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사상 최대 실적…수출·헬스케어 부문 효자 역할 ‘톡톡’

[컴퍼니]
(사진) 동국제약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약 제공
(사진) 동국제약 연구원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약 제공
동국제약이 매년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상장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단위로 증가세를 이어 가는 중이다. 일반의약품(의사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과 전문의약품(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은 물론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이다.

정맥 마취제 ‘포폴 주사’ 수출 크게 늘어

동국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전년 대비 15.9% 증가한 5591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보령제약(5619억원)·일동제약(5618억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동국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9% 증가한 836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 행진…동국제약의 사업 다각화 비결
동국제약은 사업 부문별로 ETC(전문의약품)사업부·OTC(일반의약품)사업부·헬스케어사업부·해외사업부·동국생명과학(자회사) 등 전 사업부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과 헬스케어 부문의 성장세가 특히 돋보였다는 게 동국제약의 설명이다.

동국제약의 수출(해외사업부) 부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지속된 상황에서 정맥 마취제 ‘포폴 주사’가 효자 역할을 했다. 포폴 주사는 코로나19 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포폴’ 성분의 의약품이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 시 환자의 호흡 곤란과 고통을 경감해 주는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네덜란드·룩셈부르크·싱가포르·일본·콜롬비아·멕시코·불가리아 등에 긴급 의약품으로 수출됐고 기존 브라질로 수출하던 물량도 크게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글리코펩티드 계열의 항생제(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항균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 원료 의약품인 ‘테이코플라닌(완제품 타이콘 주사제)’도 기존 수출 국가인 브라질·일본·터키·유럽·인도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히알루론산(HA) 제제의 피부 주름 개선 필러 ‘벨라스트’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동국제약은 포폴 주사와 테이코플라닌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포폴 주사 증설 라인은 조만간 본격 가동되고 4월부터 테이코플라닌 증설 라인도 가세한다. 이에 따라 생산 규모가 기존의 두 배 정도 커지면서 수출량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게 동국제약의 설명이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국제약의 2020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405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포폴 및 테이코플라닌 시장이 공급 부족인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증설에 따른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브랜드 ‘센텔리안24’가 효녀다. 동국제약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시작한 코스메슈티컬 사업은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동국제약은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하며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백·주름 개선 기능성 크림인 마데카크림을 시작으로 로션·세럼·선크림, 보디 제품, 남성용 제품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홈쇼핑 위주였던 유통망을 백화점·마트·헬스&뷰티(H&B)숍·온라인 등으로 넓혔다. 대만·미국·싱가포르·중국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혈행 개선 슬리머(의료기기) ‘센시안’을 출시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압박용 밴드 ‘센시안 메디슬리머’는 압박을 통한 순환으로 혈액의 고임을 방지하는 의료 기기다. 장시간 앉거나 서서 일하는 사람, 등산이나 스포츠를 자주 즐기는 사람, 순환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임산부 등에게 유용하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동영제(동국제약 영양 제작소)’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동영제 제품으로는 피로 개선 멀티비타민, 피부 건강 항산화 멀티비타민, 기억력 개선 멀티비타민 등이 있다. 전국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상태다. 센텔리안24 등은 2019년 기준 동국제약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센텔리안24는 오프라인 대비 수익성이 높은 온라인 화장품 시장에서 견조한 매출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중국에서의 매출도 현지 파트너사와의 시장 테스트가 마무리되는 올해부터 유의미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D와 시설 투자에도 드라이브

OTC 부문에서는 잇몸약 인사돌과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을 비롯해 정맥 순환 개선제 센시아, 먹는 탈모약 판시딜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연매출 100억원대 이상을 기록 중이다. 한국 제약업계에서는 단일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으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분류한다. 여성 갱년기 치료제 ‘훼라민Q’, 먹는 치질약 ‘치센’ 등의 브랜드도 OTC 부문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동국제약은 최근 근육 경련 개선제 ‘센스온액티브 연질캡슐’을 출시하며 OTC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ETC 부문에서는 고지혈증 복합제인 ‘로수탄젯’과 ‘피타론에프’ 등 만성 질환과 관련된 내과 영역 의약품이 성장을 주도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7월 마시는 골다공증 치료제 ‘마시본에스액’을 출시하며 전문의약품 제품도 늘렸다. 마시본에스액은 2015년 출시한 한국 최초의 마시는 골다공증 치료제 ‘마시본액’ 100mL 용량을 20mL로 대폭 줄인 제품이다.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인 의약품으로 평가 받는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일반 정제와 달리 상부 위장관을 빠른 속도로 통과하기 때문에 복용 후 30분간 기립 자세를 유지해야 했던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 행진…동국제약의 사업 다각화 비결
동국제약이 2017년 조영제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100% 자회사 동국생명과학도 호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주력 제품인 파미레이·유니레이, 신제품인 가도비전·패티오돌 등 조영제의 매출이 꾸준이 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이동형 컴퓨터 단층촬영(CT), 소형 포터블 엑스레이, 초음파, 인공지능(AI) 등 의료 기기 분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TBM(Technology Based Medicine)’ 개발 전략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마이크로스페어(크기가 1.4~2.5μm인 구형의 아미노산 중합체), 리포솜(지질로 이뤄진 구형이나 타원형 구조체), 자가 미세 유화 약물 전달 시스템(SMEDDS) 등의 기반 기술로 완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하기 위한 R&D와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 기술은 기존 약물의 유효 성분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동국제약은 이를 토대로 전립선암·말단비대증·당뇨·비만 치료제 및 치매와 파킨슨 치료제 등의 개량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SMEDDS 기술을 적용해 약물의 흡수율을 개선한 세계 최초 전립선 비대증 복합제 개량 신약 등을 개발 중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