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서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민욱사장(31)은 지난5월말 현금을 마련하지못해 곤욕을 치렀다. 그래픽 디자이너 2명과여직원 1명의 월급과 가게세 등 적어도 4백~5백만원의 자금이 당장필요한데 자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았다. 친인척 및 친구들로부터어지간히 급전을 얻어쓴 터여서 더이상 손을 내밀 데도 없었다.사업초년생인 이사장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거리는 꾸준한 것 같은데 항상 현금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1백만원이하의 소액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결제가 3개월 이상의 어음이나 가계수표로 이뤄지는 풍토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이사장이 쥐고있는 유가증권이래야 가계수표 6장. 액면을 모두 합하면 1천4백만원규모.할인받을수 있는 당좌어음은 자재비 등으로모두 돌리고 가계수표만 쥐고있는 셈이었다. 이사장은 단골거래 인쇄업체사장인 최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계수표를 맡길테니 현금을 좀 융통해 달라고 사정할 의도였다.◆ 자금운용면 신금이 은행거래 보완 기능해그러나 최사장도 자금사정이 크게 다르지않았다. 월말에 돈쓸데가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많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자신도 현금사정이좋지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을지로에 있는 한 상호신용금고의 영업부장을 소개시켜줬다. 사정을 얘기하면 1천만원정도의 자금이야융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최사장의 도움말에 이사장은 희망을 얻은듯했다. 당장 수화기를 들고 신용금고에 전화를 걸었다. 한번도 거래해 본 적은 없지만 최사장의 말대로라면 돈을 빌릴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불행히도 영업부장은 자리에 없었다. 오후 늦게야 통화가가능하다는 상대방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사장은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다가 상대방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상대방은 당좌어음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왔다. 당좌어음은 없고 가계수표를 몇장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수표와 인감증명서 1통 및 인감을 갖고 사무실로 나오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액이 크지않은만큼 사업자등록증은 필요없다는 설명도덧붙여졌다.이사장은 부랴부랴 신금을 찾았다. 통화를 했던 신금직원은 일람출급형태인 가계수표는 법적으로 할인을 할 수 없는 만큼 문방구어음을 써서 이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이사장은 대출방식이야 다소 낯설었지만 중요한 것은 직원들 월급과 가게세를 마련하는 것이었다.이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1천1백만원이상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할인율을 곰곰이 따져보니 연17%는 되는 것 같았다. 은행금리에 비춰볼 때 결코 낮은 금리수준은 아니었으나 사채시장의 할인율(연25~35%)을 감안하면 괜찮은 금리라고 여겨졌다.사채시장을 이용할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떳떳했고 10여분만에 신속하게 대출이 이뤄져 마음에 들었다. 신용만 쌓으면 앞으로 더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말도 떠올랐다. 영세사업자인 자신이 은행과 거래를 트기는 어차피 힘든 상황아닌가.신용금고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이사장과 같은 처지에 놓인 영세사업자들이나 급전이 필요한 중소사업자들이다. 마음이야 누구나 은행에서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쓰고 싶다. 그러나 이들이 은행문턱을 넘보기가 쉽지 않다.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은행문을 몇차례두드려보았지만 1천만~2천만원의 대출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래서 영세사업자들은 은행과 거래하며 사업하는 사람이야 귀족에 든다고 부러워할 정도이다.은행과 거래한다는 것은 사업규모가 어느정도 돼야하고 담보여력도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용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영세상인 이용 서민금융기관으로 뿌리그러나 은행거래가 자금문제를 깔끔히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매출과 담보여력 등에 따라 대출한도라는게 있다. 이 한도에 묶이면은행거래가 때론 무용지물이다. 평소의 신용을 믿고 자금운용을 느슨하게 했다가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때로 흑자도산등의 볼멘소리가 은행 등에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신용금고도 담보를 받는다. 그러나 한도는 없다. 신용만 축적되면 담보금액이상으로 얼마든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신용금고를 찾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형광등기구를 생산하는 동도전기(대표 문동완)는 10여년째 사조상호신용금고를 이용하고있다. 연매출규모가 73억원인 이 회사도 평소에는 주거래은행인 중소기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자금수요가 늘 경우 은행거래만으로 자금을 확보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담보부족 등으로 한도가꽉 찰 경우 진성어음을 할인받기도 쉽지않다.자금흐름에 차질이 생길수 있다. 이때마다 신용금고를 찾는다. 할인율은 은행에 비해평균 연5% 포인트 정도 높지만 급전을 조달하는데 신용금고만큼 편한곳도 없어서이다. 또 은행처럼 꺾기도 없다.동도전기의 이영진이사는 전체의 80%정도는 은행과 거래하고 나머지를 신용금고와 거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금운용측면에서 살펴보면 신용금고가 은행거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해준다고 말한다.이이사는 신용금고의 금리는 탄력적이어서 신용만 쌓으면 좋은 조건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알루미늄새시 생산업체인 서울경금속등 중견업체들도 한도가 꽉 차은행거래가 어려울 때 금고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서울 독산동에서 기계가공업체를 하는 김모사장은 최근 1~2년새 신용금고를 이용하는 사장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자신도 필요할 경우 신용금고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신용금고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잔잔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사조상호신용금고의 남현동상무는 신용금고가 은행에 비해 금리경쟁력은 없는게 사실이지만 서비스의 질을 높여 제1금융권의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조상호신용금고는 현재의 자산상태뿐 아니라 성장성 등을 감안, 점수를 매겨 과감하게 대출할 계획이라고 남상무는 설명했다.신용금고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고객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대문시장 및 을지로 인쇄상가 등의 영세상인들중 상당수는 사채업자와 거래하기보다 신용금고와 거래하길원하는 추세이다.여신금리가 높지만 수신금리도 높아 여유자금을일시적으로 운용 하는데도 신용금고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싹트고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사채시장의 순기능이 신용금고쪽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명동등지에서 활동하는 일부사채업자들도 신용금고의 영역이 확대될 경우 자신들의 사업이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특히 금융기관간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서면서 신용금고들이 공격적인 밀착영업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금융시장의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장기 소액가계대출부문에서도 이용하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