제의 근본원인이 개도국의 대선진국 수출증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선진국 경제의 기술진보에 따른 미숙련노동력의 수요감소와 산업구조조정의 지연에 기인하는 것이다. 선진국 자신의 문제를 개도국으로 전가하려는, 다시 말하면 무역-노동기준의 연계의 이면에는 개도국을 선진국 문제의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무역-노동기준의 연계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국가는 미국이다.미국은 일찍이 1890년 죄수노동력을 이용한 상품의 수입금지를 규정하는 일방적 무역조치를 입법화했다. 이후 영미권 국가들 대부분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한편 무역-노동기준의 연계 문제는 지난 91년 OECD 각료이사회가선정한 90년대 새로운 무역의제(환경 경쟁정책 투자 기술정책)에포함되지 않는등 그동안 OECD 내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분야였다. 그러나 94년 4월 마라케시 각료회의를 전후해 무역과 노동기준의 연계 필요성이 일부 선진국에 의해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이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지게됐다. 이에 94년 6월 OECD 각료이사회는 「무역과 노동기준에 관한보고서」를 작성토록 OECD 사무국에 지시했고 96년 5월 각료이사회에 이 보고서가 제출됐다.OECD의 무역-노동기준에 관한 보고서는 무역 및 투자자유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보호주의적 동기에 의한 무역-노동기준의 연계를조심스럽게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노동기준에 관한 협정개발과 이행에 대한 ILO의 주된 역할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무역과 노동기준의 연계에 대한 개도국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어떤 구체적인 결론을도출하기를 회피함으로써 선진국 주장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OECD회원국 간에도 무역과 노동기준의 연계에 대한 입장이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노동기준의 향상 필요성에 대해 일반적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노동기준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해, 특히 WTO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무역과 노동기준의 연계가 신통상의제로 채택될 경우 그 구체적 모습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핵심 노동기준의 법적·제도적 보장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핵심노동기준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어떤 형태로 제재수단을 강구할 것인가가 논의의핵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ILO 회원국들이 관련ILO 핵심협약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 협약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미국조차 ILO 제29호 협약을 제외하고는 관련 ILO 핵심협약에 가입해 있지 않다는 점이 국제노동기준의 보호를 위한 후속작업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핵심노동기준 제도적 보장과 제재WTO에서 무역과 노동기준을 연계하는 다자간 규범이 신통상의제의하나로 가시화될 경우 한국은 핵심노동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관련 ILO 협약에 전혀 가입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무역과 노동기준의 연계문제가 가시화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한국은 경제성장의 모범국가로 선진경제권으로의 진입과정에서 대내외적으로 노동권 보호강화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특히 한국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핵심노동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ILO 협약의 기준에 상당히 부적합한 것으로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과 더불어 건전한 노사관계의 정착과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보완돼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