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이 승천하느냐 이무기로 전락하느냐」.빠르면 8월초 정식 출범할 해양부(가칭)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말이다.『21세기 해양시대를 대비한 종합적인 해양개발정책을 수립,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 신항만등의 집중적인개발로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물류중심기지로 부상케 하는 일대 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해양부 발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해운산업연구원 정필수박사의 진단이다. 정박사의 언급대로 해양부가 「뜨게 되면」 그동안행정의 그늘지역으로 여겨져왔던 해양 및 수산관련 부문의 행정공백이 메워져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강화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7개 부처와 3개 청에 산재된 해양·수산업 관리기능이 통합돼정책수립및 추진과정에서의 일관성을 유지할수 있게 되고 「시너지」효과도 창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양관련 업무의 주무부서가 「청」단위에서 「부」로 격상됨에 따라 해양정책의 우선순위가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소속 공무원은 물론 관련업계의 사기와 역량증진 효과도 클것으로 예상된다.사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해양혁명의 시대로 예견해왔다. 그동안 무차별하게 개발 사용해온 육상자원이 고갈되어감에 따라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바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바다를 중심으로 인류역사가 새롭게 전개되고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이 바다경영여부에 좌우되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태동하는 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지난 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된 이후 세계각국은 집중적으로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고 있고 이에따라 그동안의 해양자유이용시대에서 해양분할관리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1백21개국이 선포한 EEZ를 1백49개 연안국 모두가 선포할 경우 전해양의 36%, 주요어장의 90%, 해저부존석유량의 90%가 연안국들의관리하에 들어간다.이때문에 선진국 개도국 가릴것없이 해양자원확보를 위해 치열한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82년 채택된 해양법협약이 60개국의 비준을얻어 94년 발효되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린 것만 보더라도 각국의이해가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는 익히 짐작할수 있다.◆ 예산확보 문제 쉽지않아이같은 세계각국의 바다진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도 삼면이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해양개척의지를 다지고 제 2의 국토인 바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크게 늘려나가야할 상황이다.이런 측면에서 볼때 해양부 발족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강의 기적」에 이어 「바다의 기적」을 일궈내기 위한 첫 단추를채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신설 해양부의 장래가 장미빛만은 아니다. 해양부가 미래지향적 행정조직을 갖춰 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우선 조직정비문제다. 새로 발족되는 해양부는 해운항만청 수산청해양경찰등의 단순한 수평적 결합만으로도 9천명에 가까운 직원들로 구성되는 거대 경제부처가 된다.아직 해양부 직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합에 따라 국장급이상 상당수 간부의 감축은 불가피하다는게 총무처 관계자의 지적이다. 업무가 중복되는 하위직의 교통정리도 필요할 것이고 보면 인원구성에 있어 「옥석」을 가려야 할 임무가 초대 해양부장관의 첫 과제인 셈이다.아울러 통합에 따른 업무의 혼선과 행정력낭비를 막아야 하는 것도당면과제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통합으로 인한 업무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하는 점도 해양부가 유념해야할 대목이다.특히 해양부가 새로운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려면예산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 내년도 예산의 골격이 이미 짜여져 있는 현상황으로서는 해양부가 기존 해항청 수산청 해양경찰등의 예산을 그대로 승계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부」가 되어서도 「청」수준의 일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인원 예산 등 조직정비에 이어 대내외적으로 내세울 「깃발」을 찾아야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한다.그동안 해양관련 업무가 각 부처와 청에 산재된 탓에 범정부차원의해양기본계획이 없었다. 21세기 해양시대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한다는 비전제시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국토위주의 기존 종합개발계획이 앞으로는 바다를 포함한 명실상부한 국토종합개발계획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이와관련, 김영삼대통령은 해양부신설에 관한 치사에서 『일류 해양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항만의 현대화와 대형화』라고 지적하고 『부산가덕도와 광양만에 세계최고수준의 항만을 건설하여 21세기 동아시아의 물류중심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천명했다.그런만큼 해양부 업무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질지는 자명하다. 해양부는 출범과 동시에 당장 정부의 5대 국책사업중 3개 사업을 관장해야한다. 부산가덕도신항만 광양항 아산항개발사업등이 바로 그것이다.동북아지역은 가장 유망한 세계경제의 생산거점일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수입및 공산품수출의 무역의존도가 높아서 각 권역간및 권역내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동북아지역의국제물류합리화및 하부구조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만큼 동남아 북미 유럽을 연결하는 간선항로상에 위치한 부산가덕도항과광양항을 역내 거대 중심항만으로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있는 것이다.◆ 21C 동아시아의 물류중심이 목표그러나 항만개발사업은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추진이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단적인 예로 지난 81년 항만시설소요대비 하역능력이 83%이던 것이 그동안의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현재 항만시설확보율이66%로 크게 떨어진 점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더욱이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부산가덕도 광양항 아산항 등 전국 주요 항만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처리가능한 수준까지 항만시설을확보하기 위해서는 총 4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이 막대한 투자재원을 정부재정으로 조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때문에 국내외 민간부문의 투자참여를 유치·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하는 것도 해양부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해양부 업무의 무게중심이 해운항만분야로 쏠리고 있는 만큼 수산등 타분야쪽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목소리도 간과할수없다.이와관련한 전윤철 수산청장의 지적이다. 『수산업계도 해양부 신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산업화에따른 해양오염의 확산, 매립간척의 확대로 인한 어장상실, 적조피해, 유류피해 뿐만 아니라 2백해리 경제수역 선포이후 어장축소에대한 우려등으로 수산업분야가 굉장히 위축되어있는 상황에서 3차산업을 다루고 있는 해항청과의 통합으로 더욱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전청장의 이같은 언급은 신설 해양부가 통합의 두축인 해운항만과수산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할수 있도록 정책운용상의 배려가 있어야한다는 얘기로 봐야한다.해양입국의 소신을 줄기차게 펴온 김재철동원그룹회장도 전청장과똑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김회장은 『해운항만쪽의 투자외형이 크지만 연간산출량을 놓고보면 수산업쪽도 상당히 크다. 종사인원도수십만명에 달하는만큼 어느 쪽의 비중이 높다 낮다 할수는 없는것이다. 조직구성에서부터 해운과 수산이 대등하도록 짜야한다』고말했다.이외에도 해양부가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세부 과제는 적지않다.국적선사들이 해외의 값싼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해외금융관련 규제를 전면 개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쟁지향적 산업정책으로의 방향전환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게 그 대표적 과제다. 또 해외 신조선의 전면 자율화및 중소선사를 집중 지원하는 선박금융전문기관 육성방안, 중고선을 도입할 경우 정부 또는금융기관이 지급보증하는 문제, 선박도입 관세의 무세화 및 재산세취득세등의 세부담 폐지, 선원과 해사전문인력 양성대책, 국내외적인 어업구조 조정등을 추진해 해운강국으로서의 기반을 강화해야한다는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