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계절이 다가왔다. 바다로 산으로 놀러간다는 사실에 가슴은두근거리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긴 시간은 아무래도고역. 차로 가든 비행기로 가든 여행길이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그래서 여행가방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게 읽을만한 책이다. 언제어떻게 목적지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을 집중시키는 흥미로운 추리소설 8편을 소개한다. 피서를 떠나지 못하고 무더운 여름날 바닥을 뒹굴어야 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괜찮은 소설들. 읽는 동안만은 더위를 싹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 미스터리 콜렉션 1∼3●정태원 편역 / 동쪽나라 / 각권 3백40쪽 내외 /각권 4천원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뛰어난 단편만을 모은책. 경쾌한 문장과 기묘한 반전을 무기로 하는 헨리 슬레사, 영화<사이코 designtimesp=21204>의 원작자로 유명한 공포소설의 대가 로버트 블록, 어른들을 위한 신비로운 동화의 창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이 주로 실려있다.이 책을 펴낸 동쪽나라 출판사는 페이퍼백 스릴러 시리즈란 이름으로 추리소설을 발간하고 있는데 <베스트 미스터리 콜렉션 designtimesp=21205> 외에도읽을만한 스릴러 소설집이 많이 나와있다.◆ 인간의 증명 상,하●모리무라 세이이치 / 해문 / 각권 2백55쪽 / 각권 3천원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의 작품. 이소설은 75년에 발표돼 가도카와 소설상을 받은 세이이치의 대표작이다. 도쿄 중심부에 있는 고급 호텔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흑인이칼에 찔린 채 시체로 발견된다. 도무지 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허름한 옷차림의 흑인 시체를 둘러싸고 일본과 미국의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동원된다.끊어질 듯하면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고 커다란 사건의 구도가 드러난다. 몇 개의 개별적인 사건들이 연관이 없는 듯이 에피소드로나타나지만 결말에 가보면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룬다. 미국 뉴욕 뒷골목의 타락상과 일본 상류층의 부패상에 대한 비판도 강도높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일본인의 피해의식도 드러나 있어 흥미롭다. 읽기 시작하면 결코 중간에 놓지못할 만큼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막판 반전의 재미는 없다. 줄거리를 따라가면 범인이 잡힌다.이 소설은 해문출판사의 「Q미스터리」시리즈 중의 한 권. Q미스터리 시리즈에는 환상의 여인, 사이코, 벤슨 살인사건, 로즈메리의아기 등 세계 유명 추리소설들이 망라돼 있다.◆ 실화 공포특급 4●「내가 겪은 무서운 이야기」 현상공모 당선자들 / 한뜻 /2백51쪽 / 5천원귀신얘기는 유치하긴 하지만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어린 시절에도몇번씩 들은 그게 그거인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좀처럼 질리지도 않는다. 한뜻출판사는 널리 알려진 귀신얘기들을 각색해 93년에 <공포특급 designtimesp=21214>이라는 책으로 펴내 공포바람을 일으켰다. <실화공포특급 designtimesp=21215>은 <공포특급 designtimesp=21216> 시리즈 4편. 3편까지는 고원정 최수철씨등 작가 9명이 공동집필한 것인데 비해 4편은 독자가 직접 겪은 무서운 이야기를 공모, 우수작들만 엮은 것이다. 실화라는 느낌이 강해서 더욱 무섭다. 간직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재미로 읽을만은 하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2●정영목·정태원 편역/ 도솔 / 각권 4백64쪽 / 각권5천5백원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스티븐 킹 등 귀에 익숙한 추리작가부터 에릭 앰블러, 딕 프랜시스 등 낯선 작가들까지 영국과 미국의뛰어난 추리작가 44명(1, 2권 각 22명씩)의 작품 1편씩을 소개했다. 영미 문화권의 추리문학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소설집. 1권은91년에, 2권은 92년에 나와 아직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 단편소설집의 특징은 범죄 그 자체 보다 인간의 잔인한 심리 내면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 모든 작품들이 멋진 반전을 꾀하고 있어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한 단어를 읽을 때까지 결코 결말을알 수 없을 것이다.◆ 복수법정●헨리 덴커 / 고려원미디어 / 4백3쪽 / 3천원법정 드라마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내용의 대부분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검사가 증인에게 하는 질문과 증인의 대답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다. 이 작품의제일 큰 재미는 범인의 죄가 너무 뚜렷하고 결과도 눈에 보인다는점. 이게 왜 재미있는지 의아할지 모르지만 읽으면 안다.한 늙은 남자가 총을 사들고 술집에 가서 흑인을 쏘아 죽인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서로 가서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뒤 재판을 받고 싶다고 얘기한다. 살인동기는 그 흑인이 몇 달전에 자신의 딸을강간한 뒤 살인했다는 것. 그러나 흑인은 경찰에 붙잡혔다가 풀려났다.딸의 몸에서 나왔던 정자가 그 흑인의 정자로 판명됐고 딸의 손톱에 있던 머리카락도 흑인의 머리카락으로 판명되어 너무도 증거가뚜렷했지만 흑인은 무죄로 풀려났다. 피고인을 강제로 구인할 때얻은 증거물은 유죄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황당한」법 때문이었다.그래서 늙은 남자는 스스로 딸에 대한 복수를 하기로 하고 흑인을쏘아 죽인 것이다. 이 늙은 남자는 분명한 살인자다. 그러나 너무도 명백한 이 사실을 젊은 변호사가 깨부순다. 법정에서 법의 모순까지 드러내며 싸움을 벌인다. 너무 뻔하다고 느낀다면 일단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고 긴장감 있게 이끌어가는 헨리 덴커의 풍부한 역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엘리너 설리번 엮음 / 고려원미디어 / 3백67쪽 /5천3백원)<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designtimesp=21231>이란 잡지에 실린 추리소설 중뛰어난 작품만 모아 엮은 소설집.앨프리드 히치콕은 <사이코 designtimesp=21232> <새 designtimesp=21233> 등의 공포영화로 유명한 미국 감독으로 생전에 <미스터리 매거진 designtimesp=21234>의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걸작선 designtimesp=21235>은 1956년에 창간돼 올해로 39주년을맞는 역사깊은 추리소설 전문잡지. 사랑과 증오 배신 등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소재로한 스릴 넘치는 범죄심리 단편소설만을엄선, 소개해왔다.이 책에는 모두 23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으며 짧은 분량 속에 인간의 공포심과 범죄의식을 집약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자 사냥1, 2●유홍종 / 문학수첩 / 각권 3백30쪽 / 각권 6천원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을 실감나게한다. <서울무지개 designtimesp=21240>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designtimesp=21241>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기존의 관념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폭력과 섹스 미스터리 등온갖 재미의 요소를 범벅해 발표한 작품.독자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고전 추리물의 재미는 느낄 수 없지만정치 경제 폭력조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비정한 음모가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뒷골목에서 쓰이는 속어가 그대로 쓰이고 줄거리전개가 천박한 감이 있지만 그야말로 「재미」 하나만을 바란다면읽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한맺힌 여자와 그 여자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가슴 넓은 남자의 변치않는 로맨스까지 있으니 통속소설의 요건은 다 갖춘 셈.◆ 감염체1, 2●로빈 쿡/열림원/각권 3백11쪽/각권 6천원의학소설로 인기를 끌고 잇는 로빈 쿡의 96년 최신작. 「병원이 병원(病源)을 옮긴다」는 말이 생각나는 소설이다.질병을 치료하러 매일 수백명씩 드나드는 병원에 고의적으로 세균을 살포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상상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줄거리는 간단하다. 뉴욕의 맨해턴 종합병원에서 페스트 수막염 인플루엔자 등 감염성 질환이 잇달아 발생, 무고한 환자들과 간호사의사들이 희생당하고 여기에 의문을 품은 한 사람이 실상을 파헤친다. 의학 스릴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흥미롭지만 집중력을 가지고읽어야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